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5~8월12일까지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회화 60여점 ‘사유적 공간’초대전

전시장 앞 나무그늘 아래서 인터뷰 한 이석주 작가

[데일리한국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극사실회화 1세대 이석주 화백이 1970년대 후반의 초기 작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회화 60여점을 선보이며 성황리에 전시 중이다. 지난 5월15일 오픈하여 오는 8월12일까지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사유적 공간’기획초대전을 통해 소재의 다양성과 함께 일상성과 초현실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화백을 만났다.

(왼쪽)벽, 120×120㎝ mixed media, 1977 (오른쪽)벽, 120×120㎝ oil on panel, 1979
초기의 암울한 느낌 ‘벽’, 군중과 아웃사이더 시각에서 바라본 도시풍경을 묘사한 ‘일상’시리즈는 삶을 보는 우울한 시각과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여 줍니다.

“우리가 다른 존재와 맺는 관계는 ‘인식 관계가 아니라 존재 관계’라는 사르트르의 표현처럼 무의미의 일상과 무자각, 소통의 부재 속에서 소외된 자아의 존재 의미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현실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면서 극사실적 표현 방법으로 극사실 회화의 타당성을 찾고자했지요.

(왼쪽)일상, 200×228㎝ oil on canvas, 1987 (오른쪽)일상, 200×228㎝, 1987

80년대 후반에는 현실적인 오브제의 재조합을 통하여 현대 도시의 일상과 극대화된 욕망의 결합이 작품에 나타나는데 파편적인 신체 부위와 오브제의 확대 묘사로 팝아트에서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으로 이어 주는 자연스러운 발전이라 하겠습니다.”

(위)환(Illusion), 654.3×290.9㎝ oil on canvas, 1998 (아래)일상, 363×227㎝, 1991
90년대에 들어서는 ‘서정적 풍경’과 ‘사유적 공간’으로 어떻게 보면 외부에서 내적 상황으로 더 깊이 파고드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현실에만 국한되었던 의식의 밑바닥에 감추어졌던 자아의 내면풍경을 끌어올려 기차, 말, 빈 의자 등 자연물과 인공적인 오브제 결합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상징적 형상들을 임의적으로 자리바꿈하여 데페이즈망(depaysement,환치)을 통한 낯선 만남으로 대비효과를 극대화하여 일상과 상상의 접속을 넘나드는 내면풍경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 후 지속적으로 오래된 책이나 낡아 바스러질 것 같은 종이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시간의 유한성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는 일관성 있는 주제의 반복일 것입니다.”

(위)사유적 공간, 545.4×227.3㎝ oil on canvas, 2015 (아래)사유적 공간, 227.3×181.8㎝, 2016

최근 4~5년 동안의 작품으로 200호, 300호에서 1000호 이상의 대작들을 준비한 이번 개인전도 ‘존재와 시간’이 주제입니다.

“이번 작업에도 과거부터 계속 등장하는 책이나 말, 시계, 고전 명화의 이미지들의 상징성을 시간과 공간 설정으로 주제를 풀어 나가고자 하였지요. 이러한 이미지들은 그 자체의 존재성보다는 이미지끼리의 매개체 역할로 그 내용을 보완해 주고 있는데, 작품 속의 ‘말’의 의미는 이전 작품에서 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여 시간성을 함축했다면 이제는 ‘말’이 보여주는 다양한 이미지를 인간의 존재로 환치시켜 보았습니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질주하는 ‘말’이 아니라 오래된 책과 종이의 활자 등과 같은 공간에서 보 여지는 데페이즈망(환치)효과로 존재에 대한 사유적 의미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오래된 책이나 떨어져 나온 페이지들도 고전 명화나 말의 이미지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시간성과 공간성을 함께 느끼게 해 주지요.”

(위)사유적 공간, 360×160㎝ oil on canvas, 2017 (아래)사유적 공간, 363.6×227.3㎝, 2017
신작엔 고전 명화의 부분적 이미지가 많이 등장합니다.

“널리 알려진 명화 본래이미지를 가능한 손상시키지 않고 나의 해석과 재창조된 시뮬라크르(simulacre,복제)를 통해 초현실성이 있는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는 것이지요. 앵그르 ‘오달리스크’의 욕정과 세속성, 렘브란트의 고뇌와 회의가 엿보이는 인물과 상반되는 라투어의 희극적 캐릭터 악사의 대비 등을 나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일상적인 인물들의 우수와 고뇌,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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