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찬노숙(風餐露宿)의 보헤미안적 삶을 살아온 운명적 예술가

박종용 화백
내설악 백공미술관장인 화운당 (花雲堂) 박종용 화백은 참으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55년 전 고양 함안에서 화투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화력(畵歷)은 시작되었고, 주변인들로부터 ‘그림신동’이란 소리를 듣게 되고 이 소문이 퍼져 나감에 따라, 내고(乃古) 박생광 화백이 그를 찾아와 “무릎 팍이 닳도록 그려라. 반드시 대성한다”라고 격려하여 큰 용기를 얻어 그때부터 솔거, 김홍도 등과 같이 역사에 남을 화가가 될 것을 결심하고, 미술에의 정진을 다짐하면서 길고도 험난한 예술(화가)인생을 시작하였다.

이렇듯 누구의 가르침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누를 길이 없이 자신을 스스로 예술의 용광로에 던져버린 것이다. 이후부터 시간이 나는 순간마다 산수화, 인물화, 영묘도, 불화 등 갖가지 소재의 그림들을 닥치는 대로 그렸다. 마치 천재화가 이중섭이 삶의 고초를 이겨내기 위하여 머무르는 곳 마다 닥치는 대로 그리움과 눈물의 그림을 그렸듯이 박종용 역시 밤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아련한 심정으로 갖가지 그림들을 그리고 또 그리면서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가혹하게 단련시켜 나갔다. 운명적 예술가 박종용의 예술세계는 이렇게 탄생되고 숙련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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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상경 후,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문이 당시 한국화 대가들 사이에 은연중 퍼져 주목을 받게 됨에 따라 그의 그림들이 화단에 자연스럽게 알려졌고, 그의 호랑이 그림을 본 풍곡(豊谷) 성재휴 화백이 “표효하는 기상이 참으로 대단하다. 좀 더 노력하면 최고 경지에 이를 것 같다”라고 격찬함에 따라 그의 필력이 한국화 거목들에게 회자되어 당대 거장들의 합작도에 참여하기도 하였고, 당시 거장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은 합작도의 방점을 박종용에게 맡겨 등을 두드려주곤 하였다.

당시 너무나 어려웠던 상황이었음에도 비바람 찬이슬을 맞아가며 박종용의 예술세계는 이렇게 성장하면서 영글어간 것이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의 보헤미안적 삶을 살아온 운명적 예술가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천업이 화가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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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을 향한 고된 수행과 노동의 결실로 탄생된 원형의 예술

필설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형극의 가시밭길을 헤치면서 늪 속에서 핀 꽃처럼 구상 및 사물의 재현에 있어 경지에 오른 박종용은 2005년부터 내설악 백공미술관에서 밤하늘의 무수한 유성들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작품들이 언덕 너머로 사라져 생명성을 상실해가는 현상에 서글픔을 느끼면서, 저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오브제(작품)에 대한 갈망과 우주(사물)의 근본 원리가 무엇일까에 대한 탐구심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에 집착하면서 한없는 창공의 상념 속으로 빠져들었다.

영원에 대한 갈망과 삼라만상의 근본원리를 탐구하려는 창공의 상념은 사물의 근본원리를 표현하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개척을 위한 운명전환의 창을 열면서 ‘잠깐의 꿈속 세상에 예술가로서 순명(順命)을 다해야 한다’라고 계시한다. 생명예술을 창조하기 위한 고된 수행과 노동의 알림이었다.

새로운 창을 열면서 시작된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고 형상화하기 위한 열정과 노고는 흥의 미학을 넘어 설산의 가시밭길을 맨발로 걸어야만 하는 아픔으로 점철되면서 그야말로 혹독한 수행과 구슬땀을 흘려야만 했다. 이러한 작업 과정을 지켜 본 인사들이 “쉬어가며 할 순 없나요”라고 하였으나 작가 박종용은 묵묵부답 쉬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고 또 흘렸을 뿐이었다. 이번에 전시되는 새로운 예술세계는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오브제를 갈망하면서, 이렇게 무한을 향한 수행과 땀의 미학으로 잉태되고, 탄생한 것이다.

