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운동100주년 간송특별展, 대한콜랙숀’①‥3월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박물관
[데일리한국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간송이 수집한 우리 문화재는 삼국시대부터 조선말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 시대에 걸쳐 있으며, 서화는 물론 조각과 공예 등 조형미술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그래서 간송미술관 소장품만으로 한국미술사를 서술할 수 있으며, 이를 제외한 한국회화사는 상상할 수 없다.”<글=이원복-국립 광주박물관장, 간송 전형필 中, 이충렬 지음, 김영사刊>
‘삼일운동100주년 간송특별展, 대한콜랙숀’ 전시장이 중학생들로 보이는 단체관람객은 물론 일반관람객 등이 줄지어 찾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연초에 시작돼 오는 3월31일까지 열릴 이번 전시회는 국보와 보물 등 총60여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이 1935년 일본인 골동상 마에다 사이이치로(前田才一郞)에게 당시 거금 2만원에 구입한 국보68호 ‘청자 상감포도동자문 매병(靑磁 象嵌葡萄童子文 梅甁)’이 어둑한 듯 은은한 조명아래 묘한 고독감을 풍기며 서 있다. 푸르른 미감의 우아함은 그 자체로 극치의 아우라를 풍겨 일순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우리민족의 찬란한 예술성에 콧등이 찡해져 쉬이 지나지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문화재수호 그 일념
다음의 글은 간송이 문화재수호라는 일념의 행보를 가까이서 지켜 본 골동계 원로 송원(松園) 이영섭(李英燮)의 월간 문화재16호(1973, 11월), 18호(1974, 2월)에 실린 ‘내가 걸어 온 고미술계 30년’ 중에서 발췌, 요약했고, 장문(長文)은 ‘삼일운동100주년·간송특별展·대한콜랙숀 도록(2019)’에 수록되어 있다.
“청자 상감포도동자문 매병 특유의 아름다운 선으로 구성된 이 거작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호화찬란한 문양과 맑고 푸른 때깔로 세상에 고려자기가 많다 해도 그 화려함에 있어서나 웅장함에 있어서 이에 비견할 물건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마흔여섯 개의 흑백원형이중상감(黑白圓形二重象嵌)이 매병 전면에 조화를 이루며 배치되어 있고 그 원형 가운데 구름사이로 뚫고 날아 올라가는 학을 한 마리씩 그리고 원형과 원형사이에 무수히 흐르고 있는 구름을 뚫고 날아 내리는 학의 수가 스물세마리 합쳐서 예순아홉 마리가 된다.
그러나 이 거대한 병을 가령 책상위에 놓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보면 하늘빛 푸른 바탕에 날아오르고 날아 내리는 학은 끝없이 뒤따르고 있으며 한 시간만 빙글빙글 돌리면 수만 마리의 학이 창공의 구름사이를 날아오르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이영섭은 다시 국보 294호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白磁 靑畵鐵彩銅彩草蟲文 甁)’을 기술하고 있다. “간송은 그 당시 나이 30정도였으며 동경서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귀국하여 뜻이 있어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씨 댁에 다니며 전각을 배우고 서예를 연마하였으며 일방(一方) 청전(靑田), 심산(心汕) 등 화가와도 교유하였다.
‥그 무렵 어느 날 간송은 ‘상감청자운학문매병’을 소개한 바 있는 일본인 골동상 온고당 주인 신보 기조(新保喜三)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두 주일 앞으로 박두한 모리 고이치(森梧一)씨 수집품 대전시 경매에 관해 설명하고 도록을 만들기 위해 작성한 출품 물건 사진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청화백자양각진사철채난국초충문대병’을 이 기회에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경락시켜 전번에 구입한 ‘상감청자운학문매병’과 짝을 채워 쌍벽(雙璧)을 이루도록 하면 수장가로서 그 이상 바람직한 일은 없을 거라고 힘주어 얘기하며 간송의 용단을 바랐다. 간송은 해봅시다 하고 결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