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올 한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 정책이 연이어 발표된 가운데 대부분 대책이 실패로 끝나면서 집값이 폭등했다.

특히 정부 정책 실패로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이 하루 아침에 거지 신세로 전락했다고 해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매수)도 2030세대와 연결지어 등장했다.

여기에 정부가 주택 시장의 해결책으로 임대주택 공급 확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면서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책 실패로 인해 주관부처의 수장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이 입에 오르내린 한해였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4일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연이은 주택 시장 규제…대부분 실패로 끝나

집값이 크게 오르자 정부는 올 여름 6·17 대책, 7·10 대책, 8·4 대책으로 불리는 부동산 규제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6·17 대책에는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등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법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금을 강화했다. 또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했다.

이어 7·10 대책에는 내년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인상, 종합부동산세의 최고세율을 6%로 강화하고,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올렸다.

수도권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8·4 대책은 수도권 신규택지 13만2000가구 공급, 3기 신도시 용적률 샹향 및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규제 정책은 집값 안정이 아닌 집값 상승을 더욱 더 부채질 했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난은 더욱 심화됐고, 대출규제 강화 등의 정책도 오히려 ‘패닉바잉’을 더욱 부채질 해 집값 불안을 야기했다.

22일 오후 광주 북구 에버그린실버하우스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확진자를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가 뒤덮은 2020년…집의 중요성 부각

올해 2월부터 중국을 통해 코로나19가 전국에 전파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코로나 영향을 받았다.

연초부터 봄까지 코로나 전파 초기에는 처음 겪는 팬데믹 상황에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가 더욱 확산되면서 재택근무가 활성화 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야외 활동보다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역설적으로 더 좋은 집에 살고,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지난 19일 열린 2020 SBS 연예대상에 참석한 탤런트 김광규씨가 우수상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광규 인스타그램 캡처.
◇ 정부 믿었던 무주택자, ‘벼락거지’ 신세 됐다

탤런트 김광규씨가 지난 10월 MBC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집값을 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말만 믿고, 2015~2016년쯤 사려고 했던 집을 사지 않았는데 지금 현재 그 집값이 10억원 오르고 가격이 두 배가 됐다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반면, 김씨와 달리 집을 샀다가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무주택자는 이들과 극명한 반대 상황에 놓이면서 하루 아침에 거지 신세가 된 자신을 한탄하는 표현으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올해 11월에 등장했다.

또한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 매물이 실종되고,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는 추세가 보편화 되면서 아예 주거할 집도 찾지 못하고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는 현상을 풍자하는데도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쓰이고 있다.

'벼락거지'들의 앞날은 밝지 않다. 가장 최근까지 남아있던 유일한 주택 구매의 활용 수단이었던 신용대출마저 12월부터 1억원 이상은 주택 구매 용도로 사용되지 못하게 금지되면서 이제 수억을 쥔 ‘현금부자’가 아니면 사실상 내 집 마련을 할 길이 막히게 됐다.

11일 경기 화성시 동탄 공공임대주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와 함께 13평 임대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의 주택난 해결은 임대주택…현실과 동떨어져

문재인 정부는 주택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더욱 늘리겠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높이는 서울 요지의 브랜드 아파트를 ‘자가’로 마련하는데 맞춰져 있는 만큼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통해 주택난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시각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화성 동탄의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해 "13평 주택에서 4인 가족이 살수 있겠다"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대화를 했다는 내용이 대중에 알려지면서 더욱 임대주택 논란에 불을 지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변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대화 전문을 살펴보면 청와대의 해명이 무색해진다.

변 후보자가 13평 주택을 둘러보면서 "아이들 2명이 방 하나에서 생활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고 변 후보자에게 말했고, 변 후보자는 "네"라고 답한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과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13평 주택에서 4명 가족 구성원이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대화를 한 셈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임대주택 세대 방문 행사를 위해 4억5000만원의 예산이 사용됐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정부가 임대주택 홍보를 위해 ‘쇼’를 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더해졌다.

22일 정부과천청사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들어서고 있다. 변 후보자는 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마련했다. 사진=연합뉴스
◇ 김현미·변창흠 연이은 ‘구설수’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해 9월 22일. 취임 1190일 맞아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에 올랐다.

지난 4일 변창흠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새 국토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되기까지 김 전 장관은 3년반의 임기 기간 동안 24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연이은 부동산 규제 대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올 여름부터 김 전 장관의 교체 요구가 거세졌지만 올해 12월까지 김 전 장관은 자리를 지켰다.

여기에 더해 김 전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집값이 11%만 올랐다거나, 아파트가 빵이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발언, '영끌'해 집을 사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말을 하는 등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달 변 후보자가 새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변 후보자 역시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 과정에서 사망한 19세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SH공사 사장 재직 중에 대학원 동문들을 부정채용 했다는 의혹에 임대주택 거주민들을 “못 사는 사람들”이라고 발언하는 과거 언행이 속속 밝혀지면서 변 후보자의 장관 지명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김현미 전 장관에 이어 변창흠 후보자까지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주무부처 수장들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것은 사실상 정부의 부동산 시장 실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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