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대선취재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진땀을 빼고 있다. 본인들의 비리 의혹에 ‘가족리스크’까지 겹친 탓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지, 범법 혐의자들의 진흙탕 싸움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사상 최악의 대선후보라는 평가 속 판세도 예측불허다. 지지율은 출렁이고 있다. 그 어느 쪽의 우위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 승부는 양강의 이전투구에 지쳐 관망세에 접어든 스윙보터(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들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대장동 의혹에 '전전긍긍'

이 후보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형수 욕설 논란과 여배우스캔들 등으로 “가십이 가장 많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그를 정조준했다. 이 의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재직할 때 진행한 판교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비롯됐다.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의 7%를 보유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그 관계사가 수천억원의 배당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게 골자다.

이 후보는 특별검사(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지만,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지난 9월23일 야당의원 107명이 발의한 일명 ‘이재명 특검법’이 번번이(3차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법사위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마지막 관문으로 불린다. 법사위원은 모두 1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12명은 범여(汎與)권(민주당 11명·열린민주당 1명)으로 분류된다.

이 후보는 답답한 모양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와 수익 배분 등에 관여한 핵심관계자로 알려진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 이어 같은 의혹으로 참고인 수사를 받아오던 김문기 공사 개발사업1처장까지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답답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런 표현을 하면 좀 그렇지만 미치겠다”면서 “있는 게 없어 드러날 수 없다. 특검을 했으면 좋겠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게 제 심정”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엔 한 숨 돌렸지만 대장동 의혹엔 발목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을 받아왔다. 이는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검찰이 여권 인사나 언론인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고발장이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인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이어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제보자인 조성은 씨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윤 후보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윤 후보는 이 의혹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 9월부터 줄곧 “특정 세력의 정치공작”이라면서 “작성자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소위 ‘괴문서’가 아니라 정상적인 자료와 절차로 검증을 요구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고발 사주를 지시할 이유도 없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현재진행형’인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달리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혹을 수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손 검사에 3차례 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모두 기각됐다. 손 검사가 지병으로 입원 치료받으면서 소환조사도 무기한 연기됐다. ‘고발 사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감찰·수사 방해` 등 의혹 사건으로 입건된 윤 후보의 소환조사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윤 후보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을 받고 있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 이재명·윤석열, '가족리스크'에 동병상련

이 후보와 윤 후보 본인들의 의혹과 함께 ‘가족리스크’도 이번 대선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후보는 장남 동호씨의 불법 도박과 마사지업소 성매매 의혹이 불거졌다. 윤 후보는 부인인 김건희씨의 허위 학·경력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는 동호씨의 불법 도박 의혹을 인정, 사과했다. 다만 성매매 의혹에 대해선 “부모 된 입장에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역시 여론이 악화하자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여론은 냉랭하다. 후보들의 의혹에 가족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망세에 접어든 스윙보터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전투구에 지친 일부 유권자는 아예 대선판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 공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2030세대에서는 두 후보를 ‘비호감’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넘어 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직장인인 윤모(37)씨는 “대선이 코앞에 왔지만, 뽑을 후보가 없다”면서 “양강이라고 하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도덕성도 문제지만, 정책 대결을 통해 비전을 보여줘도 모자란 시간에 의혹과 논란으로 말싸움만 늘어놓고 있어 안타깝다. 이런 후보들이 당선된다고 한들 뭘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학생인 오모(24)씨는 “박근혜 정부를 겪고 나니 최대한 흠결이 없는 사람을 뽑고 싶다”면서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스캔들까지 불거져 도덕적 타락을 확인시켜준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겐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생인 김모(23)씨는 “대선 후보라면 기본적으로 올바른 생각과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후보와 윤 후보의 평소 언행을 보면 수준이 낮은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청년 공약도 내놓고 있지만, 와 닿지 않는다. 선거 막판에 가서야 내가 누굴 뽑을지 알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인 심모(33)씨는 “투표하러 가겠지만, 아직 누굴 뽑을 진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등 각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바를 좀 더 알고 싶은데, 모든 이슈가 후보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 집중돼 있어 투표장에 들어가서야 내가 누굴 찍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일자리·부동산 요구하는 2030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여겨지는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그들이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전처럼 2030세대와 맥주잔을 기울이고 어울린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2030세대가 요구하는 것은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일자리와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의 도덕적인 흠과 별개로 2030세대가 요구하는 일자리라든지 부동산, 자산 형성에 대한 문제를 풀어준다면 그쪽으로 표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데 양 진영에서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 혐오감, 불신으로 인한 기권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원래 스윙보터들로 여겨지는 세대”라면서 “투표율은 이들이 현 정권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만약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면 투표율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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