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라면, 이색 레시피로 MZ세대 입맛 공략

시각장애인 위해 컵라면에 점자표기 도입

[편집자주] 국내 유통기업들이 기업생존을 위한 변화의 전환점을 맞았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온라인 쇼핑 수요 급증, 최저임금 상승,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시대에 맞는 변화와 함께 혁신적인 제품 개발, 디지털 전환 전략 등을 강화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데일리한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대표 유통기업들의 혁신적인 제품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오뚜기 열라면. 사진=오뚜기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오뚜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기 위축에도 차별화된 신제품과 앞서가는 마케팅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특히 오뚜기의 대표 제품인 라면에서 두드러진다.

◇열라면의 역주행…MZ세대 입맛 사로잡다

1996년 처음 출시된 ‘열라면’이 최근 들어 역주행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열라면은 매운맛을 측정하는 기준인 스코빌 지수가 5013SHU에 달하는 얼큰한 국물라면이다.

역주행을 이끈 주역은 MZ세대다. 오뚜기가 열라면을 활용한 이색 레시피를 제공해 맛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것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기 레시피는 ‘순두부 열라면’이다. 열라면 반개에 순두부 반 모, 계란, 다진 마늘, 후추를 첨가하는 이 레시피는 젊은 층 사이에서 ‘꿀조합’으로 주목받으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SNS상에는 ‘한 번 먹고 중독돼서 계속 만들어 먹게 된다’, ‘이 맛에 반해서 열라면을 잔뜩 사놨다’ 등의 후기가 이어졌고, 자신만의 재료를 추가한 ‘순두부 열라면’ 레시피를 공유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오뚜기가 소비자 요구에 따라 열라면 맛을 개선한 것도 역주행 열풍에 한몫했다.

MZ세대의 관심은 매출로 이어져, 올 상반기 열라면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다. 수년 동안 2조원대 안팎에 머무르며 정체를 겪고 있는 라면 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라 의미가 더 남다르다.

순두부 열라면 레시피. 사진=오뚜기 제공
◇라면도 ESG…컵라면에 ‘점자’ 표기

오뚜기 용기면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이달부터 생산된 오뚜기 컵라면 패키지를 살펴보면, 기존에 없던 검은 줄이 눈에 띈다. 바로 ‘점자’다.

시각장애인들의 편의 증진을 위해 오뚜기가 업계 최초로 점자를 표기한 컵라면을 선보인 것이다.

점자 도입의 불씨를 당긴 것은 한 소비자다. 올해 초 오뚜기는 ‘시각장애인들이 식별하기 힘든 컵라면의 물 붓는 선 표기를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품 개선에 나섰다.

오뚜기는 패키지 디자인 샘플을 제작한 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점자의 위치와 내용, 가독성 등에 대한 점자의 읽힘성을 높였다.

그 결과 제품명과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를 점자로 표기한 최종 패키지 디자인이 탄생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이 점자의 위치를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점자의 배경은 검은색으로,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한 것도 특징이다.

오뚜기는 '컵누들 김치·얼큰 쌀국수' 등 일부 제품을 시작으로, 향후 컵라면 전 제품에 점자 표시를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열라짬뽕 사진=오뚜기 제공
◇“새로운 맛, 새로운 시도”…오뚜기의 실험정신

오뚜기는 라면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다. 라면에 색다른 재료를 접목하거나 기존 제품을 조합하는 식이다.

2018년에는 일반적인 라면의 개념을 뛰어넘은 ‘쇠고기미역국 라면’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고, 이후 비건 트렌드를 겨냥한 채식 라면 ‘채황’, 시원하고 칼칼한 ‘북엇국라면’ 등 타깃층을 세분화한 이색 라면들을 선보여 왔다.

또, 모디슈머 레시피를 제품화한 ‘크림진짬뽕’, 풍성한 건더기로 맛과 식감을 살린 ‘라면비책 닭개장면·고기짬뽕’ 등 라면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제품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달에도 자사 인기 제품인 ‘열라면’과 ‘진짬뽕’을 조합한 '열라짬뽕'을 선보이며 MZ세대 관심을 끌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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