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 출신의 특이한 경력소유자, 한국역사 속 문양을 그림으로 녹여 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슴 속 깊이 다라니경(陀羅尼經)을 토대로 작업을 해 보고 싶다. 예리하게 파서 복잡하고 섬세하여 마치 외계인이 한 것 같은 문양이다. 실물은 크지 않지만 너무나 정교해 그림으로는 500호 정도는 되어야지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속내를 밝힌 문수만 작가.
[데일리한국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제 작품의 근본엔 밀고 당길 수 도 있는 인간관계가 내포돼 있습니다. 그 위에 우리나라 역사의 흔적, 문양이라는 독창적 아름다움을 얹는 작업을 오랜기간 해왔습니다. 따라서 작품의 동그란 문 열면 역사의 시간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서울 조계사 인근 조용한 찻집에서 서양화가 문수만 작가를 만나 그의 그림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문 작가는 '동그만 문'을 열고 역사의 시간 속으로 풍덩 빠져들라고 관람객들을 초대했다.

문수만 작가의 ‘시간의 문(GATE OF TIME)’ 개인전이 오는 20일부터 2월2일까지 2주간 인천시 중구 신포로 ‘갤러리지오’에서 열린다. 문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시뮬라크르(Simulacre)’, ‘클라우드(Cloud)’, 클로 펜(Klopfen), 프랙탈(Fractal) 등 연작을 한꺼번에 모두 보여준다. 그는 2005년 첫 개인전 이후 2010년부터 회화적 상감기법을 선보여왔으며, 이번이 열네 번째 개인전이다.

Cloud, diameter 95㎝ Acrylic on canvas, 2017

‘클라우드’ 연작 중에는 작가가 지난해 7월 청주에 있는 운보미술관에서 3인전(展)을 초대받은 후, 고(故) 김기창 화백이 생전에 담배를 피우는 자료를 보고 떠올린 콘셉트의 작품도 있다.

또한 조선시대 이도다완은 굽에 유약이 몽글몽글 뭉쳐있는 것이 숨어져 있는데 그 느낌에서 얻은 영감을 작품 옆구리에 운용하기도 했다. 그것이 ‘프랙탈’이고 상감기법을 활용한 ‘시뮬라크르’ 연작으로 탄생했다. 문양의 3차원 형상을 2차원으로 플렛(flat)하게 펼쳐놓은 것이다.

문 작가는 “그동안 리서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우리나라 문양 만도 무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며 "이제는 당나라 등에서 건너와 변형된 것까지 유추할 수 있을 만큼 눈을 뜨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작가는 "그러한 과정에서 정사(正史)뿐 아니라 에피소드를 경험하게 됐다"며 "그같은 흥미로움이 작업의 매력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Gate of Time, diameter 85㎝

문 작가는 1993년 상공자원부장관상(우수디자인상), 95년 전국발명진흥대회 특허청장표창을 받았고 특허 국내외 등록/출원 및 관련기술만도 100여건에 달하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젊은 날의 성공이 기회이자 독이었다"면서 "일생일대의 건강 적신호가 왔고 퇴원하면서 다시 새 인생을 살고자 다짐했고, 그리고 붓을 들었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문 작가는 하지만 사회에서 쌓아온 많은 경험들이 현재의 그림 작업에 유용한 자산이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어떤 분야든 엉뚱한 것에서 뭔가를 가져와 미술로 끌어오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항상 그렇게 생각하려 애써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이유를 "젊은 날 발명가를 오래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유일한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Klopfen, diame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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