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다시 비상한 아기 코끼리 ‘덤보’

영화 '덤보' 포스터(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데일리한국 부소정 객원 기자]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 ‘덤보’가 라이브 액션 영화로 재탄생됐다. 팀 버튼 감독의 손길이 닿은 아기 코끼리 ‘덤보’는 80년 만에 하늘을 다시 날게 된 것이다.

1941년 원작 클래식 애니메이션 ‘덤보’는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의 네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칸 영화제 애니메이션 디자인상, 아카데미 뮤지컬 영화 부문 뮤지컬상 수상에 빛나는 역작이다. 월트 디즈니는 1939년 헬렌 애버슨과 해롤드 퍼가 쓴 ‘덤보 더 플라잉 엘리펀트’ 이야기 판권을 사들여 출판에 성공하며 65분 분량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췄음에도 후속작이 없었던 덤보는 ‘찰리의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등 독창적인 환상 세계를 구축하는 팀 버튼 감독의 라이브 액션으로 재탄생 됐다.

라이브 액션 ‘덤보’는 원작 클래식 애니메이션과 어떤 점이 다를까.

팀 버튼 감독은 “‘덤보’는 하늘을 나는 코끼리라는 심플하고 원초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만,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다”라면서 실사판 ‘덤보’가 새롭지만, 원작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941년작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덤보'(네이버 영화)

◇ ‘덤보’ 원작 애니메니션과 공통점VS차이점

아기 코끼리 ‘덤보’는 귀가 커서 슬프고 애처로운 존재다. 서커스단의 코끼리 무리에서도 사람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오직 엄마 점보만이 덤보를 사랑하고 보호한다. 커다란 귀가 덤보를 특별하게 만들고, 깃털을 통해 날아오를 수 있다는 설정도 원작과 비슷하다.

강한 모성애와 특이한 외모에서 오는 소외감, 남과 다른 점이 특별함으로 변환될 때의 희열, 깃털과 같은 심리적 애착물이 없어도 괜찮다는 깨달음과 성장 등은 원작 애니메니션을 충실히 따른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강력한 미덕은 덤보의 ‘자아성장’일 것이다. 크고 축 처져서 밟고 고꾸라지며 놀림의 대상이 되던 큰 귀가 펼치면 튼튼한 날개 대용이 된다. 이 사실을 발견하게 된 순간은, 아기 코끼리뿐 아니라 관객 모두의 기쁨의 순간이 된다.

원작에서 큰 축을 담당하던 생쥐 ‘티모시’의 격려로, 깃털 없이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2차 자아성장에 해당한다. 이렇게 원작에서는 엄마 없이도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아기 코끼리의 자아성장에 포커스를 맞췄다.

영화 '덤보' 스틸컷(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팀 버튼의 라이브 액션 ‘덤보’는 아기 코끼리의 자아성장도 다루지만, 그보다 더 큰 개념으로 ‘가족과의 화합’을 이루고자 한다. 그런 주제에 다다르기 위해서 덤보의 우정 대상은 생쥐가 아닌 어린이들로 설정이 바뀐다.

홀트 가족의 남매는 엄마와 아빠의 부재 상태에서는 덤보와 다를 바 없이 서커스단의 천덕꾸러기다. 누나인 밀리(니코 파커 분)는 서커스 쇼보다는 과학에 관심이 많고, 남동생 조(핀리 호빈스 분)는 영 서커스단원으로서의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서커스의 간판스타였던 엄마는 죽고, 아빠인 홀트(콜린 파렐 분)는 전쟁에서 팔 하나를 잃고 돌아온다. 말 타기 쇼에만 관심을 둔 홀트는 아이들과의 대화가 잘될 리가 없다. 홀트 남매의 결핍은 코끼리 가족의 생이별과 맞물리면서, 남매와 덤보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긴다. 홀트 남매는 원작에서 티모시가 담당했던 우정과 돌봄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영화 '덤보' 스틸컷(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원작에서 아기 코끼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면, 라이브 액션에서는 인간의 관점에서 본 ‘덤보’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원작에서 덤보는 다른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할 수 있었다. 라이브 액션에서의 덤보는 인간의 말을 모두 알아듣고 따르기 때문에 더 똑똑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철저히 인간 관점의 해석일 뿐이다.

라이브액션은 더 나아가 쇼 비즈니스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다. ‘드림랜드’는 디즈니랜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상징적인 장소다. 홀트 가족이 소속된 메디치 브라더스 서커스단의 힘든 경제난을 구제할 특별한 존재 덤보는 이제 드림랜드의 소유물이 된다. 드림랜드는 철저히 자본산업구조의 상징으로 인간애나 가족애보다는 이익 창출에 우선권을 둔다.

그래서 덤보에게는 혼자 날기도 벅찬데, 사람까지 태우고 날아야 하는 부담이 얹어진다. 원작에서 쥐인 티모시를 모자에 태우고 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무게감이다.

