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 현대로템 전시관 전경. 사진=현대로템 제공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현대로템은 철도사업부터 방위사업, 플랜트 및 환경사업 등 대한민국 주요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종합 중공업 기업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수소경제 등 친환경 신사업 미래 먹거리에도 집중, 국가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정부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으로 현대정공, 한진중공업, 대우중공업 등 국내 3개 철도회사가 합병돼 단일회사로 탄생됐다. 2007년에는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됐다. 현대로템의 사업영역은 철도, 플랜트, 방위사업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로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단기간에 세계가 주목하는 종합 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방위산업체로도 단단한 입지를 다졌다. 국내 유일의 전차 제작 기업으로서 최초의 전차인 K1전차, 육군의 주력전차인 K1A1전차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밖에도 철강, 자동차, 발전 분야에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플랜트 분야까지 수행하며 세계 5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국내 철도교통의 동반자

현대로템은 1977년 기관차 및 화차(화물 열차) 제작을 시작으로 고속철, 자기부상열차, 전동차 등의 철도차량과 신호통신 시스템, 운영,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철도사업의 통합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현대로템은 이미 국내를 넘어 세계 37개국에 전동차, 고속전철, 경전철, 디젤동차, 기관차 및 객/화차 등 다양한 차종의 철도차량을 공급했다. 또한 철도차량의 핵심 전장품을 독자기술로 국산화해 열차종합제어관리장치, 견인전동기, 추진제어장치, 보조전원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철도사업의 해외진출은 40여년 전 대만에 화차를 수출하면서 시작됐다. 1990년 중반 대만에서 통근형 전동차 340량과 푸쉬-풀 디젤동차 400량 등 미화 6억달러 상당의 물량을 연속 수주, 해외 수출의 내용과 규모면에서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다.

현재 현대로템은 주력차종인 전동차를 비롯 고속전철, 경전철과 디젤동차, 이층객차 등 철도차량의 모든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회사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 환경에 맞서 철도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과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로템은 전국을 3시간 생활권으로 만든 한국형 고속철인 KTX-산천을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세계 4번째)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어 2015년 개통한 호남고속철도를 비롯해 원주~강릉 고속철도, 수서발 고속열차 등 고속철 수주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아울러 국산 고속철의 첫 해외수출을 위해 430㎞급의 동력 분산식 차세대 고속전철 '해무(HEMU-430X)'를 개발했다. 2016년 6월에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세계 고속철 시장에 유리한 동력분산식 고속철(KTX-이음)을 국내 최초로 수주하는 성과를 올리며 고속철 해외수출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또한 저탄소, 친환경 철도차량 기술인 도심형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인천공항과 영종도를 잇는 노선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밖에 별도의 전력선 없이 배터리 충전을 통해 운행이 가능한 무가선 하이브리드 저상 트램을 개발하는 등 미래 신시장 개척을 위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뿐 아니라 신호 및 통신 시스템, 철도운영, 유지보수 등 철도산업 전 분야에 걸쳐 턴키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철도시스템 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신호시스템을 수출한 바 있으며, 최초의 민간투자사업인 서울시 9호선과 부산~김해 경전철, 인천 2호선, 우이~신설 경전철, 김포 도시철도 사업 등의 E&M 턴키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 마닐라 지하철 턴키 사업 수주를 토대로 E&M 분야의 해외 수출 기반을 마련, 철도차량, 유지보수, 철도시스템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방위산업부터 플랜트 산업까지

현대로템은 1976년 전차 생산 전문 방산업체로 지정된 이후 40여 년간 최신예 지상장비의 국산개발 및 전력화를 통해 방위력 증강에 기여해 왔다. K1전차, K1A1전차, 세계 최고의 전차로 인정받는 K2전차의 개발까지 대한민국 육군의 주력 장비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개발이 완료된 K2전차는 2008년 7월 3억3000만달러 규모의 터키 전차개발 기술지원 계약을 성사시키는 쾌거를 이뤄 해외시장에 기술을 수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전차 외 생산 제품으로는 도심지역에서 기동성 있는 작전수행이 가능한 차륜형장갑차를 개발해 양산 중에 있다.

