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당시의 질서정연, '이지메' 현상..일본의 이중적 집단주의 해부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우리에게는 광복 70주년, 일본에게는 종전 70주년을 맞는 해다. 취임 이후 줄곧 본질을 흐리거나 회피하는 발언으로 과거사를 왜곡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어느 수위로 ‘사죄’를 표현했는지를 두고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그의 담화에 '사죄'라는 단어가 들어갔다고 한들 그것이 진심, 일본어로 혼네(本音)가 아니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성호철의 신간 <와! (和) 일본>(나남)은 진심을 알 수 없는 일본인의 속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본의 이중적 집단주의, 전쟁을 대하는 일본인의 태도 등 일본과 일본인이라는 난해한 퍼즐 맞추기에 독자를 초대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응집하는 일본인의 의식구조 해부'이다.

저자는 일본어 통역 일을 하고 도쿄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했다. 20년가량 일본 사람을 만나고, 일본 열도를 여행하며 자신이 일본 전문가임을 자처했다. 하지만 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과 일본인이 점점 더 알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얕게 알면 다 알게 된 것 같지만 오래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는 게 일본이라는 것이다.

1만 8,0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태 당시 일본 이재민들은 70억 세계인을 놀라게 할 정도로 침착하고 질서정연했다.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보급품을 타기 위한 줄이 흐트러진 일이 없었고, 우동 10그릇을 계속해서 뒷줄로 넘기며 서로 양보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노숙자를 살해하고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쓰레기 청소를 했을 뿐”이라고 말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청소년 범죄나 한 명을 정해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소외시켜 자살까지 이르게 하는 '이지메' 또한 일본의 얼굴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개인의 성향이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 나타나는 집단주의가 두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15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와! (和) 일본>은 지난 2014년 게이오대학에 방문연구원으로 다녀온 저자가 1년 동안 도쿄에 머물며 쓴 책이다. 현재 조선일보 기자인 저자는 일본과 일본인을 알고 싶다면 그들이 보는 세계를 ‘안’과 ‘밖’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와(わ·和), 눈[目], 전(戰) 등 그들을 이해하는 열쇠인 핵심 단어 3가지를 제시한다. 그가 정리한 키워드들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보면 일본이라는 미지의 섬에 깔려 있던 안개가 서서히 걷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성호철 프로필
신문기자. 젊은 시절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원서를 열 번 넘게 완독했다. IT전문 일간지인 전자신문에서 기자의 첫 발을 뗐으며, 매일경제신문을 거쳐 현재 조선일보에서 일하고 있다. <소통하는 문화권력 TW세대>(저서), <손에 잡히는 유비쿼터스>(번역서) 등 책 몇 권을 쓰거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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