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하추상 거목 한묵 첫 유고전, 3월 2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왼쪽)푸른 나선, 198×150㎝ 캔버스에 아크릴, 1975 (오른쪽)외치는 사람, 60×60㎝ 종이콜라주, 1995.
“그는 한국과 극동에서는 드물게 큐비즘(Cubisme)의 교훈을 체득했던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큐비즘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소화했다. 색채와 움직임에 대한 감각이 큐비즘과 조합되면서 작품 구성에 추상적이면서도 역동적이고, 명랑하면서도 현대적인 면모를 부여했던 것이다.…그의 화폭은 형태와 기하학의 세계이지만 그 구성은 인간성, 시(詩), 생기, 미래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다.”<한묵, 갤러리현대ㆍ마로니에북스 著, 피에르 캄봉(파리, 기메 국립아시아미술관 수석큐레이터 평론 中>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전(展)은 지난해 12월 11일 오픈해 오는 3월 2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다. 1950~90년대 유작에서 엄선한 130여점과 1970~90년대 연필, 수성 펜, 과슈 등으로 제작한 37점 드로잉도 함께 선보인다.

한국추상회화 선구자 한묵(韓?, 1914~2016) 화백은 서울에서 태어나 부친께 동양화를 전수받았으나 십대후반부터 서양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만주, 일본 가와바타미술학교(川端??校) 유학, 금강산시절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유실되었다고 한다.

△제1부 서울시대=1950년대 전반기는 구상과 추상이 함께 나타나며 한국전쟁의 참상, 가족이산, 가난에 대한 경험들이 등장한다. 후반엔 사실주의 화풍이 지배하는 국전(國展)에 반대하여 57년 유영국, 박고석, 이규상, 황염수와 ‘모던아트협회’를 결성, 한국모더니즘미술개척에 힘썼다.

(상단 왼쪽)은색운의 운무, 200×200㎝ 캔버스에 아크릴, 1993 (오른쪽)황색운의 운무, 202×204㎝, 1995 (아래)‘아틀리에17’에서 판화작업 중인 한묵 작가, 1974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제2부 파리시대=61년 홍익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도불(渡佛), 초기에는 마대의 거친 촉감이 드러나는 콜라주가 결합된 유화작업들을 진행한다. 후반에는 수직, 대각 등 엄격히 절제된 기하구성으로 변모하는데 80년대 후반 기하추상 기반이 된다.

△제3부 파리시대=69년 아폴로11호 달 착륙이후,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 4차원공간을 실험한다. 72년부터 스탠리 윌리엄 헤이터(Stanley William Hayter, 1901~1988)가 운영한 ‘아틀리에17’ 판화공방서 동판화에 매진한다. 이때 구심과 원심력을 도입하기 위해 컴퍼스와 자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엄격하게 계산된 동적공간구성을 시도한다.

△제4부 파리시대=80년대 현실의 삶을 우주의 열려있는 유기적인 공간 개념으로 확장하고 이를 ‘미래적 공간’이라 명명한다. 서정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색채와 기하학 도형이 교차하며 확장하는 리듬을 조형언어로 조화시켜 평면이 캔버스 바깥으로 확산되는 효과에 이르게 된다. 이 시기 기하추상 대작들이 완성된다. 후반엔 우주와 인간의 탄생비밀로 심화되면서 동양적 색채와 사상에 근간을 둔 작업이 나타난다.

△제5부 파리시대=기하추상작업과는 다른 범주로 80년대~말년까지 지속되는 작품세계가 먹과 종이콜라주작업이다. 아크릴물감이 먹 작업과 함께 융화되면서 자유분방한 색채와 구성으로 원초적인 생명근원으로 깊어진다.

한편, 오는 3월 9일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공동주최, 전시 연계 학술심포지엄엔 이지호(이응노미술관), 김학량(동덕여대), 강은아, 김이순(홍익대), 신정훈(한국예종), 전유신(고려대) 등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발로 뛴 신성란 큐레이터는 “한묵 화업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명하여 작업세계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하려했다. 화백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성취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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