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감에 가동률 낮춰…1월 83.8%→10월 71.6%

정유 4사, 3분기에만 4조원대 적자…"석유제품 소비·정제마진 회복 요원"

GS칼텍스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 전경. 사진=GS칼텍스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지않고 있는 데다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제로(0)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의 공장 가동률은 올해 1월 83.8%를 기록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10월 71.6%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유와 선박 연료 등으로 쓰이는 벙커C유 소비량이 크게 줄고 각국에서 이동제한조치를 시행하면서 공장 가동률을 낮춰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정유 4사의 올해 실적도 사상 최악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이들 업체의 누적 적자는 4조8074억원에 이른다. 일부 업체가 2, 3분기 반짝 흑자전환을 달성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이어지고 있어 연간 적자는 5조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올해는 2014년만큼 힘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2014년은 셰일가스 패권을 둘러싸고 주요 산유국 간 가격전쟁이 가열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실적 쇼크를 경험한 해다.

2014년 마지막 날 두바이유 가격은 연초(배럴당 107.79달러)보다 절반 가까이 하락한 53.60달러를 기록했다. 유가가 폭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이 급격히 불어나며 정유사들은 1조326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다.

정유사의 수익성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 회복세도 더디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코로나19 확산 전만 해도 배럴당 4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 5월 초 -3.3달러까지 추락했다. 이달 들어 간신히 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팔면 팔수록 손실을 보는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생활거점'으로 변신하는 주유소…서비스 영역 파괴

올해 업계는 전기차 충전과 드론 배송 등 주유소의 서비스 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기존 주유소에서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수익성을 강화해 최근 석유 수요 감소로 인한 타격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우선 GS칼텍스는 주유·세차·정비뿐 아니라 전기·수소차 충전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비롯해 택배·드론 배송 등 물류 서비스도 제공하는 '모빌리티&로지스틱 허브'로 주유소를 재정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서 미래형 주유소 브랜드인 '에너지플러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SK에너지는 자사 주유소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주유·물류·세차·주차 등 서비스를 개선하고, 중고차 거래와 전기차 충전까지 가능한 플랫폼을 모색하고 있다. 세차·발렛파킹 등 전문 서비스업체 6곳과 제휴를 맺고 관련 사업을 추진중이다. 운전 고객들의 차량관리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통합 차량관리 플랫폼 '머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주유와 충전뿐 아니라 세차와 휴식 공간도 제공하는 미래형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에쓰오일은 기존 4개의 주유소·충전소를 약 3000평 규모의 초대형 주유소·충전소로 리모델링하며 대형편의점과 자동세차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공간 등을 마련했다.

에쓰오일은 주유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주유소 내 무인편의점과 무인택배함, 쿠팡 물류 허브 등의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주유소 점유율 2위에 오른 현대오일뱅크도 주유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 확대를 모색중이다. 주유소 공간을 활용해 패스트푸드, 편의점, 창고대여 등 수익사업뿐 아니라 여성안심택배, 무인도서반납함 등 다양한 민관협력 공익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SK네트웍스로부터 직영주유소 300여곳을 인수하며 GS칼텍스를 제치고 국내 주유소 점유율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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