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탄소배출 저감 투자·석유화학 비중 2배 늘려

SK이노·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친환경 에너지 사업 수립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시기를 보낸 정유업계가 올해는 친환경 사업 확대를 본격화한다. 코로나19 재확산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전환 이슈에 맞춰 새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달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등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 대응 차원에서 장기 성장전략 체계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정부의 탄소 감축 노력에 맞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 로드맵을 수립하는 한편,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까지 2배 이상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사업분야인 정유·석유화학·윤활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수소·연료전지·리사이클 등 친환경 신산업 분야에도 진출해 회사의 지속성장을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 외에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적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친환경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최근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기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친환경 방향의 신규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사내독립기업(CIC) 체계를 도입했다.

SK에너지는 전 세계 석유 수요 감소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영향이 아니라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 사업구조의 중심을 기존 석유 사업에서 친환경·플랫폼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9월 탄소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 오는 2050년에는 작년과 비교해 약 70%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선언했다. 공장의 증설 과정에서 늘어나는 탄소 배출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로 상쇄하면서, 기존 주유소 플랫폼 등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등 연관 사업 비중을 높여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GS칼텍스는 에너지수급 안정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에너지효율화에 초점을 둔 친환경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여수공장 생산시설 가동을 위한 연료인 저유황중유(LSFO)를 공정 개선작업을 통해 전량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연료대체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따른 비용으로 연간 총 115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생산시설 가동용으로 사용하던 저유황 중유는 수요처에 판매해 경제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친환경 전략 추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요소"라며 "내년에는 친환경 경영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디지털 중심 사업구조 전환 잰걸음…"위기 극복"

업계는 올해도 코로나19 장기화와 국제유가 등 각종 대외 변수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중심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디지털 운영 효율성 △디지털·친환경 △디지털 플랫폼 등 디지털 전환 3대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조경목 사장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최근 위기는 통상적 수준의 변화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디지털 전환이 위기를 본질적으로 극복하는 방안이자 새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임직원에 당부하기도 했다.

우선 SK에너지는 핵심 생산거점인 울산CLX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운영 효율성을 강화한다. 지난 2017년 일부 공정에 도입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활용 '스마트 플랜트'를 울산CLX 전 공정으로 확대한다. 물류에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비용을 줄이는 '스마트 물류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보유 자원을 활용해 고객에게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전략도 확장한다.

GS칼텍스는 사업장에 네이버 클라우드 활용하고 업무 영역에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에너지 사업 전반에 활용 가능한 디지털 기술 개발 도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초 네이버와 '디지털 전환 협업 및 신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네이버 클라우드를 활용해 여수공장 및 주유소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네이버 클라우드에 전기차 충전과 결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시스템과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정유사 최초로 주유소에서 네이버페이 간편결제를 도입하며, 가입자 기준 3사 간편결제(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및 제로페이를 모두 도입해 고객의 결제 편의성을 크게 올렸다. GS칼텍스는 올해 초까지 전국 모든 주유소로 해당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디지털 기술 업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KT와 손잡고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전자계약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전국 2500여곳의 주유소와 충전소를 비롯한 다수의 법인 거래처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에쓰오일은 블록체인 전자계약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기존에 활용했던 종이 형태의 계약서 대신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계약을 진행 및 관리, 체결할 수 있게 된다. 회사는 매년 수만건에 이르는 계약서와 합의서가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돼 편의성과 경제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디지털 기반 시스템으로 안전 우선 경영에 나선다. 공장 안전관리에 사물인터넷, 로봇, AI 등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공장의 안전 수준을 한 차원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정유사 최초로 '무재해 2000만 인시(人時)'를 달성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2018년 구축한 설비통합모니터링 시스템은 여의도 1.5배 크기 대산공장 곳곳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상징후를 신속히 전파하고 있다. 올해 정기보수 기간에는 내부 유해가스를 감지해 통합관제센터에 즉시 자동 보고하는 시스템을 주요 밀폐 공간에 설치했다.

작년 9월부터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도입한 자율주행 안전순찰 로봇이 공장 전역의 안전을 24시간 살피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까지 스마트 시스템을 확대 설치해 관련 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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