5월 15일 개봉, 박스 오피스 1위, 칸 영화제 초청,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

영화 '악인전' 캐릭터 포스터 모음(키위 미디어 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 기자] 5월 중순 극장가는 악인들에 의해 점령됐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현황 개봉 첫 날 17만여명을 동원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한 ‘악인전’은 칸 영화제 초청 등 이슈와 함께 한동안 흥행가도를 달릴 전망이다.

‘악인전’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하루 만에 장기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어벤져스: 엔드게임’(6만2,172명)과 라미란의 첫 주연으로 관심을 모은 ‘걸캅스’(6만4,014명)를 가뿐히 넘어섰다. 같은 날 개봉해 관심을 모았던 경쟁작 ‘배심원들’(2만5,937명)과도 큰 격차를 벌인 압도적인 수치였다.

CGV 골든에그지수 96%, 네이버 영화 9.37점(5월 16일 기준) 등을 기록하며 실관람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입증했으며,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 불리는 마동석의 최고 흥행작 ‘범죄도시’(164,399명)의 오프닝 스코어도 넘어서서 마동석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영화 '악인전' 시나리오 리딩 현장(키위미디어그룹 제공)

또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악인전’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104개국 선판매 됐고,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5월 22일 오후 10시 30분(현지시간)부터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레드카펫과 공식 상영을 가진다. 이원태 감독과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배우가 칸을 방문할 예정이다.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도 고무적이다.

왜 이렇게 ‘악인전’은 인기가 치솟을까? 몇 가지 원인을 짚어봤다.

◇ ‘마동석’의 익숙하지만 새로운 연기

영화 '악인전' 스틸컷(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 배급 키위미디어그룹)은 우연히 살인의 표적이 됐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와 범인 검거에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가 연쇄살인마 K를 잡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범죄 액션 영화다.

영화 구조나 소재 등은 이미 ‘범죄도시’에서 보여준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다작 배우 마동석이 보여줘 왔던 연기 패턴으로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 불릴 만큼 마동석만의 고유성을 보여준다. 이 패턴이 지겹다는 지적도 있지만, 마동석이 아니면 안 된다는 평도 지배적이다. ‘마동석’ 하면 그만의 뚝심 있는 연기와 액션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 것이다.

영화 '악인전' 스틸컷(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그렇지만 마동석의 연기는 각 영화마다 약간씩 변주를 해왔다. 이번 영화에서 마동석은 ‘악인’으로 등장한다. 살짝 웃기만 해도 ‘마블리’가 될 텐데, 영화 내내 선한 얼굴로 웃지 않아 애 태우게 만든다. 소위 ‘츤데레 마동석’의 완성이다.

영화 속에서 선한 면이 아주 없진 않다. 여학생에게 호의를 베풀거나 재판장에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한 점 등은 ‘악인’이지만 더 나쁜 ‘악인’과의 대조를 위해, 또 정의를 위해 투쟁하기를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 최소한의 ‘선의’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마동석은 살인이나 폭력, 의심 가는 사업 확장을 서슴지 않는 조직폭력배의 보스다. 악인을 잡지만, 본인 자체도 악인인 것이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설정이다. 그의 주먹이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쓰이기에, 이 영화에서의 마동석은 비열한 웃음을 탑재한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난다.

◇ 마동석-김무열의 티격태격 ‘브로맨스’

영화 '악인전' 스틸컷(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성향도 직업도 너무 다른 극과 극의 두 캐릭터의 케미는 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조직폭력배 보스와 강력반 형사. 쫓고 쫓기는 이 관계는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한 협력 관계로 전환된다. 이 부분이 다른 범죄 액션 영화와는 다른 지점이라 매력적이다. 작전상 협력을 하지만, 협력 중에도 늘 서로를 이용하려고 하고 경계를 하며, 끝까지 범인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긴장감과 몰입감이 증대된다.

거기에 이 둘에게는 ‘광수대’라는 새로운 경쟁상대가 등장해 그들보다 먼저,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먼저’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 범인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손에 땀을 쥐는 긴박한 구도와 도저히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없는 카체이싱 등에서 보여주는 경쟁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실소를 머금게 한다.

이 두 캐릭터의 공통점이라고는 ‘욱’하는 성질뿐이지만, 마동석, 김무열 배우 모두 팽팽히 완전 다른 캐릭터를 실감나게 구현해냈다. 마동석은 시종일관 악인으로서 무게감과 비열함을 보여줘 단순히 몸 액션만 하는 배우가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리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 배우임을 증명했다. 김무열은 거침없는 액션과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저돌적인 형사 역에 딱 적합했다. 둘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는 이 영화의 긴장감을 보여줄 뿐 아니라, 유머와 위트까지 더한다.

◇ 특별한 이유와 원한이 없어 더 무서운 연쇄살인마 K

영화 '악인전' 스틸컷(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연쇄살인마 K(김성규 분)는 이 영화의 구심점을 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모든 이의 ‘적’이지만, 강력하지도 조직적이지도 않다. 연쇄살인의 대상을 고르는 것도 우발적이고 감정적이라서, 더욱 ‘공포심’을 자극한다. 누구나 그의 레이더에 걸리면 이유 없이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묻지 마 살인’을 하지만, 특별히 범죄를 은폐하려 하지도 그로 인한 반사 이익을 크게 얻으려고도 하지도 않는다. 범죄의 원인도 이유도 크게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그는 등장할 때마다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김성규는 이 연기를 위해 56kg까지 체중을 감량해서 완벽한 연쇄살인마 K가 되고자 했다. 눈빛과 냉소적인 웃음만으로도 소름 돋는다는 평이 다수라, 그의 연기는 악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악인’으로서의 역할을 빛냈다고 볼 수 있다. 악인인 조직폭력배 보스와 결코 착하지 않은 형사에게 그는 악인을 넘어선 ‘악마’이니 말이다. ‘나쁜 놈과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이 영화의 독특한 설정은 연쇄살인마 K가 공포심을 극대화할수록 성공적이다.

영화 '악인전' 스틸컷(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외적인 흥행요인으로는 평년보다 빨리 무더워진 날씨도 한 몫 했다고 보여진다. 영화 ‘악인전’은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을 선사한다. 무더운 날씨에는 아무래도 진중하고 착하고 감동적인 영화보다는, 액션이나 공포 영화를 더 선호하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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