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직원 힘내는 분위기 조성

농업부문 '탄소제로' 목표…알맹이 채우는 데 노력

개도국에 현지 맞춤 농업기술 보급하는 교두보 마련도"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사진=농촌진흥청 제공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노지 농사 한국판 뉴딜로 청년들이 되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

허태웅(55) 농촌진흥청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23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농업과 농촌 정책에 대한 포부를 이같이 밝히며 "코로나19 세계대유행이 초래할 식량안보 위기를 지켜내는 한편, 우리 농업이 세계 자유무역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허 청장은 "연구원 개별 단위에서는 뛰어난 농업기술이지만, 정작 농업 현장에서는 적용이 안 되는 까닭이 농촌진흥청내 칸막이 문화에 있다"며 "이를 혁신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사람이 가장 우선"이라며 "직원들 사기 앙양을 위해 다각적으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허 청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100일 소감은.

“취임한 뒤 대부분 시간을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피폐해진 현장을 찾아다니는데 보냈다. 현장을 파악해야 맞춤 정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우리 청은 산하에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실용화재단이 있다. 또 품목과 이슈 별로 지역마다 연구소가 있는데, 제주도 온난화대응 연구소에서 강원도 고랭지연구소까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조직이 워낙 크고 방대하기 때문에 아직 업무 보고를 받지 못한 곳도 있다.”

-부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재해가 계속돼 현장을 우선적으로 방문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에 주력했다. 우리 청은 연구원이 1800명이 넘고, 공무직원을 합하면 5000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다. 직원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갖고 있으며, 다른 경로를 통해 연구원과 공무직원, 산학연 학생까지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 총장 시절에는 캠퍼스 내에서 만나는 학생과 교수와 그 자리에서 얘기를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직원을 만나려 해도 다양한 계층으로 나눠져 있어 어려움이 크다. 위계질서도 강하다는 느낌이다. 간담회의 경우 횟수가 계속 될수록 똑같은 얘기가 반복된다. 좀 더 다양한 소통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직원들이 갖는 애로사항은.

“연구원들은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지나치라 할 만큼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몸이 아픈 사람도 많이 있다. 중앙부처 같으면 산하기관으로 내려 보내 몸을 돌보게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게 어려워 안타깝다. 연구원들을 지원하는 공무직원들은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 임금은 최저 시급에 머물러 있다. 급여 인상은 청장의 의지만으로 안 된다. 열쇠를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직 연구자들이 열심히 연구할 경우 다양하게 포상하는 것을 적극 고려중이다. 아울러 연구원이나 공무직원 모두 자기계발 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고 싶다.”

-핵심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아시다시피 농업농촌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젊은이들이 농사를 짓지 않는다. 현재 스마트 팜 등의 시설 농업에 대한 연구는 민간에서도 활발하다. 문제는 농산물 상당수가 나오는 ‘노지’이다.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이곳에 민간자본이 투자하지 않는다. 공익성이 있지만, 수익 때문에 추진이 어렵다면 그것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노지 농사에 기계자동화와 IT를 결합하면 농업이 수월해지고, 그러면 젊은이들이 농업과 농촌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판단한다. 우리 청에 있는 흙토람은 농장단위 토지정보를 다 가지고 있다. 기상청으로부터 최근 5년간의 기상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자신의 토지에 어떤 작물이 적합한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청 산하 각 과학원에서는 다양하고 의미 있는 연구를 많이 한다. 그런데 현장에 가면 그게 안 보인다. 이는 퍼즐이 안 맞기 때문이다.

가령 종자 개량하는 곳에서 콩 꼬투리가 낮은 콩을 개발하는데, 기계 개발은 수확 시 꼬투리가 높은 콩에 맞춰져 있는 식이다. 서로 벽이 있어 무엇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우선 각 과학원 추진단에 이렇게 문제되는 것 2개씩을 발굴해 해소토록 지시했다. 각 연구 부문 간 융합이 활발해지면, 노지 기계화 및 IT 역시 활성화 될 것이다.

작물의 생산 단계부터 소비단계까지 잘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노지도 시설 못지않게 디지털 혁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들어오게 될 것이고, 결국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을 가능케 하는 순환구조를 만들 것이다.”

- 실제 농업 통계를 보면, 같은 해 조사를 했는데도 통계청과 농진청 조사 결과가 다르다. 통계가 중요함에도 농진청의 내년도 사업에 농업농촌 통계 기본 조사라 할 수 있는 ‘소득자료집’ 예산이 줄었는데.

“농업은 복합산업이다. 물리, 화학, 기계, 생물, 기상, 경영 등 모든 분야와 연결돼 있다. 옛날에는 농사를 감으로 지었는데. 지금은 데이터와 통계를 가지고 진단하고 무엇이 유리한지 방안을 도출해 낸다. 지적한 문제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 통계가 정확해야 이에 기초한 정책 역시 올바르게 추진할 수 있다. 어떻게 해결할지 방안 마련을 지시해 놓은 상태다.”

-농식품부와 농진청에서 추진해온 ‘스마트팜 맵’ 사업은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지.

“농식품부 기획관(기획재정담당관)으로 있을 때 기안한 프로그램이다. 현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직불제 부정수급 등을 파악하는데 쓰고 있다. 3년마다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어서 과거의 잘못을 잡아내는데 쓸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한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농업 산림 위성을 쏘아 올리려고 한다.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2025년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위성은 하루 3번 관련 정보를 지상에 보내온다. 그렇게 되면 실시간으로 농지나 농작물 작황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병해충 상황도 알 수 있어 선제 방역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 농업의 디지털화가 한 단계 점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외환위기 때 무너졌던 종자분야도 상당 부분 회복했다고 들었다.

“농진청 연구진의 노력으로 쌀, 밀, 딸기, 국화 등을 비롯해 많은 품목의 종자가 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품종 수에서는 대단한 성과를 이뤘지만,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품종은 대략 30%정도가 넘는다. 앞으로 수량이나 품질, 저장성, 소비 유통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을 고려해 개발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했다. 국제조약에 가입할 때마다 우리 농업은 걱정의 대상이 됐다. 이제는 K-팝이나 K-푸드처럼, K-농업이 돼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이 돼야 한다. 우리 농업기술을 바탕으로 외교부와 함께 개도국에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 보급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도 임기 중에 추진할 중요 사업이다.”

-기후변화가 우리 사회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농진청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것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기후변화와 관련 많은 지적을 받았다. 사회 각 분야 중에서 유일하게 탄소가 줄어든 것이 농업분야이다. 탄소를 감축해서가 아니라, 경작면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지금까지 생산량 증가를 통해 식량안보를 지키는 역할을 해왔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본격적으로 탄소저감을 하기 보다는 아직까지 준비단계인 배출계수 개발에 머물고 있다.

저탄소농산물인증과 바이오차 개발, 암모니아 연구, 축산분야 메탄 감소기술 등 일정 분야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도 있다. 현재 농진청 내에 기후변화사업단이 있고, 국립농업과학원내 기후변화과를 두고 있다. 이들 조직은 제가 농식품부 과학기술정책 과장 당시 만든 조직이다. 사업단장과 논의해 활성화 방안을 찾겠다. 미래를 위해 의지를 가지고 알맹이를 채우는데 노력하겠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프로필

- 경남 합천 출생- 서울대 농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환경보건학 석사- 기술고시 23회 임용-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과학기술정책과장-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 대통령비서실 농축산식품비서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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