차륜형장갑차는 2012년 12월 국내의 여러 업체들을 제치고 기술 및 가격 평가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개발사업자로 선정, 현대로템의 기술 수준을 알리는데 일조를 했다. 또 웨어러블 로봇 등 미래 무기체계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전장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

현대로템은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다수의 철강, 자동차 생산인프라 EPC공사 등 성공적인 플랜트 사업을 수행했다.

1979년 시작한 플랜트사업은 일관제철소 설비 사업을 턴키베이스로 수행하고 있으며, 프레스라인을 비롯해 차체, 도장, 의장 등 자동차설비 사업 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제철설비는 오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업분야다. 현대로템은 2000년대 후반 포스코 특수강 정련설비 턴키 사업과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A, B지구 정상화 공사를 통해 엔지니어링 기반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철강산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1, 2, 3고로 및 특수강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기술도약을 이뤘다. 또 설계 및 시공 분야뿐 아니라 유지보수 분야에서도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해 대규모 해외 턴키 수주를 추진중이다.

아울러 국가 차세대 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는 '크로스바 트랜스퍼 프레스'를 비롯해 국내 최초의 판넬 자동이송장치인 'AMCT(Articulated Motion Cross-bar Vacuum-Cup Feeding Transfer Unit)'의 독자모델 개발 등 자동차 생산설비용 초대형 프레스 기술개발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현대로템은 차세대 프레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서보 프레스 개발에도 성공했으며, 세계에서도 이례적으로 자동차 생산설비를 풀 라인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엠, 포드, 르노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공장에도 자동차 생산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현대로템 제공
수소경제·무인체계 등 미래 신사업 적극 전개

현대로템은 최근 급부상 중인 4차 산업혁명과 수소경제로 대표되는 친환경 에너지 소요 증가에 대응해 기존 철도, 방산, 플랜트 각 사업 부문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주력 사업인 철도 부문에서 수소전기열차 수요에 대응해 우선적으로 수소전기트램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미 수소관련 사업은 2018년부터 연구기획을 시작해 2019년 현대자동차와 수소전기열차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수소전기트램 개발을 위해 현대로템은 현대차로부터 공급받은 수소전기버스용 수소연료전지 모듈을 시험차량에 적용한 후 다양한 동력 분배 제어와 주행 제어 알고리즘을 시험 중이다. 2021년까지 성능시험 플랫폼을 개발한 후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본격적인 주행시험을 통해 수소전기트램의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 현대로템의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수소전기 트램 등 수소전기 열차개발과 함께 2020년 6월 수소 충전 인프라 사업진출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성장 동력강화에 나섰다.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수소충전 인프라 사업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인 수소추출기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수소충전소 구축에 필요한 설계, 구매, 시공에 이르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서 현대로템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수소 융복합충전소 시범사업’에 사용될 수소리포머 1대를 비롯해 강원테크노파크에서 발주한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용 수소리포머' 2대를 수주하는 등 신사업의 첫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의왕연구소 내 약 600평 규모의 수소추출기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로템은 수소관련 사업 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무인체계 기술력을 확보해 방산부문의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군 겸용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HR-Sherpa)'를 자체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HR-셰르파는 경차보다 작은 크기에 6륜 전기구동체계를 갖추고 원격주행, 종속주행, 자율주행 등 우수한 무인 운용 능력을 확보했다. 또 탑재하는 장비에 따라 다각도로 계열화가 가능한 확장성도 갖췄다.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은 국방분야뿐 아니라 민수 적용을 통해 향후 자율주행 등 무인체계 사업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현대로템은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 부설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에서 발주한 기동전투체계 원격 무인화 기술 개발 제1과제 및 제2과제를 수주하며 무인체계 부문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제1과제는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K계열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기존 기동전투체계를 전장상황에 따라 원격·무인으로 운용할 수 있는 원격 통제 및 주행 공통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2과제에서는 제1과제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K1전차의 원격 무인화 적용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소, 무인체계 등 미래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부문에서 다양한 신사업들을 전개하며 장기적인 성장동력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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