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열풍에 식품업계 호황, 거리두기로 외식은 직격탄

비대면 수요 늘자 배달앱 폭발적 성장…빅4 시대 도래

화장품·패션업계 먹구름, 주류는 유흥보다 가정에서 성장

[데일리한국 이하린 기자] 올해 식품·외식업계를 이야기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빼놓을 수 없다. 외출을 자제하는 '집콕 라이프'가 길어지면서 식음료 기업들은 연일 최고 실적을 기록한 반면, 외식업계는 전례없는 불황에 빠졌다.

미국 LA뮤직페스티벌 신라면 부스. 사진=농심 제공
◇ 집밥 유행에 HMR·RMR 흥행…해외에선 K-푸드 돌풍

코로나19 확산에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3조원 이상이다. 오는 2022년에는 5조원 규모를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동원F&B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40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5% 늘었고 농심은 293억원으로 57% 급증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K-푸드가 흥행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올해 단일 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했는데, 글로벌 시장 매출이 전체의 65%에 달한다.

라면 판매량 급증도 빼놓을 수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5억4972만달러(한화 약 6085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 한해 수출액인 4억6700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8.4% 늘어난 수치다.

특히 농심은 올 연말까지 약 1조1000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인스턴트 식품의 전세계적 유행에 더해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도 국내외를 넘나드는 폭발적 수요에 따라 '라면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빕스. 사진=CJ푸드빌 제공
◇ 외식업계, 코로나19 직격탄 못 피해…일부 기업 희망퇴직까지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외식업계는 불황의 늪에 빠졌다. 특히 CJ푸드빌, 이랜드이츠 등 뷔페를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빕스와 계절밥상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비상경영을 이어가다가 지난 10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앞서 8월부터는 체질 개선을 위해 뚜레쥬르 매각도 추진 중이다. 애슐리, 자연별곡을 운영하는 이랜드이츠도 지난 7월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올반과 보노보노를 운영하는 신세계푸드 역시 매장 수를 줄였다.

상황이 악화하자 이들은 배달 서비스로의 전환을 적극 꾀하며 활로 모색에 나선 상황이다. CJ푸드빌은 빕스의 배달 전용 브랜드 '빕스 얌 딜리버리'를 론칭했고,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등 간판 브랜드의 대표 메뉴들도 배달 전용 상품으로 출시했다.

이랜드이츠도 애슐리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연말 홈파티 수요를 겨냥해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 가능 지역을 기존 13개에서 전국 43개 매장으로 늘렸다. 신세계푸드 또한 올반 HMR 라인업을 확대하고 연말 맞이 온라인 전용 냉동 케이크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코로나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각사 제공
◇ 호황 이룬 배달앱…배민·요기요에 쿠팡이츠·위메프오까지 훨훨

비대면 소비 증가에 따라 배달앱은 올 한해 라이더 부족 현상을 겪을 정도로 호황을 이뤘다.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배달의민족, 요기요뿐만 아니라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 '뉴페이스'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새롭게 '빅4 구도'를 형성했다.

후발주자로 불리던 쿠팡이츠는 '1주문 1배달' 원칙 하에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고, 위메프오는 '중개수수료 0%' 정책을 고수하며 자영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는다.

배달앱 이용 증가에 발맞춰 코로나19로 매장 운영에 타격을 입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배달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BBQ는 지난 6월 배달 특화 매장인 BSK(비비큐 스마트키친)을 오픈, 이달 초 론칭 반년 만에 100호점을 출점했다. 유독 배달에 소극적이었던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또한 지난달 스타벅스 역삼이마트점을 개점해 배달 테스트 운영 중에 있다.

◇ '마스크 살이'에 화장품·패션업계 침체, 주류·담배는 희비 갈려

K-뷰티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과 에이블씨엔씨 등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시장 위축과 판매 채널 축소,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로 울상을 지었다. 패션업계 또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불황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화장품 및 패션업체들은 오프라인 대신 '라이브 커머스'에 주목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3조원에서 2023년 8조원 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 신세계인터내셔날, LF, 코오롱FnC 등 주요 기업들은 다양한 플랫폼과 협업해 MZ(밀레니얼+Z세대)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주류 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외식 및 유흥 시장이 침체되면서 해당 시장의 점유율은 급락한 반면, '홈술족' 증가로 가정 시장 점유율이 크게 늘었다. 예년에는 55:45 수준이었던 유흥과 가정 시장 점유율 비중이 올해는 30:70으로 판도가 뒤바뀌었다.

와인의 성장세도 매섭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와인은 홈술족들의 선택을 받아 수요가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와인 수입액은 1억6600만 달러(한화 약 1822억6800만원)로 전년 동기보다 25.8% 늘었다.

담배 시장은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을 권고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고,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쥴' 역시 1년 만에 국내에서 철수했다. 또한 정부가 전자담배에 매기는 담배소비세를 니코틴 용액 1㎖ 당 628원에서 1256원으로 두 배 올린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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