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 제작과 유통, 저작인격권·저작재산권 모두 침해

위작 작가 밝혀내기 어렵고, 감정 완벽히 이뤄질 수 없어 문제

위작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고(故) 천경자 화백의 추도식이 열린 10월 30일 서울시립미술관에 마련된 상설전시실에서 추도객이 천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황혜진 기자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최근 천경자 화백의 타계 소식과 함께 다시 불 붙은 ‘미인도’ 위작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생전에 작가 본인이 ‘미인도’(원제: 나비와 여인, 29Ⅹ26㎝)라는 그림을 그린 적이 없으며 위작이라고 밝혔지만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감정 작업을 진행한 한국화랑협회가 진품이라는 결과를 내놓아 미술계가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천 화백 타계 후 미인도의 진품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전에 한국화랑협회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분석이 진품이라는 감정 결과에 중요한 근거가 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국과수의 감정조차 이뤄진 적이 없었던 것으로 최근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유족들은 미인도가 진작(眞作)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어 차후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위작 그리는 것만으로 저작권법 위반…영리목적이라면 고소 없이도 형사 재판 가능

위작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것만으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는 작가의 그림 여러 장을 조합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송현의 하병헌 대표 변호사는 “위작은 원작자의 미술저작물을 허락 없이 복제하고 전시하는 등의 행위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저작물을 조합해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저작권법 13조에 따라 저작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에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 일반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은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인 침해가 이뤄졌을 경우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형사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저작자가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해서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해 저작물을 공표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 변호사는 “위작은 진품으로 둔갑해 유통되기 때문에 사기죄에 해당된다”며 “그림은 사문서의 도화에 해당되므로 사문서 위조죄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사진2. 이중섭의 ‘물고기와 아이’(진작·왼쪽)과 위작 의혹에 휩싸인 ‘물고기와 아이’.


감정 완벽하지 않아 수사나 판결 어려워

위작과 관련해 최근 가장 크게 이슈화 했던 재판은 이중섭과 박수근의 위작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던 한국고서연구회 고문 김용수 씨 사건이다. 김 씨는 2005년 2월 가짜로 판명된 이중섭 화백의 그림 '물고기와 아이'를 2005년 2월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를 통해 경매 입찰이 아닌 방식으로 판매하는 등 위작 5점을 팔아 9억 1,900만 원을 챙긴 사기 등의 혐의로 2009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과학 감정까지는 하지는 않았지만, 물감이 이중섭·박수근 화백이 살아 있을 당시에는 사용하지 않던 것으로 추정되고 무명화가의 작품이 좋아 보여 샀다는 김 씨의 진술도 당시 그 그림에 집 한 채 가격을 지불했다는 점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며 "압수한 물건이 위작에 가깝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그림이 위작일지라도 김 씨가 이를 직접 위조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재질이 오래돼 진품 못지않은 형태를 갖추고 있어 진품임을 확신했을 가능성도 있는 점, 고령이고 그간 별다른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도 진위 판정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한 화랑 관계자는 “사실 시중에 떠도는 위작의 양에 비해 위작 사건이 제대로 처벌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위작 작가가 누구인지 밝혀내기가 어려워 유통한 사람만 구속되기도 하고, 또 감정이 완벽하게 이뤄지기 어려워 수사나 판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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