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식 12번째 개인전…인사아트스페이스 11월 7∼12일

작품 '자연에 서다'(175x411 cm, 천 위에 채색, 2018) 앞에 선 남정식 작가.
‘자연’ ‘자연주의’ 에 천착해온 남정식 작가가 ‘또 다른 자연’을 선보이며 새로운 감흥을 전한다. 서울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다.

이번 전시는 중견 여류작가의 힘과 여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작품은 세월의 무게감과 생생함, 따뜻하고 편안함을 오롯이 전한다.

'자연에 서다', 122x162, 천 위에 채색, 2018
작가는 "자연 속의 음유시인 같은 마음으로 사계절 보고 느낀 것을 화폭에 담았다“며 “나무가 서로 어울려 숲을 이루듯 화폭에 붓질하고 또 붓질하여 화폭이 채워질 때 행복했다"고 했다. 실제 작품에는 작가의 수많은 붓질이, 스스로 밝힌 행복이 묻어나고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열두 번째 개인전이 말해주듯 작가에게 ‘자연’은 다양하게 다가오고 각기 다른 흔적(작품)으로 남았다. 작가에게 자연은 작업의 시작이자 마무리이며, 삶 그 자체다.

'자연에 서다', 90.9x116.8, 천 위에 채색, 2018
작가에게 자연은 처음엔 그리는 대상으로 타자(他者)로 존재하다 이후 다양하게 변주됐다. 때로는 실험과 도전의 대상이기도 했다. 2001년 갤러리 사비나에서 가진 3회 개인전에서 한국의 전통 가옥 구조의 형태와 그 안에 장식된 문양, 색채를 해체, 변형시켜 이를 꽃, 나무 등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일종의 풍경으로 작업한 것은 한 예다.

작가가 마주하는 자연, 작품에 투영된 자연관은 점차 넓어지고 깊어지며 자연의 본질을 드러냈다. 2006년 학고재에서 열린 5회 개인전에서 작가는 온갖 생명으로 가득찬 자연을 선보인다. 자연 속에서 수목, 동물, 인간으로 대별되는 생명을 지닌 자연적 대상들과 문양들이 서로 뒤엉켜서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자연에 서다', 60.6x72.7cm, 천 위에 채색, 2017
이를 미술평론가 박영택 교수(경기대)는 “작가의 화면에 들어온 모든 것들은 살아서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로 변신하고 그 모든 것들은 생명으로 충만해 보인다”며 “자연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전도된 시각과 함께 모든 존재는 모두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이 심화되는 도정에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후에도 작가는 새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름다운 세상을 작품에 담기도 하고, 반려견을 등장시켜 자연의 일부로 치환시키며 생명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그들에 담겨진 온기를 전한다.

'자연에 서다', 40.9x18cm, 장지에 채색, 2017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11회 개인전에 대해 작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래하고 그 향기에 취해 붓을 쥐고 있을 손과 마음이 흔들림 없이 단단하길 소원하며 소녀같은 마음으로 자연속으로 폴짝 뛰어들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이번 열두 번째 전시는 붓을 쥔 손이 더욱 단단해졌으면서도 한결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온화해진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자연을 힘 주어 그리기보다 그들의 소리와 향을,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 태양을 향한 손짓을 있는 그대로 전할 뿐이다. 마치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자연에 서다', 31.8x31.8 cm, 천 위에 채색, 2018
작가는 인생을 ‘새로 고침’ 해도 여류 화가의 길을 가고 싶다, 자신의 그림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상징하는 함의가 이번 전시작에 그대로 담겨 있다.

작가가 살고 작업하는 자연, 그 과정에서 움트는 행복을 공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관람의 가치는 충분하다.

'자연에 서다', 31.8x31.8, 천 위에 채색, 2018
작가는 1986년 제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시작으로 후소회 공모전,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제7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의 수상 이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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