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한화토탈이 고부가 합성수지 제품 비중을 늘리고 친환경 소재 기술개발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중국과 북미 석유화학 기업들의 증설 경쟁 심화, 친환경 소재 수요증가 등 최근 시시각각 변하는 업황 동향에 맞춰 신속히 대응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토탈 HDPE 공장 전경. 사진=한화토탈 제공
◇ 고부가 합성수지 제품 확대…안정적 수익창출 토대 마련

한화토탈은 최근 충남 대산공장에 이차전지 분리막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고부가 합성수지 제품인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설비 증설을 완료,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증설에 투입된 금액만 400억원에 이른다. 이번 증설로 한화토탈의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연간 생산능력은 최대 14만톤까지 늘어났다.

한화토탈은 시황과 제품 수요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탄력적으로 병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기존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생산공장을 일부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번 증설을 진행했다. 앞서 한화토탈은 자체 개발해 온 촉매기술과 생산공정을 적용해 순수 독자기술로 지난 2019년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상업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전 세계 이차전지 분리막 소재용 폴리에틸렌 시장은 현재 중국과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약 7만톤 규모로 형성돼 있다. 향후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비롯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지속적인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매년 30% 이상의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토탈은 앞으로 합성수지 사업을 규모의 경쟁력 확보와 고부가 제품생산 중심으로 재편하는 한편, 스티렌모노머(SM), 파라자일렌(PX) 등 기초유분에 편중된 주력 사업군을 합성수지 사업으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석유화학 시장 변동성 속에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한화토탈, 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 '우뚝'

1988년 설립된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은 2003년 프랑스 에너지·화학기업인 토탈과 5대5 합작을 통해 삼성토탈을 설립했다.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토탈 지분 절반을 가진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81.5%를 매입하면서 삼성토탈은 한화토탈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한화그룹은 화학분야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외에도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 분야의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까지 총 4개사를 전격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1조8541억원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해 "그룹의 명운을 건 역사적인 도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초 삼성그룹 내에서 비주류 계열사로 인식되던 한화토탈은 한화그룹의 일원이 되면서 주력 계열사로 돌아섰다. 인수 직전인 2014년 1707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5년 7951억원으로 365.6%로 크게 늘었다.

2015년 당시 저유가 기조 속에서 에틸렌 스프레드(원재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간 가격 차이)가 크게 치솟았던 점이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히지만, 한화토탈이 석유화학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던 한화그룹에 편입돼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화토탈 대산공장 전경. 사진=한화토탈 제공
이후 한화토탈은 2016~2018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2019년 들어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부진과 나프타 가격인상 등 업황 불황을 겪으며 영업이익은 전년의 절반 수준인 4670억원에 그쳤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공장 가동과 소비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대규모 재고손실까지 발생하면서 1~3분기 7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4분기 들어 수요가 점차 회복하고 있고 국제유가도 완만히 반등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분기 실적은 이달 말 발표 예정이다.

한화토탈은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 18개 단위공장으로 구성된 종합 에너지·석유화학 콤플렉스(복합단지)를 갖추고 있다. 사업은 크게 수지제품(Polymer), 화성제품(Base Chemical), 에너지제품(Energy) 등 세 부문으로 나뉜다. 특히 국내외 석유화학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단일 단지 내 석유화학 핵심설비인 납사분해설비(NCC)와 정유공장에 있는 컨덴세이트 분해설비(CFU), 방향족공장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사업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그룹은 작년 9월 김종서 한화큐셀 재팬법인장을 한화토탈 대표로 내정하고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대표는 석유화학 계열사인 한화케미칼과 여천NCC 등에서 근무했으며, 2011년부터는 한화큐셀 일본법인장을 맡아 왔다. 한화큐셀은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일본 태양광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대표였던 권혁웅 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원부문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 친환경 고부가 소재 개발 박차

한화토탈은 작년 12월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전력 케이블용 폴리프로필렌(PP)'으로 '2020년 신기술 인증'을 취득하면서 고부가 합성수지 제품 개발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 제품은 전력 배전에 쓰이는 22.9㎸ 용량의 고압 전력 케이블의 핵심인 절연체에 사용되는 소재다. 한화토탈이 4년 동안 개발한 자체 중합 공정을 통해 생산에 성공했다.

기존 고압 전력 케이블의 절연 소재는 한번 가공되면 재활용이 어려웠지만 한화토탈은 재활용이 용이한 PP를 활용해 전력케이블 절연 소재를 개발해 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PP 소재의 일반적 특징인 높은 강성과 취약한 내충격성 등으로 잘 휘어져야 하는 전력 케이블 특성과 맞지 않아 사용되기 어렵다고 인식돼 왔다. 그러나 한화토탈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PP 제조 기술을 활용해 한계를 극복하고 전력케이블 절연체에 적합한 소재 상업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한화토탈의 친환경 전력 케이블용 PP는 재활용이 용이하다는 점 외에도 제조 과정에서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소모량을 줄여 이산화탄소(CO₂) 발생량도 낮췄으며, 절연 기능도 높여 전력 송전 효율도 약 10% 향상시켰다.

현재 전 세계 전선용 절연소재 시장은 연간 70만톤에 달하는 가운데 이를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한화토탈은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전력 케이블용 PP가 향후 시장을 주도하는 고부가 제품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토탈은 지난 2015년 태양전지용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를 시작으로 2016년 음료 병뚜껑용 HDPE, 2017년 압출코팅용 EVA와 자동차 복합소재용 플로우마크 억제 PP, 2018년 전기전자용 HIPP(고입체규칙성 PP), 2019년 디스플레이 소재 보호필름용 PP까지 총 6개의 세계일류상품을 배출해 고부가 소재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고부가 친환경 소재개발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화토탈 친환경 전력케이블용 폴리프로필렌. 사진=한화토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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