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6개월 맞는 세빛섬,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 시도

카페·뷔페·결혼식장·국제회의·공연·전시 등 다양한 시설 갖춰

낮·밤, 날씨에 따라 여러 풍경… 유람선 보며 색다른 추억 만들기

반포 세빛섬의 노을지는 모습. 사진=동효정 기자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2011년 이후 운영사 선정 문제로 방치됐던 세빛둥둥섬이 '세빛섬'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시민들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가빛·채빛·솔빛 3개의 섬과 육지와 연결된 예빛으로 구성된 세빛섬이 한강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는 16일 개장 6개월을 맞는 세빛섬을 <데일리한국> 기자가 주간·야간 2회에 걸쳐 취재했다.

세빛섬의 흐린날 오후 풍경… 물안개와 어우러져 운치

지난 3월31일(화요일) 오후 2시. 흐린 날씨에도 세빛섬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햇빛이 반사돼 반짝이는 한강은 볼 수 없었지만 물안개와 어우러진 세빛섬의 모습이 운치를 더했다. 데이트 나온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거닐거나, 30대 주부부터 60대의 남·녀 중년층까지 칵테일이나 커피를 앞에 놓고 한강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가빛섬 내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메인홀에서의 결혼식. 사진=FIC컨벤션 제공

세빛섬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가빛섬'은 연면적 5478㎡에 높이 27m의 3층 건물로 세빛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 '가빛'이란 고급스럽고 우아한 빛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건축물도 활짝 핀 꽃 모양을 형상화했다.

가빛섬 2층 FIC컨벤션은 국제회의·브랜드 런칭 행사·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수상 컨벤션 공간이다. 돔 형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어디서든 한강이 내려다 보인다. 둥근 구조로 신랑·신부의 모습을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있으며,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는 길인 '버진 로드'가 긴 것이 인상적이다. 주례석 뒤편은 자동 커튼으로 환상적인 한강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웨딩홀 선택에 따라 야외 결혼식이나 유럽식 소규모 결혼식도 가능하다.

플로팅 아일랜드 컨벤션 웨딩의 가장 큰 장점은 한강 조망의 특별함과 품격에 더해 여유로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식 시간은 컨벤션이 오후 12시· 5시, 리브고쉬홀은 오후 1시·6시다. 5시간 간격으로 결혼식이 치러져 시·공간적으로 여유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결혼식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FIC 컨벤션 오윤주 매니저는 "실제로 신랑·신부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한강이 보이는 라운지 공간"이라며 "서울이나 지방에서 오는 하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고,제대로 초대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흡족해 한다"고 말했다.

모든 자리 창가 배치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비스타 펍. 사진=FIC 컨벤션 제공

3층 '비스타펍'은 코스 정찬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과 캐주얼한 감각의 펍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비스타 펍은 샤넬의 패션쇼 후 파티 장소로 이용된 곳으로 장쯔이 등 유명 영화배우들이 자리를 빛내서 더욱 유명해졌다. 모든 자리가 창가로 구성되어 한강을 조망하며 63빌딩과 남산을 함께 볼 수 있다.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고급 와인과 세계 각국의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기능하는 독특한 문화 공간이다.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어서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는 창가 끝 자리는 예약 없이는 앉을 수 없을 정도이다. 비스타 펍을 찾은 50대 부부는 "칵테일 한 잔에 만원도 되지 않아 조금 놀랐다"면서 "몇 시간 동안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중에 이렇게 저렴한 곳은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타펍 또한 독립된 공간과 야외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 비스타펍 김현수 지배인은 "비스타펍에서 소규모 웨딩이나 약혼식을 진행하는 커플들이 많다"면서 "2층 연회장에서 예식을 진행한 후 파티를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요일이나 금요일 밤에는 젊은이들의 파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빛섬의 4층 야외 공간에도 독특한 콘셉트의 펍이 생길 예정이다. 김 지배인은 "4층은 비스타펍과 달리 더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야자수를 놓고 야외의 느낌을 살려 '셀프 세계 맥주 바'콘셉트로 꾸며질 예정이어서 젊은 감각을 가진 시민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세빛섬의 야경. 사진=플로섬 제공

밤에 찾은 커플들, 창가에서 유람선 보면서 추억 만들기

며칠 뒤인 3일(금요일) 저녁 7시. 다시 찾은 세빛섬은 낮보다 밤에 더욱 아름다웠다.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형형색색 빛나는 세빛섬은 지나가는 시민들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정도로 황홀했다.

