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선두… ‘이청준 전집표지화’展, 11월 15~12월 31일, 흰물결갤러리

장춘-유랑, 270×75㎝ 장지에 분채, 2017
“한동안 물깃을 따라 돌던 해변길이 이윽고 산길로 변하였다. 선학동으로 넘어가는 돌고개 산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왼쪽으로 파란 회진포의 물길을 내려다보며 산길은 소나무 숲 무성한 산굽이를 한참이나 구불구불 돌아나가고 있었다.”<이청준 전집15, 선학동 나그네 中, 문학과 지성사 刊>

소설가 이청준(李淸俊, 1939~2008, 이하 선생)은 1965년 ‘사상계’에 소설 ‘퇴원’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화백과 선생의 첫 인연은 85년 샘터사(社)서 기획한 ‘한국 전래동화시리즈’ 1권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부터다. 노래하는 장사익 선생이 부른 ‘꽃구경’ 멜로디의 원작 시 ‘따뜻한 봄날’의 김형영 시인이 인사를 시켜 출판사근처 혜화동식당서 조우하게 된다. “지적이면서 대가로서 아우라도 있었다. 열아홉 살 아래 까마득한 고향후배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사랑도 느꼈는데, 뭐라고 할까 어렵기도 했고 나의 감정이 좀 복잡했다.”

이후 교분을 쌓아가던 2003년 새해, 화백은 김영남 시인과 세배를 간다. 그 자리서 선생이 ‘고향은덕을 받아서 예술작업을 하고 있는데 빚 갚음을 하면 어떻겠느냐’해서 각자의 작업을 모아 책을 만들기로 한다. 셋이 여러 번 함께 전남 장흥을 찾았다. 그리고 산문과 시에 그림을 그렸는데 그 책이 ‘옥색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다. 2004년 9월, 당시 인사동 학고재 갤러리 ‘고향속살 읽기’전(展)을 통해 주목 받았다.

(왼쪽)서편제, 60×90㎝, 2013/눈길, 60×72㎝, 2012
이와 함께 선생이 작고하기 1년 전, ‘매잡이’, ‘병신과 머저리’ 두 권을 동시에 그리기 시작한 표지그림은 이후 10년에 걸친 대장정 끝에 2017년 ‘이청준 전집 전34권(문학과 지성사)’ 표지화를 모두 그려내는 대업을 이루어 낸다. 이로써 선생과의 만남 23년간 소설과 산문집 표지 등 통틀어 총130여점에 이른다. 이는 글과 그림의 혼이 만난 승화, 문학과 미술의 행복한 동행이라는 점에서 한국현대예술사의 매우 의미 있는 좌표로 기록되고 있다.

“내가 작품을 그림으로 그려내면 항상 좋아하셨다. 이것저것 맛있는 것도 사주셨는데 혼자오시지 않으시고 문학평론가 이윤옥과 김환희, 김영남 등이 주요 멤버였다.”

내 기억 내 마음의 풍경

김선두 작가는 1984년 중앙미술대전 한국화부 대상, 석남미술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임권택 감독영화 ‘취화선’에서 조선 말, 화가 장승업의 그림 그리는 대역을 맡아 호취도, 매화도, 화조병풍 등을 그렸다. 현재 중앙대학교 한국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 ‘그리운 것은 언제나 멀리-김선두 화가의 이청준 전집표지화’기획초대전은 지난 11월 15일 오픈해 12월 31일까지 서울 서초역 인근, ‘흰물결갤러리’에서 총60여 점을 선보이며 전시중이다.

김선두(金善斗) 화백
한편 전시장에서 인터뷰를 가진 화백에게 ‘서커스’, ‘남도’, ‘그리운 잡풀들’, ‘행(行)’, ‘느린 풍경’시리즈 등 근원적 화업 정신을 청했다. “장흥에서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서울로 전학 왔다. 갑자기 산업사회와 맞닥뜨려 적응을 잘 못했었다. 방황의 시간이 있었는데 대학입학과 미술대전 등에서 어느 정도 극복이 됐지만 그때의 경험들이라고 할까, 뒷전에 대한 삶과 생명력에 눈길이 갔다. 나의 예술적 핵(核)인 느린 선의 꿈과 노래 그리고 사랑과 연동된다. 내 삶이 묻어있기 때문에 특별하게 그릴 수 있는 나만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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