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마음 대변…일부 콘텐츠 조회수 10만 명 육박

상사에 대한 불만·연차사용·출퇴근 관련 글이 가장 인기 높아

SNS 페이지 '회의하는 회사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사진='회의하는 회사원' 페이스북 페이지
"출근이 힘들까/퇴근이 힘들까-둘 다 인마.doc"

"젊은 사람이 연애도 하고/학원도 다니고 해야지/여태 퇴근 안 하고 뭐해-네가 시킨 거.doc"

"소맥잔, 양맥잔/원 없이 돌려받았지만/진정 돌려받고 싶은 건-내 청춘.jpg"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회의하는 회사원' SNS 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이 페이지에는 일주일에 두 차례에서 많게는 다섯 차례까지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짧은 글이 게재되는데, 지난달 6일 개설된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팔로워수가 8,000명을 넘었다. 가장 많이 읽힌 콘텐츠는 조회수가 10만 명을 육박하고, '좋아요' 클릭수는 1,600명 가까이 된다. 게재된 글들이 일부 기업의 사내 인트라넷 화면에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페이지명인 회의하는 회사원은 '매일 회의를 하며 매일같이 회의에 젖어드는 회사원'을 중의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운영자는 게시물에 회사에서 결재 시 사용하는 보고서 형식을 따와 '보고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서대리'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 란에 글이 들어가고 맨 아래 '관련문서'가 표기되는 식이다. 관련문서는 곧 게시된 글의 제목이 된다. 예컨대 '당연한 건데/왜 이리 기뻐'라는 글 아래 '정시퇴근.doc'이라는 제목이 적히는 식인데, 허를 찌르는 제목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결혼식 등 경조사가 자주 있는 주말과 대체휴일제가 적용됐던 추석 연휴 등에는 해당 날짜와 관련된 글을 게시하며 공감대를 더욱 넓혔다. 때로는 운영자가 글 내용을 직접 일러스트로 옮겨 함께 올리기도 한다.


이 페이지는 독자들에게 제보도 받고 있는데, 이들이 회사 생활과 관련된 사연을 적어 보내면 페이지 운영자가 그 내용을 짧은 시 형식으로 만들어 게시한다. 운영자에 따르면 가장 많은 공감대를 얻은 게시물은 상사에 대한 불만이나 연봉·연차사용, 출퇴근과 관련된 글이다. 특히 '이직해도 다 똑같은데/뭣 때문에 옮기려 그래-거긴 네가 없어', '당연한 건데/왜이리 기뻐-정시퇴근'과 같은 글들이 인기가 높았다. 한 구독자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페이지 글을 캡처해 지정해두었다가 난생 처음 6시 칼퇴근을 할 수 있었다"며 그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운영자는 "구독자들이 자신이 회사 생활에서 겪었던 부조리함을 호쾌하게 갚아주는 내용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하다"면서 "실제 이름대신 서대리라는 별칭을 택한 이유도 이직이나 퇴사, 연봉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높은 대리 직급의 누군가를 통해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작게나마 대변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운영자는 실제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회사원이기도 하다. 그는 "그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직장인들끼리 술자리나 점심시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체로 비슷한 내용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것들을 끌어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까지는 직장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회사에 대한 불만사항이나 부조리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를 확장해 대한민국 회사원들이 함께 희망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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