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채 안 남은 4·7 재보선…스타일 변신한 여야 후보들 메시지는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박영선(왼쪽부터), 우상호,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정치인들에게 이미지는 전략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패션은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코드로 여겨지기도 한다. '패션 정치(Fashion Politics)'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같은 옷을 반복해 입어 한때 패션계에서 조롱받기도 했지만, 소박하면서도 검소한 생활로 그만의 ‘무티(Mutti, 엄마) 리더십’을 구축했다. 메르켈 총리는 16년째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4월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도 패션을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크고 작은 외모 변신을 시도한다. 종전과 달리 강인하면서도 신뢰감 인상을 주려고 하거나 평범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상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특정 물건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의도된 변신’은 유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중심의 정치 활동이 증가해 미디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오는 4월 치러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박영선(위) 후보와 우상호 후보. 사진=연합뉴스, 우상호 유튜브 영상 캡처
◇ ‘파란색’ 강조하는 박영선·‘친근함’으로 승부하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주자인 나선 박영선 경선후보는 파란색 운동화를 들고 나왔다. 이음새가 벌어지는 등 다소 낡아 보이지만, 그는 2018년 지방선거 유세 때 신었던 이 운동화를 신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다. 당을 상징하는 색의 운동화 신고 유세에 나서 당의 최대 정치 세력인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마음을 얻고, 검소하면서도 ‘발로 뛰는 현장형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을 두고 박 후보와 경쟁하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친근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우 의원은 정돈되지 않은 머리, 파자마 차림으로 ‘홈트(홈 트레이닝: 집에서 하는 운동)’하는 일상을 가감 없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하고 있다. 연세대 동문인 배우 안내상·우현씨와 함께 출연해 과거 일화를 밝힌 영상은 100만뷰를 넘었다. 이 밖에도 우 의원은 가족들과 손흥민 선수의 축구 경기를 응원하는 영상 등을 공개하고 있다. 4선 중진 의원이라는 ‘무거운’ 이미지를 떨치고 소탈한 모습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는 4월 치러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소속의 나경원(왼쪽부터), 오세훈, 오신환, 조은희 후보.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장 탈환 위해 '확' 달라진 野후보들

국민의힘 나경원 서울시장 경선후보의 변신도 눈에 띈다. 공식 일정 대부분을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 당시 시장에서 산 3만5000원(2켤레)짜리 검은색 운동화와 함께하고 있다. 정계 진출 후 20년 동안 고수하던 단발도 포기했다. 대신 머리를 질끈 묶었다. 판사 출신 엘리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깨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2월 1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준 이유로 “합리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문제를 독하게 해결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오세훈 서울시장 경선후보는 옷차림에 변화를 줬다. 오 후보는 2006~2011년 서울시장으로 재임했으나 무상급식 사태로 자진사퇴한 뒤 이번 재보선에 출마했다. 그는 정장 대신 터틀넥을 입는 일이 늘었다. 지난 1월 30일 지역 사무실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빨간 스웨터에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한 차례 서울시장을 지냈던 만큼, ‘달라진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려는 것으로 읽힌다.

역시 같은 당의 개혁보수 성향을 지닌 오신환 서울시장 경선후보는 정장 대신 니트나 터틀넥 등 격식 없는 복장을 즐겨 찾고 있다. 젊고 신선한 인상을 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당의 조은희 서울시장 경선후보는 깔끔한 정장으로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이미지 변신도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2011년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이번에 눈썹 문신을 했다. 부드럽고 온화한 ‘모범생’의 이미지는 온데간 데 없다. 짙은 눈썹으로 인상이 뚜렷해지면서 강인한 정치인의 느낌을 풍기기도 한다.

그는 1월 월간중앙와 가진 인터뷰에서 마케팅이라는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눈썹 문신을 했다고 설명했다.

‘쎈’ 이미지로 돌아온 안 대표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임 시장들의 성 비위로 재보선이 치러지는 것을 강도 높게 지적하는 등 정부와 여당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 민심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 후보들의 ‘패션 정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친근함을 어필하고 있지만, 때에 따라 정장도 갖춰 입어 행정가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4월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한 뒤 시장, 행정부시장, 경제부시장 시장 자리가 잇달아 빈자리가 되면서 시정 공백을 우려한 데 따른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각 후보의 패션 정치가 유권자들에게도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보의 모든 것이 유권자의 관심 대상으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드레스코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유권자 눈에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특히 선거는 극단적인 편견과 확증편향을 지닌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드레스코드 변화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유세 현장에서 운동화를 신는 것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해 정장보다 일상적이고 편한 옷을 입기도 하는데, 신선하지 않다”며 “유권자들의 감각은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차별화되지 않은 전략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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