영화 '덤보' 스틸컷(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드림랜드를 통해 망해가는 서커스단을 살리려 했던 메디치 단장(대니 드비토 분)은 서커스단원들을 대량 해고해야하는 위기에 직면하고 나서야,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다. 홀트도 아이들과 소통에 더 힘을 기울이고, 최고 스타로 도도해 보였던 콜레트(에바 그린 분)도 메디치 브라더스 서커스단에 합류하면서 기꺼이 가족 화합의 마지막 퍼즐이 된다.

다시 만난 점보와 덤보도 메디치 서커스단원들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코끼리 무리와 행복하게 지내게 된다. 이렇게 팀 버튼의 ‘덤보’는 ‘가족=유토피아’라는 주제로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 위치한 것은 제자리로 돌려놓으면서 해피엔딩을 완성한다.

영화 '덤보' 캐릭터 포스터(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 어른들도 성장하는 이야기

라이브 액션 ‘덤보’는 가족화합을 이루기 위한 성장 이야기라고 압축할 수 있다. 아기 코끼리 덤보는 엄마와 이별하게 만든 인간들이 원망스럽지만, 자신이 날아야만 엄마를 되찾을 수 있다는 걸 알고 힘껏 귀를 펼친다. 인간들의 뜻대로 하늘도 날고 불도 끄고 심지어 사람을 태우고 나는 쇼까지 한다.

밀리는 깃털 없이도 덤보에게 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면서, 자신이 엄마와 동일시했던 애착물인 목걸이 열쇠를 버린다. 홀트도 아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밀리와 조, 그리고 코끼리 덤보에게 애정을 갖고 귀를 기울인다. 홀트는 마지막에 코끼리 탈출 작전을 지휘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콜레트는 드림랜드의 간판스타가 되기 위해 반데비어(마이클 키튼 분)의 장식품이 됐지만, 회의를 느끼고 아기 코끼리와 아이들의 편에 선다. 홀트와도 애정전선을 보여 엄마와 아내의 부재를 채워줄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메디치는 서커스단을 살리려다 오히려 가족 해체의 위기를 맞는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서커스단만의 장점과 특색을 살려 더 따뜻한 서커스단을 만든다.

반데비어는 자신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동안 쌓아왔던 꿈의 드림랜드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다. 천하를 호령하던 악당의 최후는 모든 것을 잃는 것으로 비참해진다. 자신의 왕국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에서 그도 무언가를 깨달아야만 할 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라이브액션 ‘덤보’에서는 아기 코끼리만 성장하지 않는다. 그를 둘러싼 인간들 모두 일련의 사건들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한다. 디즈니 영화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세대가 함께 보는 영화라는 디즈니의 확고한 방향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 '덤보' 스틸컷(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화려한 볼거리와 아름다운 음악

1919년이란 확실한 시대적 배경을 설정한 라이브 액션 ‘덤보’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CG와 화려한 볼거리로 눈을 사로잡는다. 리얼리티가 살아있어 이 영화의 동물들이 모두 100% CG라니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팀 버튼 감독은 “덤보에는 오리지널 디자인의 DNA가 들어 있다. 영감을 받기 위해 실제 모델 디자인을 찾아봤고, 실제 아기 코끼리에 큰 귀만 붙여서는 캐릭터를 구현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밝히며 덤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최선을 다했음을 피력했다. 파란 눈에 감정이 깃든 덤보는 사랑스럽고 만져보고 싶은 캐릭터로 재창조됐다.

영화 속 ‘드림랜드’ 장면은 그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드림랜드의 메인 서커스 텐트 ‘콜로세움’은 영화 속의 실제 사이즈로 세트를 만들었다. 드림랜드로 입성하는 화려한 퍼레이드를 위해 수백 명의 엑스트라 동원과 의상만 700여벌이 준비됐다. 54명의 댄서가 선보이는 ‘인간 케이크’ 장면은 위에서 촬영해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현란한 느낌을 준다. 팀 버튼 감독만의 환상적인 시각적 즐거움이 진가를 발휘하는 장면이다.

영화 ‘덤보’의 메인 테마이면서 오스카 상 수상작인 ‘베이비 마인(Baby mine)’은 실사판에서는 샤론 루니의 노래와 인디 락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의 연주로 변주됐다. 덤보를 구하려다가 괴물 코끼리로 오인 받아 갇혀버린 점보와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덤보의 철창 사이의 애틋한 코 스킨십은 언제 봐도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베이비 마인’은 이때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으로 마치 자장가처럼 덤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팀 버튼 감독, 영화 프로모션 현장(월트디즈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의 많은 작품들처럼 라이브 액션 ‘덤보’는 ‘권신징악’과 ‘해피엔딩’의 보편타당한 원칙을 따르면서, 소외된 마음에 용기를 주고, 가족들의 화합이야말로 우리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준다. 비록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은 아니라 할지라도 함께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또 다른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라이브 액션 ‘덤보’는 원작보다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 중에 하나이고 80년 만의 재탄생이라 의의가 크다. 올해 디즈니 라이브 액션으로는 ‘덤보’ 외에 ‘알라딘’(5월), ‘라이온 킹’(7월)이 기획돼 있다.

디즈니의 주제와 색깔을 갖춘 덤보는 111분, 전체 관람가로 3월 27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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