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연극평론가 겸 고려대 교수 신간…역사·젠더·민족주의·영화정치, 네가지 키워드

이상우 교수의 신간 '극장, 정치를 꿈꾸다'. 저자는 20여년의 연구성과를 '역사' '젠더' '민족주의' '영화정치' 라는 네가지의 물줄기에 아홉 편의 글로 띄웠다. 사진=테오리아 제공
[데일리한국 박진우 기자] 식민지, 전쟁을 거쳐 지금도 분단시대에 있는 이 땅의 연극과 영화가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문화정치학적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 새로 나왔다.

'극장, 정치를 꿈꾸다', 이상우(李相雨) 연극평론가 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신간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연극을 개척하고도 '친일'로 추락한 극작가 겸 연출가 유치진을 통해 한국 근대극을 재조명한 '유치진 연구'(태학사, 1997)의 저자로 유명하다.

이 교수는 사실주의극에서 전위 연극까지 우리 연극 100년의 발자취를 서연호 교수와 함께 집대성한 '우리연극100년'(현암사, 2000)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1930-40년대 아시아 영화들의 분석한 이와모토 겐지의 '영화, 대동아를 상상하다'(고려대출판문화원, 2017)를 공동으로 번역하고 '월경(越境)하는 식민지 조선의 극장―영화관의 다이글로시아와 리터러시'라는 글을 보론으로 썼다.

이 교수는 이처럼 20여년간의 연구로 축적된 지식을 '역사' '젠더' '민족주의' '영화정치' 라는 네가지의 물줄기에 아홉 편의 글로 띄웠다.

일본의 힘을 빌어 조선을 개혁하고자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망명끝에 암살당한 김옥균을 다룬 이야기들은 일제의 대륙 침략주의를 지지하는 알리바이가 됐다. 한편으로는 민족수난사의 소재로 대중에게 소비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소설가인 김명순은 맞선 본 남자한테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오히려 김기진을 비롯해 김동인, 염상섭 등의 남성 지식인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받았다.

결국 김명순은 금욕주의적 연애 이상을 추구하는 희곡 '의붓자식'과 '두 애인'을 통해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했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였던 신상옥은 박정희-김정일 정권의 남북 모두에서 진정한 예술 창작의 자유를 제공받지 못했다.

박정희 정권의 검열과 통제는 영화의 질을 높여 해외진출을 하고자 했던 감독이자 제작자의 꿈을 좌절시켰다.

김정일 정권의 유일사상체제는 오로지 그의 영화를 대외용으로만 이용하고자 했고, 결국 자유를 찾아 탈출하면서 북한영화사에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이상우 교수는 "신상옥 영화는 예술이 정치에 지배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극장, 정치를 꿈꾸다' 이상우著, 392쪽, 테오리아 出刊(2018년 1월),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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