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워너, 중앙애니메이션 지분 100%로 늘려

전문가들 "국내 PP들 타격 불가피할 것"

타임워너의 계열사 터너엔터테인먼트네트웍스코리아가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카툰네트워크'를 보유한 중앙애니메이션 지분을 100% 인수했다. 사진=카툰네트워크 사이트 캡처
미국의 종합 미디어그룹 타임워너가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지분을 100%까지 확대하면서 막강한 자본력과 콘텐츠를 지닌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미디어 시장 장악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3년의 유예 기간이 지나면 외국인도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지분을 100% 보유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PP에 대해 49%까지만 외국인 투자가 가능했지만 지난 3월 15일 이후로 외국인 투자가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 후 처음으로 타임워너가 국내 PP 지분 100%를 소유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미디어 시장의 외국인 지분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타임워너의 계열사 터너엔터테인먼트네트웍스코리아가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카툰네트워크'를 보유한 중앙애니메이션 지분을 100% 인수하고 지난달 31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방송채널사용사업 최다액출자자 변경'을 신고했다. 중앙애니메이션은 중앙방송이 51%, 터너엔터테인먼트네트웍스코리아가 49%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를 인수한 타임워너는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과 영화전문 채널 HBO 등을 운영하는 전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이다.

타임워너뿐 아니라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사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도 5월쯤 CJ E&M과 합작해 설립한 NGC코리아의 지분을 확대할 예정이다. 헐리우드 영화사 소니픽처스텔레비전도 iHQ와 합작 설립한 AXN코리아의 지분을 100%까지 늘릴 계획이다. SK텔레콤과 월트디즈니의 합작법인 디즈니 채널도 외국인 지분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 세계 미디어 강자들이 PP를 통해 국내 미디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면 아직 역량이 부족한 국내 PP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PP들은 주로 미국의 프로그램을 구매해 편성했는데, 앞으로 미국 기업들이 직접 PP로 국내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리며 프로그램을 국내 PP에게 판매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한미 FTA 시행 이후 PP들이 국산 프로그램 의무 편성률이 영화는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낮아진 점은 외국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이미 우수한 콘텐츠를 가졌고 생산 능력도 출중한 외국 미디어 기업들이 PP로 국내 미디어 시장에 진출을 확대한다면 국내 PP들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면서 "일각에서는 국내 경쟁력을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이제 겨우 제작을 시작했거나 아예 제작 자체를 못하는 PP들이 상당수인데 경쟁력을 논할 상황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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