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PC삼립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뜨거워서 호호~ 맛이 좋아 호호~”

1970~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광고다. 바로 겨울철 대표 간식 ‘삼립호빵’의 슬로건이다. SPC삼립(당시 삼립식품)이 1971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호빵이 50년을 맞았다. 호빵이란 이름은 ‘뜨거워서 입으로 호호 불어먹는 빵’이라는 뜻이다.

삼립호빵의 지난 시즌까지 누적 판매량은 60억개다. 인구 수 기준(5000만명)으로 전 국민이 매해 겨울철마다 호빵을 2.4개씩 먹어 온 셈이다. 연중 호빵이 판매되는 기간인 6개월을 기준으로 하면 1초당 7.6개가 팔린 것으로, 겨울철 대표 국민 간식으로 불릴만하다.

◇ 1초당 7.6개씩 팔리는 국민 간식

호빵은 제과제빵으로 시작한 SPC삼립이 빵의 비수기인 겨울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개발했다. 호빵은 출시 첫해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추위가 시작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정된 기간에만 판매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SPC삼립 연간 매출의 15%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듬해부터는 제빵업계에 증기빵 전쟁을 촉발시키긴 했지만 호빵은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무색할만큼 1971년 12월 31일 하루 출하만 100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SPC삼립 제공
호빵은 처음에는 가정에서 쪄먹는 것으로 출시됐다. 그러나 1972년 1월 1일부터는 판매처에서 직접 쪄서 팔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SPC삼립은 국내 최초로 제품진열대와 호빵 판매용 찜통을 제작 배포했다. 당시 거래처에서 빵 진열대로 사용하는 목재상자가 제품을 훼손하고 분실되기도 해 진열대를 제작 배포했다.

또 판매확산을 위해 제작된 호빵 찜통은 알루미늄 재질로 별도의 문이 없는 원통형으로 설계, 원통을 들어야만 호빵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판촉 장비의 지원 선례는 당시 다른 회사는 따라하지도 못할 독창적인 발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반세기 식지 않는 인기 비결은 'R&D'

SPC삼립의 지난해 삼립호빵 매출은 1000억원으로 매년 약 10%씩 꾸준한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먹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에 호빵은 고급 빵이었지만 간식거리가 넘쳐나는 현재에도 호빵의 인기가 유지되고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호빵의 50년 인기 비결은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있다. SPC삼립은 전통의 스테디셀러인 단팥, 야채 호빵에 2016년부터 토종효모를 적용하고 속 재료의 비중을 높이는 등 변화에 나서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다. 올해는 SPC그룹의 특허 토종 유산균과 우리 쌀에서 추출한 성분을 혼합해 개발한 ‘발효미(米)종’을 호빵 전 제품에 적용해 쫀득하고 촉촉한 식감을 강화하고 풍미를 높였다.

사진=SPC삼립 제공
다양한 신제품도 매년 내놓고 있다. 이 신제품들은 기존 중장년층 소비자 외에 젊은 세대들까지 끌어들여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삼립호빵이라는 브랜드에 젊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매년 트렌드를 반영해 출시하는 신제품 호빵의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2016년 10%대에서 지난해에는 20% 이상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50년 한정판으로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이천쌀 호빵’, ‘공주밤 호빵’ 등을 개발해 선보였다. 코로나19, 장마와 태풍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가들을 지원하고 상생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또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 ‘연유단팥호빵’, ‘치즈피자호빵’, ‘꿀씨앗호빵’, ‘에그커스터드 호빵’, ‘쑥떡쑥떡 호빵’ 등도 내놓았다.

특허받은 포장기술인 ‘호빵 스팀팩’도 개발했다. 호빵 스팀팩은 포장지를 뜯지 않은 채 전자레인지로 제품을 가열하면 적절한 시점에 포장지가 알맞게 열리도록 개발된 기술이다. 내부 습도가 유지돼 찜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촉촉하고 폭신한 호빵의 식감을 잘 느낄수 있다.

◇ 유통 채널별 맞춤형 전략으로 차별화

유통 채널, 플랫폼별 맞춤형 마케팅도 호빵 인기에 주요한 전략이었다. SPC삼립은 2018년도부터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등 창고형 매장 전용으로 ‘대용량 호빵’을 출시했다. 대용량 제품의 단점인 보관 문제를 1개씩 개별 포장을 통해 해결하는 동시에 식사의 편리함까지 갖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혼밥족이나 1인 가구 등의 구매가 높은 편의점에는 식사 대용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만두형 호빵인 ‘푸짐 고기만빵’과 ‘화끈 불오징어만빵’ 등을 낱개로 판매했다. 이러한 전략은 그대로 적중하며 한끼 식사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편의점을 자주 찾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허쉬초코 호빵’, ‘멕시카나 땡초치킨 호빵’, ‘미니언즈 바나나 호빵’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이색 제품도 출시했다.

사진=SPC삼립 제공
온라인 식품 주문 증가에 따라 쿠팡, 지마켓, 마켓컬리 등의 온라인 커머스에서도 삼립호빵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과 협업한 ‘ㅎㅎ호빵’을 출시하기도 했다.

톡톡 튀는 마케팅도 한몫하고 있다. SPC삼립은 최근 유튜브에는 ‘스튜디오삼립’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개설하고 ‘삼립미식썰’이라는 주제로 신제품과 스테디셀러 제품을 소개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중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의 이목을 사로 잡았다.

또 올해에는 50년을 맞아 삼립호빵에 1971년 최초 출시했던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하고 ‘삼립호빵’ 전용 폰트를 개발했다. SPC삼립은 호빵 모양을 형상화 한 단팥 호빵 맛 젤리를 출시해 판매하는 등 올해도 적극적인 ‘펀(Fun)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출시 50년을 기념해 한정판 굿즈와 브랜드북을 출시하는 등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삼립호빵은 변함없는 맛과 품질,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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