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길상(吉祥)과 주술 형식 통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학 제시

고성만 화백은 “내가 원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의 진솔함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더니즘의 이성적 합리주의라는 패러다임에 짜여있지 않는, 우리들 삶을 그림으로 풀어놓고 관조할 수 있는 그러한 작업이 되기를 바랐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데일리한국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세포는 공생하며 진화한다는 미국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 Margulis)의 공생이론을 보며 한민족 의 남북분단이라는 우리 현실의 아이러니가 중첩됐다. 마치 해법을 찾은 듯 강렬했던 설렘에서 얻은 영감으로 전시 주제 ‘상상공생(Imagination of Symbiosis)’을 정했다. ‘상상’은 미래에서 현재를 되돌아보는 관점을 함의하는데 아이러니가 새로운 아이러니를 생산하는 중의적 함축미로 풀어내려 했다.”

오는 2월 1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고성만 작가를 약수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쓰린 상처(BITTER WOUND), 90×72㎝(each), Mixed Media on Korean Paper, 2018
이번 전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고 화백은 “나는 어릴 적 할머니가 평생을 새벽이면 정화수를 떠 놓고 기원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사람이란 길흉화복 중 복을 구하기를 원하고 흉한 것을 멀리하는 본연적인 바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조상들이 길상화(吉祥畵)를 그렸던 것처럼 결국은 인간의 안위와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존재에 관한 담론”이라고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고 화백은 한국에서 7080세대경험과 뉴욕에 살면서 9·11 테러사건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겪었다. “개인적으로 노마드(Nomad)를 원해서 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이민생활 30년, 여기서(약수동) 30년 살아보니 삶의 균형점, 인간에 대한 보편성이 어느 정도 보인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우리가 살면서 원하지 않는데도 힘들게 하는 전쟁이나 테러 같은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종교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삶의 안온함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화적 길상(THE BLESSING OF HARMONY), 53×45㎝(each), Mixed Media on Canvas, 2017

◇치유와 상생의 융·복합

‘조화적 길상’ 시리즈 역시 같은 맥락의 사유에서 풀어낸 작업이다. 언뜻 보면 서양화 같지만 경면주사 등 재료나 기법과 내용상으로는 주술적인 치유의 성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적 길상과 주술형식에서 삼라만상의 상생과 공생이라는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자 했다. 현대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요한 대안적 제시 중 하나가 ‘해체’다. 동양적으로 해석하면 해체는 새로움을 나타낼 수도 있는데 그것은 상생에너지와 관계하는 듯 싶다”고 설명했다.

화석화된 한국사(FOSSILIZED KOREAN HISTORY), 149×211㎝, Mixed Media on Korean Paper, 2018

그는 특히 “해체라는 화두의 포스트모더니즘시대에 나는 공생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서 "이것이 아이러니 같지만 한반도의 현실을 그림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나만의 치유와 상생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콩과 들기름의 조합으로 색을 내는 등 종교 이전의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흐름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이번 작업에서 표출된 것 같다”고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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