가빛섬의 FIC컨벤션에는 예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분위기 좋은 펍이였던 3층에서는 한 무역회사의 기업 연회가 열렸다. 한강이 보이는 통유리창을 배경으로 PPT를 진행하며 사업을 소개하는 모습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1층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라'도 주말 당일엔 예약조차 안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올라는 효성에서 특급호텔 총주방장을 스카우트해 음식 맛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파스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이곳은 저녁 8시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창가 자리에서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주말에는 유람선에서 폭죽까지 터뜨리는 풍경까지 무료로 볼 수 있는 올라는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로 제격인데, 종종 4인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가빛섬 내 1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올라'에서 바라본 석양. 사진=플로섬 제공

방배동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어머니의 생일이어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세빛섬을 찾았다"면서 "가격이 비쌀 것 같아 예약을 망설였지만 알아보니 일반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비슷한 수준인데다 한강 야경까지 즐길 수 있어서 맘에 든다"고 말했다. 올라의 메뉴를 보면 피자·파스타 등의 단품은 1만원대부터 3만원대까지 다양하며, 코스 역시 3만원대부터 8만원대까지 구성돼 있다.

'솔빛섬'은 꽃의 씨앗 모양을 형상화했다. 보기 좋고 훌륭해 본보기가 되는 빛이라는 뜻의 솔빛섬은 1098㎡ 크기에 높이 13m로 이뤄진 2층 건물이다. 세빛섬의 테라스라고 할 수 있는 '예빛섬'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전면이 미디어 아트 갤러리로 되어 있다. 최근 세빛섬은 예술의 전당과 MOU를 체결했다. 이에따라 예빛섬과 솔빛섬에서는 예술의 전당이 주관하는 공연, 전시, 발레나 클레식 콘서트와 같은 순수 예술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단체 응원이 열리기도 해 한강바람과 캔맥주를 들고 찾는 이들도 많다.

'채빛섬'은 3419㎡ 크기에 높이 21m, 3층 건물로 이루어졌다. 피어나는 꽃봉오리 모양을 형상화했으며 '채빛'이라는 이름엔 밝고 화려하고 즐거운 빛이 가득하다는 뜻을 담았다. 2·3층엔 뷔페 레스토랑이 있다. 채빛섬 2층에는 국내 유일의 수상 뷔페 레스토랑인 '채빛퀴진'이 문을 열었다. 총 300석 규모로 점심 140종, 저녁 160종 이상의 다양한 메뉴를 제공한다. 점심 3만4000원, 저녁 5만5000원(VAT 포함)으로 평일 점심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현재는 비어 있는 공간인 1층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입점할 예정이다. 밀크티 공차, 이탈리아 정통 젤라또 회사인 빨라쪼 등이 4월 내 입점을 위해 인테리어 시공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예빛섬 문화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플로섬 제공

세빛섬은 현재 건물이 아닌 한강에 띄운 배로 등록되어 있다.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있는 부체에 건물을 지은 건축물이다. 일각에서는 장마철 수위가 상승하고 물살이 빨라지면 세빛섬이 떠내려갈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세빛섬측은 "GPS(위성항법장치)와 와이어로 구성된 계류안전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비가 많이 오거나 팔당댐의 방류로 한강의 수위가 상승할 때는 섬을 잡아주고 있는 계류체인이 풀리면서 섬의 위치가 움직인다. 최대 16m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GPS를 통해 섬의 좌표가 변경되면 와이어가 풀렸다 감겼다 하면서 섬이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해준다는 것이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고 한강 둔치와 세빛섬을 연결하는 도교도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효성 측은 5월까지 도교의 등을 섬 외벽과 같은 LED로 바꾸고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수상레저 시설도 준비 중이다. 예빛섬 앞 쪽으로 보트를 위한 작은 항구를 만들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보트 운행은 5월 중 시작될 예정이다.

세빛섬 측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문화 쉼터로…"

다만 '솔빛섬'의 문이 현재 닫혀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예술의 전당과 MOU를 맺었지만 전시가 계획되지 않은 기간에는 개방하지 않아 문화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장 초기부터 언급됐던 접근성과 주차장 문제도 더 보완해야 한다. 세빛섬 주차장은 300여 대로 방문 인원을 전부 수용하기에는 부족한 편이다.

세빛섬이 솔빛섬 내 전시를 활성화하고 주차 문제를 해결한다면 시민들이 편히 즐길 수 있는 '서울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 측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 한강사업부와 만나 주차장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며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세빛섬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 쉼터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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