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서간: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1976 할란카운티’, ‘언체인’,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 기자] 봄은 무엇이든 시작해도 좋은 계절이다. 아직 실현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면, 당장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에 소개하는 4월 개막하는 추천 공연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완성된 작품들이다. 공연을 일 년에 한두 번, 연말에만 보던 분들이라면, 봄에도 얼마나 다채로운 공연들이 마련돼 있는지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과 공연도 보고, 공원도 산책하면서 봄을 즐겨보기를 권한다.

연극 '왕복서간'포스터(벨라뮤즈 제공)

◇ ‘왕복서간: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4월 2일~21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일본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왕복서간(往復書簡):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이 4월 2일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고백’, ‘백설공주 살인 사건’, ‘소녀’, ‘야행관람차’, ‘N을 위하여’ 등 펴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이니만큼 기대가 크다. 2010년 작(作) ‘왕복서간’은 3편의 편지 형식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서스펜스 소설이다.

소설 ‘왕복서간’ 중에 마지막 편인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치밀한 복선과 탄탄한 구성, 간결한 문체가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일본에서도 아직 연극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작품이라 한국 무대에 먼저 오르는 것이 의미가 깊다.

연극 '왕복서간' 캐스팅(벨라뮤즈 제공)
연극 '왕복서간' 캐스팅(벨라뮤즈 제공)

중학교 동창이자 오래된 연인인 준이치와 마리코가 서로 떨어져 있는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15년 전, 미스터리한 화재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신의정, 진소연이 마리코 역을, 에녹, 주민진이 준이치 역을 맡아 편지를 통한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그 외 한보배, 안재현, 황성훈, 임종인, 김인성 등도 출연한다.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이기쁨이 연출을, 한송희 작가가 각색을 담당했다.

이 작품은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팝피아니스트 이범재의 콜라보레이션 뮤직 티저 4편과 영상도 공개돼 화제가 됐다. 소설과 연극, 음악과 영상을 결합한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 벨라뮤즈 권혁미 대표는 “작품 기획부터 이범재 음악감독의 협업을 염두했다”며 “음악에 놀라울 정도로 작품의 감성이 완벽히 녹아들어가 있다”고 강조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범재 음악감독 역시 “대본을 읽는 순간 푹 빠지게 됐다, 새롭게 시도하는 방식인 만큼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붉은 정원',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은 벨라뮤즈의 신작 ‘왕복서간: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4월 2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개막한다. 원작자인 미나토 가나에도 초연을 감상하기 위해 내한해 주목받고 있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포스터(컴퍼니 연작 제공)

◇ ‘1976 할란카운티’(4월 2일~5월 5일, 홍대 대학로 아트센터)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는 부산문화재단 청년연출가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 초 부산 초연을 마친 작품이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유병은 감독은 뮤지컬 ‘삼총사’, ‘뱀파이어’, ‘조로’, ‘올슉업’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고, 배우, 무술 감독 등 다양한 커리어도 쌓았다. 그의 첫 극작품인 뮤지컬 ‘1976년 할란카운티’는 부산에서 리딩, 쇼케이스, 공연까지 성공리에 마치고, 서울로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뮤지컬은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되었던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최우수작품상에 빛나는 바바라 코플의 ‘할란카운티 USA’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노랫말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의 노래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기대를 높인다. 지난 부산 공연에서는 새로운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탄광촌 사람들의 용기와 격정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무대에 풀었다는 평을 받았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연습실 현장(컴퍼니 연작 제공)

부산 공연에는 강성진, 류수화, 서승원, 조상웅, 이하경 등이 호흡을 맞췄고, 이번 서울 공연에는 김다현, 이지숙, 원종환, 윤석원, 왕시명 등의 배우들이 새롭게 합류했다. 이 작품에는 특별한 주인공은 없지만 모두가 주인공이며, 각각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관객들이 저마다 자신이 어떤 캐릭터와 가까운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는 오는 4월 2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며 5월 5일까지 만날 수 있다.

연극 '언체인' 포스터(프로스랩 제공)

◇ ‘언체인’(4월 3일~6월 9일,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

'언체인'은 2017년 초연 당시, 영화 '메소드'와 동시 기획, 제작된 크로스오버 공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언체인'은 밀폐된 공간 안에 갇힌 두 남자 '마크'와 '싱어'가 의문의 한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벌이는 심리 게임을 무대화한다.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끌려와 지하실에 갇혀 고통 속에서 깨어난 두 남자에게 벌어지는 2인극이다. 기억의 조각을 퍼즐처럼 맞춰가는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파멸되어 가는 과정에서 연민과 두려움이 느껴진다. 초연과는 다르게 '낯선 지하실'로 설정됐던 무대는 등장인물들이 공통으로 아는 어느 '작업실'로 변경된다. '마크'와 '싱어'의 직업과 성격 등도 극의 초반부터 공개되고 그에 따른 행동 양식과 외모 묘사도 이뤄져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연극 '언체인' 캐릭터 포스터(콘텐츠 플래닝 트위터)
연극 '언체인' 캐릭터 포스터(콘텐츠 플래닝 트위터)

출연 배우의 배역 명이 공개되지 않았던 지난 공연과는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마크’와 ‘싱어’ 역이 공개됐다. 싱어의 기억을 되살려 극중 줄리를 찾아야만 하는 마크 데이먼 역에는 정성일, 이강우, 양승리가 캐스팅됐다. 마크와 함께 무대에 서는 싱어 램버트 역에는 김대현, 김바다, 최석진, 강승호가 이름을 올렸다. 초연 연출가 '신유청'이 재연에도 다시 연출을 맡았다.

연극 '언체인'은 4월 3일부터 6월 9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루드윅'포스터(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4월 9일~6월 30일, 드림아트센터 1관)

지난해 11월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룬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가 팬들의 공연 재요청에 힘입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문화예술채널 컬처블룸에 따르면 이 작품은 4월 가장 기대되는 공연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면면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을 조망하며, 존재 의미와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했던 베토벤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뮤지컬 '루드윅' 캐스팅보드(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고, 어린 시절 혹독한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 속에 갇혀 아픈 청년 시절을 보낸 루드윅은 자신의 소망을 조카를 통해 이어가고자 했지만, 지나친 과욕임을 깨닫게 된다. 인간 베토벤의 고뇌를 처절하게 보여줄 루드윅 역에는 초연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주호, 이주광 배우가 다시 한번 무대에 서며, 새롭게 서범석, 테이 배우가 합류했다.

자신의 피아노에 깃든 꿈도, 삶도 부정하던 시절,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심과 들리지 않을 때의 단절로 괴로워하던 청년 루드윅 역에는 초연 멤버 강찬과 박준휘가 다시 무대에 오르고, 뉴 페이스로는 이용규, 조환지가 캐스팅됐다.

베토벤 음악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위대한 힘을 믿어 의심치 않는 마리 역에는 초연에도 활약한 김소향, 김지유와 새로운 멤버로는 권민제(선우), 김려원이 무대에 오른다.

마리와 함께 베토벤을 찾아온 천재 음악 신동 발터 역에는 라이브 연주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차성제와 이시목이 캐스팅 돼 놀라운 연기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베토벤의 메신저 피아니스트 역에는 지난 초연 무대에서 첫 연기 도전을 했던 강수영이 함께한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오는 4월 9일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개막하며 6월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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