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윤종득…대나무그림 천착30년 ‘야죽도’개인전, 신선한 반향 불러일으켜

野生竹葉圖(야생죽엽도), 137×56㎝
“숲의 성긴 틈새로 빛줄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젖은 댓잎들이 바람에 떨리면서 빛을 튕겨냈고 빛들은 깨어진 자리에서 다시 태어났다. 빛과 어둠은 꼬리를 붙잡고 놀면서 깔깔대는 듯했는데, 빛들은 태어나면서 어둠에 녹아들었고 빛이 녹아드는 어둠의 안쪽이 다시 빛나서, 빛들은 나무나 사람을 찌를 듯이 달려들지 않았고 대숲에서는 나무도 사람도 그림자가 없었다.”<현의 노래, 김훈 지음, 생각의 나무 刊>

사락사락 연한 댓잎이 서로를 부비며 뭐라 말을 건네고 무성한 잎들은 자성(自性)의 순수한 화합으로 바람의 선율에 합창한다. 화면 끝부분 말려 올라가는 묵선(墨線)의 정점, 역동적인 힘을 끌어안고 부분과 전체 그 순환의 섭리를 따르는 처음으로의 회귀를 동경한다. 청량한 바람이 지나가는 화면은 비단 위에 먹을 담백하게 농담(濃淡)처리 한 것이다. 공간바탕은 전각의 함축적 기운, 대나무줄기뼈대는 전서체 운필의 힘이 본성이다. 가까이서 대숲 소리가 들려오는 듯 자연에 있는 대나무 그 실재의 어떤 의미를 바탕으로 공간을 재구성했다. 하여 실감나는 관점의 감정을 일깨운다. 획(劃)의 질감과 자유분방한 기운생동을 통한 활(活)의 공간으로 열어놓은 그림은 살아있는 핏줄 같은 잔가지들이 많이 형성되는 화법의 특징을 드러낸다.

대나무그림을 그렸어도 현대적인 새로운 기법을 운용해 내고 있는 것으로 일단 형태에서 고전을 벗어나 있다. 대나무의 궁극원리 그것의 원천을 수용한 실사구시차원의 생생한 형상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野生竹葉圖(야생죽엽도), 148×210㎝
야생대나무의 운기

윤 작가는 2006년 백악미술관에서 전각을 선보인 이후 경인미술관, 갤러리 라메르, 대만 타이페이 혜풍당(蕙風堂)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열한 번째 ‘산하(山下) 윤종득 야죽도(尹鍾得 野竹圖)’전은 지난 1월 3일부터 9일까지 서울종로구 백악미술관 1~2전시장에서 130여점을 선보이며 화단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전시 첫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관람자가 물밀듯 밀려왔다. 기존에 본적이 없는 작품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3년 정도 전시준비를 했다. 대나무그림의 바탕이 된 곳은 전남구례 화엄사(華嚴寺) 뒤편 노고단 가는 길을 가운데 두고 양편에 서있는 대나무다. 이를 아래에서 위로 쳐다볼 때 아취형의 구성으로 이미지화 시킨 작품 등 사계절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대나무생리를 관찰하고 야생의 운기를 바탕으로 그렸다.”

윤종득 작가는 경북 안동시 남선면 종택(宗宅)의 훈육을 근본으로 성장했다. 고향 뒷산 대밭에서 항상 뛰어 놀며 자랐는데 스무 살 즈음부터 대나무를 스케치하고 연구한 세월이 어언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 긴 시간동안 갈고 닦은 대나무그림으로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가 윤종득
한편 전시장에서 인터뷰 한 그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화제나 기법 등 다양한 부분을 섭렵하여 새로운 조형을 탄생시키고 싶다. 이번 작품도 현재보다 더 높은 작품세계를 향해가는 과정의 꼭짓점 중 하나다. 언젠가 그것이 모여 더 큰 덩어리로 불어나 아주 멀리 굴러갈 수 있게 될 것을 믿는다. 작업에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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