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색채로 파리의 여자들을 화폭에 담아냈던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1883~1956)의 한국 첫 특별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전시중이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로 시작되는 천재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명시(名詩) ‘미라보 다리’의 실제 주인공인 마리 로랑생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화가 인 동시에 시인이며 북 일러스트 작가다. 또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로도 활약했던 그녀는 세계 미술사에서 마크 샤갈과 더불어 색채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낸 작가로 손꼽힌다.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 제공- 키스 / 캔버스에유채 / 1927년
전시 제목이 '마리 로랑생-색채의 황홀'일 만큼 그녀는 무엇보다 색채에 대한 자신만의 매혹적인 감각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황홀한 핑크와 옅은 블루, 청록색, 우수가 감도는 회색 등은 마리 로랑생의 작품을 보면 누구나 한 번에 알 수 있는 것들로 만들어주었다.

전시는 마리 로랑생이 20대 무명작가이던 시절부터 대가로서 73세의 나이로 죽기 직전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시절까지 전 시기의 작품을 작가의 인생을 따라 추적해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1부 ‘청춘시대’ 섹션에서는 마리 로랑생이 화가 브라크와 함께 파리의 아카데미 앙베르에 다녔던 시절 그렸던 풍경화와 정물화, 자신의 초상화와 피카소의 초상화 등이 소개된다. 여성의 '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과장도, 노골적인 묘사도 과감히 배제하는 점이 특징이다.

2부 ‘열애시대’에서는 입체파와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으면서도 이시기에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드러나기 시작한 작품들이 공개된다. 기욤 아폴리네르와 사랑에 빠진 5년 간 마리 로랑생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부 ‘망명시대’에서는 기욤과 헤어진 후 독일인 오토 폰 바예첸 남작과 결혼을 하지만 결혼 1개 월만에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련을 겪은 시기다. 독일과 프랑스를 떠난 이들 부부는 스페인으로 망명을 한다. 이 시기 마리 로랑생은 고통과 비애, 외로움 등을 그림에 표현하며 어두운 색체와 함께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더 강하게 만든다.

4부 ‘광란시대’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인 남편과 이혼한 뒤 마음의 고향이었던 프랑스 파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유럽은 물론 미국에까지 알리게 된 시기의 유화 작품들이 소개된다. 1924년 마리 로랑생이 의상과 무대디자인을 담당해 큰 성공을 거둔 발레 ‘암사슴들’의 에칭 시리즈도 소개된다. 이시기 마리 로랑생의 예술 세계는 꽃을 피우게 된다. 수채화를 비롯해 명사들의 초상화, 의상, 무대 디자인 등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그녀는 확장한다. 특히 샤넬의 초상화 수정을 거부해 유명한 작품도 이 당시 작품이다,

가우디움 어소시에이츠 제공- 샤를델마스부인의초상 / 캔버스에유채 / 1938년
제5부에서는 북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했던 작가의 성취를 살펴볼 수 있는 38점의 수채화 및 일러스트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대표 실존주의 작가 앙드레 지드가 쓴 ‘사랑의 시도’를 비롯해 오페라로 더 잘 알려진 알렉산더 뒤마의 ‘춘희’,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 등의 북 커버 또는 책 안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다.

한편 문화 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와 KBS, 예술의전당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후원하는 '마리 로랑생-색채의 황홀' 특별전은 70여 점의 유화와 석판화, 수채화, 사진과 일러스트 등 총 16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어 마리 로랑생의 작품 세계를 20대부터 70대까지 총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입장권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티켓링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전시는 오는 2018년 3월 1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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