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한국인의 情 상징한 국민 과자

고유의 맛과 식감…자매제품도 두루 인기

중국·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

[데일리한국 이하린 기자] '국민 과자'를 떠올릴 때 오리온의 초코파이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과자가 된 오리온 초코파이는 '글로벌 파이로드(Pie Road)'를 개척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초코파이의 탄생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고속 성장기로 식생활 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소비자들이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과자를 원하기 시작했고, 오리온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순회하던 오리온 직원들은 한 카페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보고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후 약 2년의 개발 과정과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끝에 1974년 4월 드디어 오늘날의 초코파이가 탄생했다.

오리온 초코파이. 사진=오리온 제공
◇오리온의 독자적 기술로 만들다

초코파이의 인기 비결은 단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에 있다. 오리온의 독자적인 기술로 탄생한 초코파이는 일반 비스킷과 달리 특수한 배합 및 제조 과정을 거친다.

초코파이는 수분 함량이 매우 높은 마시멜로우와 상대적으로 수분이 낮은 비스킷, 초콜릿으로 만들어진다. 마시멜로우 속 수분이 숙성을 통해 비스킷으로 이동하며 특유의 폭신한 식감을 낸다.

그러나 수분이 많을수록 미생물에 의한 오염이나 변패, 풍미의 변화 등이 발생하기 쉽다.

오리온은 알코올이나 방부제 성분 없이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수분의 황금비율을 찾아내 초코파이만의 맛과 품질을 지켜가고 있다.

리뉴얼 출시된 초코파이情 바나나. 사진=오리온 제공
◇초코파이의 변신은 무죄

오리온 초코파이는 현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조금씩 변화해왔다. 2015년에는 가격 인상 없이 개당 무게를 35g에서 39g으로 증량했으며, 더 진하고 달콤한 초콜릿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초콜릿을 약 13% 늘려 식감을 부드럽게 개선했다.

젊은 층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자매 제품도 내놨다. 2016년 3월 오리온 창립 60주년을 맞아 출시한 '초코파이 바나나'가 대표적이다. 초코파이 탄생 42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자매품이었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8월에는 과감히 리뉴얼도 단행했다. 바나나 화이트 크림으로 겉을 감싸고 마시멜로 속에도 바나나 원물이 함유된 크림을 주입, 진하고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 이에 리뉴얼 출시 50일만에 낱개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넘겼다.

2017년부터는 딸기를 활용한 봄 시즌 한정판 초코파이를 출시하고 있다. 감각적인 패키지와 세련된 디자인이 '인증샷'에 최적화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2017년 12월에는 초코파이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해석한 '디저트 초코파이'도 내놨다. 오리지널, 카라멜솔트, 레드벨벳, 카카오, 제주 한라봉, 티라미수 등 차별화된 맛과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가족, 연인 간 특별한 선물로 각광받고 있다.

초코파이 TV CF. 사진=오리온 제공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초코파이 '情'

초코파이는 단순 식품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매개체로 활약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오리온의 초코파이 '情' 캠페인은 '이사가는 날', '삼촌 군대가는 날', '할머니댁 방문' 등의 광고를 통해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던 정서인 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통해 대중의 머릿속에 '오리온 초코파이=정'의 공식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초코파이의 정을 영화로 옮겨 '말아톤', '웰컴투동막골'과 함께 문화 마케팅을 전개했다. 2011년에는 '지구와 정을 맺다' 캠페인을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과자로 거듭나고 있는 초코파이의 위상을 소비자에게 알렸다.

2017년에는 건군 69주년 국군의날을 맞아 국군장병에게 초코파이 등을 담은 1억원 상당의 선물세트 1만 박스를 전달했다. 직경 70㎝, 높이 20㎝, 무게 21㎏이 넘는 일반 초코파이 약 580개의 무게와 맞먹는 특수 제작된 초대형 초코파이가 국군의날 기념식에 사용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 사진=오리온 제공
◇한국의 맛을 세계에 전파하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매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18년까지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글로벌 합산 누적 매출액은 총 5조2420억원에 달한다.

오리온은 중국 진출 당시 현지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인(仁)'이라는 점에 착안해 2008년 말부터 하오리요우파이(好麗友 초코파이 중국명칭, '좋은 친구'라는 의미) 포장지에 仁 글자를 넣고 있다.

2016년 8월에는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들의 특성에 맞춰 '초코파이 말차'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식감 혁신을 시도한 '찰초코파이'와 화이트초콜릿을 도입한 '화이트딸기'도 선보여 지난해 11월까지의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15% 성장했다.

베트남에서는 2009년부터 'Tinh'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친근감을 심는 데 성공했다. Tinh는 우리나라 정과 비슷한 뉘앙스의 베트남 단어다.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는 제사상에 올라갈 정도로 귀한 음식으로 자리잡으며 연간 약 6억개씩 판매되고 있다.

오리온은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러시아 트베리 지역에 신공장 투자를 확정 짓기도 했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초코파이 공급량이 연간 10억개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국인의 감성코드이자 초코파이의 핵심 브랜드 가치인 정을 각 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에 접목시키는 현지화 전략이 굳게 잠겨있던 세계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됐다"며 “각 나라 특유의 감성코드와 현지인이 좋아하는 맛을 살려 글로벌 파이로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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