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만화가 최호철…‘기억이 담긴 공간’개인전, 1월11~2월28일, 서울시NPO지원센터

1970년 청계고가도로, 222×105㎝ 종이에 디지털프린트, 2018
“달동네 삶의 치열함은 또한 무심한 경지의 아름다움도 연출한다. 견고하게 구축된 가파른 골목길이 그렇다. 비탈길을 돌계단이나 시멘트로 단단하게 만들 수 없는 형편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도는 쓰잘데없는 조그마한 잡석이나마 빈틈없이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거기엔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오로지 살아남고자하는 생존의 본능이 작용한 결과다. 생존은 가장 본질에 다가간 사람의 존재방식이다.”<골목안 풍경전집, 김기찬 사진집 中. 골목은 살아있다, 글 김형국. 눈빛刊>

우리나라 도시근대화의 상징물인 1970년대 청계고가도로 평화시장 인근 풍경이다. 봉제공장도 보이고 삼륜차가 굴러다니고 ‘求職’을 목에 건 사람과 가내수공업을 하던 적산가옥, 육교아래 연탄불에 설탕을 녹이고 있는 아주머니 앞엔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다. 구걸하는 부랑자도 보인다. 저 멀리 동대문이 보이고 북한산일대를 조망하고 있는데 소용돌이처럼 역동적 느낌의 구도가 인상적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대학시절 전태일 평전(조영래 著)을 읽고 회화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게 일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세히 알고 싶어 청계피복노동조합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 야학에서 그림을 가르치게 된다.

“2년여 동안 지도하면서 전태일 삶을 담은 만화를 교재용으로 열 페이지짜리를 만들었고 나중에 만화가가 되어서 태일이(전5권, 돌베개) 만화작업을 하면서 수없이 현장을 방문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어린 시절 청계천을 오가며 보았던 기억들과 만화그림을 작업했던 것을 바탕으로 그렸다.”

북아현동뉴타운개발지역, 40×90㎝, 2016
살아가는 현장의 체취기록

달동네 골목길은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했던, 만들어진 순서의 흔적들이 역력하게 드러나보일 정도로 뜨거운 삶의 결이 녹아 새겨져 있는 곳이다. 도시화에 밀려 사라져간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린다. 사람들은 오가며 모퉁이에 잠시 머물러 얘기를 나누고 휴식을 취하며 물 한잔이라도 나누어 마시는 끈끈하고도 훗훗한 사람냄새를 공유하게 된다.

“대학졸업 후 3년 정도 북아현동 작업실에서 생활했다. 누구나의 지극히 사소한 기억 등이 존중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년 동안 고쳐가며 복원했다. 실제 동네이름을 명제로 쓰는 것은 내가 본 현장성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람살이의 희망을 녹여내고자 했다.”

화가이자 만화가인 최호철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Picof(부천국제만화축제)특별전, 서남미술전시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안녕-고가도로(서울역사박물관), 미술 속의 만화-만화 속의 미술(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등 다수단체전에 참여했다.

최호철(崔皓喆) 작가
이번 ‘기억이 담긴 공간’개인전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을지로방향, 부림빌딩 내 서울시NPO지원센터 1층에서 지난 1월 11일 오픈해 2월 28일까지 전시 중이다. 한편 사람 좋은 인상의 최 작가를 전시장에서 인터뷰 했다. 그에게 풍속화시리즈작업에 대한 생각을 물어 보았다.

“사람이나 풍경 등을 종이에 옮기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생업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취를 고스란히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을 기록하고 싶다. 나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에너지 넘치는 삶에 대해 한없는 존경심을 갖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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