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목소리 더 많이 들어야" "가슴 울리지만 김정은 관심 갖겠는가"
장흥 출신 유명 소설가 한승원씨의 딸로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해 이름을 떨친 작가 한강은 지난 8일(현지시간) NYT 선데이리뷰에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호전적인 내부 분위기를 소개한, 고정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방북기와 나란히 작가 한강의 글을 배치해 관심을 모았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한강은 1960년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축적된 불안감에 순응한다는 것이 곧 굴복을 의미하는 게 아니며, 한국인들이 평화를 강하게 갈망하고 있다는 점을 다뤘다"고 높게 평가했다.
한강의 이번 NYT기고문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읽혔을뿐 아니라 논쟁의 중심에 오른 글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시애틀의 N. 아처는 "우리는 서울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 매일 같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저지시티 출신의 라이오넬 후츠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로 긴장을 높이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전쟁은 상상할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한강의 글에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경고하는 상황과는 맞지 않는 감성적 접근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뉴욕의 피트는 "가슴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당신의 주장에 100% 공감할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트럼프는 터프하게 보이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한강이 1950년대 한국전쟁을 이웃 강대국의 '대리전'으로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박이 잇따랐다.
워싱턴의 한 네티즌은 "한강 기고문은 아름답고 가슴을 울리지만 과연 김정은도 관심을 갖겠는가"라며 "분명 한국전쟁은 (대리전이 아니라) 북한의 남침으로 터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한강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바로 국경 너머에 있는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할까, 방사능이 누출될까 무섭다"면서 "우리는 서서히 고조되는 말싸움이 실제 전쟁으로 번질까 두렵다"고 한국인들의 속 깊은 인식을 전했다.
한반도 위기에도 짐짓 태연한 듯 지내는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이런 고요함이 한국인들이 정말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모두가 전쟁의 공포를 진실로 초월해냈을 것 같으냐"는 물음을 던지면서 절대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강은 특히 "우리는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 없으며 불가능한 구호일 뿐이라는 걸 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