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과 집필에만 25년
여성 교황 '조안' 다뤄

(사진=영화 '여교황 조안' 한 장면)
출판계의 '교황 마케팅'이 거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 관련 도서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구성과 집필에만 25년 걸려 저자 존 줄리어스 노리가 81세 되던 해 출간된 '교황 연대기'가 화제다. 책에는 과거에 여성 교황이 있었다는 등 비사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역사상 유일한 여자 교황으로 거론되는 '조안'은 2009년 영화로 제작될 만큼 관심을 끄는 이야기다. 1265년 도미니코회의 한 수사 마르티니가 쓴 '교황과 황제 연대기'를 통해 중세시대 여성 교황인 조안의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르면 당시 조안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만장일치로 교황에 선출됐다.

조안이 여성이란 사실이 밝혀진 과정도 흥미롭다. 동료 수사와 잠자리를 한 조안은 임신을 하게 됐는데, 정확한 출산일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행사를 위해 길을 나서던 중 출산을 했고, 이에 분노한 추기경들이 그의 발을 말꼬리에 묶어 로마 시내 거리를 끌고 가다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가톨릭계 내에서는 워낙 수치스러운 일이었기에 조안은 공식 교황의 이름에서 제외됐다.

이후 교황을 선출할 때 후보자가 여성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됐다. 하위 성직자 중 한 사람이 후보자의 생식기를 만져보고 "고환이 달려 있습니다!"라고 외친 후에야 교황으로서 인정이 된 것이다. 후보자가 큰 구멍이 뚫린 의자에 앉아 자신의 생식기를 확인시키는 '의자시험'도 생겨났다.

이 같은 비사를 알리면서도 저자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 마찬가지로 조안의 실존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조안이 교황으로 재임했던 때가 855~857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레오 4세(847∼855)와 베네딕토 3세(855∼858) 사이에 공백이 없었고, 동시대의 기록에도 조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교황 조안의 이야기는 1,000년이 넘도록 흥미를 끌며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0년간 역사에 기록된 교황은 265명이다. 그만큼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황이 존재했다. 책에는 재임한 지 보름도 안 돼 선종한 요한 바오로 1세, 두 차례 세계대전 기간에 교황직을 수행한 베네딕토 15세, 최초로 즉위식을 거부한 요한 바오로 1세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영적 지도자이자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인 교황, 그 역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펼쳐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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