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코로나19와 무더위를 뚫고 대장정을 펼친 도쿄올림픽이 어느덧 막을 내렸다.

영화 ‘쿨러닝’도 올림픽 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다. 서울올림픽 출전을 꿈꾸던 자메이카의 육상 100m 선수가 우여곡절 끝에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에 출전하게 되는 이야기를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금메달을 꿈꾸고 있으나 우연한 사고로 국가대표 선발에 실패하고 만 주인공 데리스는 올림픽에 나갈 방법을 모색하던 끝에 불과 3개월 남은 동계 올림픽 출전을 결심하게 된다. 종목은 육상 단거리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는 봅슬레이.

사비를 털어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에 진출한 데리스와 그 동료들은 주변의 냉소를 딛고 매 경기마다 역주를 펼친다. 그러나 그들은 공교롭게도 마지막 경기에서 봅슬레이가 부서지면서 뒤집히는 불운을 맞이하고 만다. 과연 그들의 질주는 어떻게 끝을 맺을까?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어떤 스포츠 영화보다 감동적으로 불굴의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는 영화 ‘쿨러닝’은 자메이카 선수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 영화는 캘거리 올림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경기장 장면에서 종종 캘거리 올림픽의 엠블럼이 눈에 띈다.

올림픽 오륜기 위에 동계 올림픽의 상징인 눈 결정과 캐나다의 상징인 단풍잎을 동시에 형상화하고 있는 디자인이다. 각 올림픽의 엠블럼은 개최국의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제작하지만 그 엠블럼의 저작권을 비롯한 모든 지적재산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귀속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엠블럼을 사용하려면 원칙적으로 그 권리자인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엠블럼뿐 아니라 대회 마스코트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전 폐막한 도쿄올림픽에서는 공식 마스코트 외에 일본의 유명한 캐릭터 도라에몽이 ‘홍보’ 마스코트로 활약을 펼쳤다. 2016년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아베 총리가 슈퍼마리오의 코스튬을 입고 등장할 정도로 캐릭터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대대적으로 과시해온 일본이 자국의 캐릭터를 올림픽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슈퍼마리오, 도라에몽, 키티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캐릭터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일본이 이를 공식 올림픽 마스코트로 활용하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림픽 개최국이 창작한 디자인이라고 할지라도 그 마스코트의 저작권은 엠블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소유하는 올림픽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올림픽 헌장 제1장 제7조). 이런 까닭에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캐릭터의 권리자로서는 그 막대한 자산을 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가 되게 함으로써 국제올림픽위원회 소유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올림픽의 지적재산에 대해 일부 국가에서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규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자산에 대한 특별법을 따로 두고 있지는 않으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평창올림픽법에서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휘장·마스코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회 관련 상징물 등을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사전에 조직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두어 올림픽 관련 지적재산에 대해서 별도로 규정한 바 있다(제 25조). 이에 따라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승인 없이 올림픽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법에 저촉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근대5종 경기에서 전웅태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했고,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가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대회 4위를 기록했으며, 수영 남자 자유형 100m 경기에서는 황선우 선수가 아시아신기록을 세우며 아시아선수로는 65년만에 결승에 올랐다.

이제껏 우리가 전혀 눈 여겨 보지 않았던 분야에서 일궈낸 눈부신 성취다. 이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함으로써 올림픽을 통해 국민들에게 영화 이상의 감동을 선사해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이 여름 못지 않게 뜨거운 박수를 아낌없이 보낸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