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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미술가 정정희…‘행복한 기억’기획전, 1월5~3월3일,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

  • '가을을 보내며', 1,440×200㎝, 1994
“얼어붙은 눈길 조심조심 내려간다 삐! 삐! 새가 숨어서 운다/눈이 실리어 가지마다 휘인 나무 삐! 삐! 가녀리게 운다/먼 곳 가까운 곳 전등이 꺼지지 않고 있는 신새벽/겨우내 새는 뭘 먹고 살았는지 준열한 천지가 내 눈앞에 아득하구나”<박경리 詩 생명, 우리들의 시간, 나남 刊>

부드럽게 하늘거린다. 주름이나 늘어지는 곡선 등의 가변성은 섬유미술의 소재가 갖는 특이성인 자연성의 따뜻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여러 개의 띠와 간극들은 시간과 공간의 ‘사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리드미컬한 곡선의 아우라가 투영된 그림자 그 음영까지 포용해 냄으로써 깊이감이라는 정취를 자아내는 시각미를 형성한다. 양감과 질감 위에 공간감이 어우러지는 은은한 색채의 가는 흔들림은 사유의 행로를 인도하는 담백한 연륜의 자취를 떠올리게 만든다.

조각을 전공한 후 섬유디자이너와 섬유미술작가로서 행보를 감안할 때 어딘가 조각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그만의 독특한 조형어법은 진솔한 삶에 대한 관조의 추구라는 빛나는 예술혼과 조우하게 한다.

“아트 패브릭(Art Fabric)은 유럽에서 시작해서 미국으로 전파되었다. 1957년 밀란 트리엔날레(Milan Triennale)서 폴란드의 솔로프레젠테이션에서 처음 선보였다. 직조작품의 매력은 화면의 평면성과 프레임(frame)에서의 해방이라 할 수 있다.

실을 세워가며 짜나가면 양감을 형성할 수 있고 짜지 않고 날실만 남겨두면 투명한 공간을 얻을 수 있다. 양감, 공간, 질감, 음영 이런 것들은 조각의 특성과의 공통점이기도 하지만 조각에서 소외되고 있는 풍부한 색채가 직조작품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 (왼쪽)'힘', 160×120㎝, 1983 (오른쪽)'즐거운 추억',150×150㎝, 1989
아트 패브릭은 나의 운명

패브릭 아티스트(Fabric Artist) 정정희(88)는 195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제6회 국전(國展)에 특선했다. 1960~61년 미국 필라델피아 뮤지엄 컬리지 오브 아트(Philadelphia Museum College of Fine Art)에서 직조를 공부하고 돌아 왔다.

공간화랑, 현대미술관(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와 함께 1984~1991년 현대미술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0~92 ‘Land of the Morning Calm’으로 미국과 캐나다 순회전, 1984~2000 한국섬유비엔날레, 2000 한국·인도네시아국제섬유미술교류전(자카르타 섬유미술관)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한민국공예대전 및 동아미술제 심사위원, 한울회 회장, 한국섬유미술가회 고문 등을 역임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서 만나 인터뷰에 응해준 작가정신에 경의와 감동이 밀려왔다. 이번 ‘행복한 기억(Happy Memory)’기획초대전은 서울시 중구 필동 소재,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에서 1월 5일 오픈해 3월 3일까지 열린다.

  • 정정희(鄭晶姬) 작가
한편 정정희(ARTIST JEONG JEONG HEE)작가는 2011년 9월 ‘김종영미술관’초대전에서 이렇게 밝혔다. “아트 패브릭은 1958년 브뤼셀세계박람회(Brussel World’s Fair)에서 전통방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의 작품으로 새로운 형식의 미술 분야로 자리매김 되었다.

그 작품들이 뉴욕현대미술관(New York Museum of Contemporary Craft)에서 전시 되었고 이후 각 미술대학에서 아트패브릭 과(科)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프로세스의 주관자이며 공로자가 잭 레너 라센(Jack Lenor Larsen)이며 필라델피아 뮤지엄 컬리지 오브 아트의 교수가 되었다. 나는 그의 제자가 되어서 운명적으로 섬유미술가가 되었다.”

권동철 @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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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1/24 10:18:16 수정시간 : 2018/01/25 19: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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