표현을 위한 형상이 아니라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사물의 근원을 탐구하기 위하여 뜨거운 예술의 용광로에서 스스로를 던져 몸부림치면서 처절한 수행과 고귀한 노동을 통하여 저절로 탄생된 형상이기에 무제(無題)로 명명하여 감상자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더욱 높이 펼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면서 이를 형상화 하여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오브제를 갈망하면서, 예술의 용광로 속에서 탄생한 박종용의 새로운 예술세계는 우주의 이치와 생명의 운율을 시각화 해 놓은 갖가지의 바리에이션이자, 사물의 이치를 주조하고 형상화한 원형의 예술로서 생명력의 리듬이 생생하게 들려오면서 형언할 수 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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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삼라만상)의 형상화를 통한 ‘생명갈구ㆍ평화기원의 판타지아’

흙과 돌 등 자연적인 소재를 재료로 하여 창작되어 2019. 1. 19 ∼27.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결(무제)’ 작품들은 우주의 근본원리를 탐구하려는 무한 도전의 몸부림이 ‘결’의 형상화 과정에서 저절로 표현되었으며, 형상화된 오브제들이 영원히 살아 숨 쉬면서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화를 안겨주길 바라는 염원이 “영원한 생명의 빛에 대한 갈구와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판타지아”로 변환되어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전시작품과 창작 창작배경 등과 관련하여, 작가는 “생의 매 순간마다 지탱하기 힘든 중압감 속에서도 ‘(미술)작품 창작은 운명’임을 절실히 깨닫고, 살아 숨 쉬는 동안 역사의 언덕에 예술가로서의 작은 흔적이나마 남겨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우주만물의 진리를 표현해 보겠다는 무모한 불장난을 한 것이다. 구슬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무모(무한)에 도전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작품들이 저절로 표현ㆍ창작된 것이다. 고독과 고통의 절해고도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정말 정직하고 솔직담백하게 그리고 또 그렸을 뿐이다.

작품의 의미는 관람자들이 스스로 평가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로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작품들이 영감의 확충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생명을 간직하면서 영원히 살아 쉼 쉬길 바랄 뿐이다”면서 고단하고 치열하였던 그날들의 아픈 상황들과 오브제들이 영원히 살아 쉼 쉬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토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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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토로처럼 흙으로 빚은 크고 작은 작품들마다 무한을 향한 고독의 몸부림과 고단하고 힘들었던 상흔(傷痕)들이 절절히 배어있으며, 생명을 갈구하는 핏줄들이 모세혈관처럼 얽혀 생명을 지탱하면서 ‘생명의 빛에 대한 무한한 갈구와 평화를 기원하는 판타지아”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기 위한 인고의 세월과정에서 수행과 노동이 작품의 모체가 되어 오묘한 조화를 이룸으로써 운율과 시상을 뿜어내는 명상의 예술로 승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름 하여 고독과 신비의 명상예술로 칭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억 만 겹의 세월동안 무수한 비바람을 견디어내면서 영원히 생명을 유지하길 바라는 범신론적인 숭고함마저 깃들어져 형언할 수 없는 영감의 판타지아를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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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형상화를 위하여 작가 박종용은 수행과 구슬땀을 흘리면서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삼라만상의 본질을 표현하기 위하여 마치 신들린 무당처럼 육체언어를 소진시켜가면서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웠다. 한 점 한 점 일만 점 이상의 점들을 찍어가며 한 점씩을 힘들게 창작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심오한 수행과 노동의 모체 속에 내재하는 생명률과 심오한 명상이 절묘하게 융합되고, 각자 고유한 ‘결’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햇빛에 속살을 드러냄으로써 미의 본질과 사물의 생성원리를 탐구하면서 생명을 갈구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염원에서 창작된 작품 하나하나 모두 같은 듯, 다른 듯 고유의 생명률과 명상의 신비를 자연스럽게 내포하면서 ‘결’의 형상화를 통한 ‘생명갈구 및 평화기원의 판타지아’가 울려퍼지게 된 것이다.

영감의 확충을 위하여 무제로 통칭된 작품들에서 ‘별을 헤이는 밤, 우주를 향하여, 만다라, 회오리, 생명의 소리, 또 다른 우주의 행로, 평화, 균열, 집합, 침묵, 생성의 뿌리, 동행, 허공 속의 몸부림, 비상, 환상, 약속’ 등, 사물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외침이 선명하게 들려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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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찬노숙의 인고의 세월 동안 보헤미안적 삶을 살아온 작가 박종용은 운명의 계시에 따라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형상화 한 오브제들이 영원히 살아 쉼 쉬기를 갈망하면서 오랜 기간 고통스러운 수행과 노력을 다하여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운 끝에 마침내 흙 등 자연소재를 재료로 한 ‘결’(삼라만상)을 형상화 시키면서 생명을 갈구와 평화를 기원하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일구어 내면서 화단으로 되돌아 왔다. 영원의 작가, 생명의 작가를 향한 일대 변신과 새로운 정체적 확립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각고의 수행과 노동 끝에 이렇게 창작되어 전시되는 작품들은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오면서 잠들어 있는 많은 미술인들에게 다시 일어나 붓을 들 것을 촉구케 함으로써 미술문화발전에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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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줄 모르는 예술혼으로 사물의 본질과 노래하고 생명과 평화를 갈구하는 영감의 회화세계를 확립한 박종용 화백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며, 더욱 용맹 정진하여 불멸의 작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문신 기자 chm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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