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와 기술 공동개발 통해 소재 및 장비 국산화에 기여

1·2·3차 협력사까지 동반성장 추진, 코로나19 속 금융지원 강화

[편집자주]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경제와 일상생활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상생경영과 사회적 가치활동도 끊임없이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이전의 상생이 사회적으로 선한 행동을 해야한다는 당위적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기업 이윤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 투자이자 종국에는 가치창출 방안이라는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상생활동을 실천하는 착한기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가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면서 반도체 생태계 선순환 구축에 힘쓰고 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과 기술을 공동개발하거나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해 협력사를 지원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중·소 협력사 지원을 넓히기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쎄믹스, 엘케이엔지니어링, 에버텍엔터프라이즈를 4기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2년간 SK하이닉스와 제품을 공동개발한다.

선정된 기업은 SK하이닉스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어 기술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기업은 SK하이닉스로부터 일정 물량의 구매를 보장받는 한편 무이자 기술개발 자금대출 지원과 경영 컨설팅을 받는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정문.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국내 협력사 중 잠재력이 높은 업체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2년간 다방면에 걸쳐 지원한다.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곳씩 협력사를 선정해왔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올해 기술혁신기업이 만료되는 2기 기업 가운데 티이엠씨는 반도체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의 공동개발을 조기 완료해 양산에 돌입했다. 미코와 유비머트리얼즈도 공동개발을 완료, 양산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무이자 기술개발 자금대출과 함께 개발 제품에 대해 일정 물량을 구매해준다. 기술 기업 육성을 통해 반도체 소재 및 장비 국산화율 향상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지원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의 운영 및 기술개발 자금을 저리로 지원하기 위해 2011년부터 '동반성장펀드'를 운영 중이다. 2018년부턴 기존 1차 협력사 위주에서 2·3차 협력사까지 지원을 확대했다. 펀드 규모는 3000억원이다.

7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지원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 2차 협력사가 3차 협력사에게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무이자로 대출을 지원해주는 펀드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를 위해 상생펀드의 3700억원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가용금액 1300억원을 우선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6월30일 화상으로 개최된 SK하이닉스 4기 기술혁신기업 협약식에서 (왼쪽부터)이준호 엘케이엔지니어링 대표, 이석희 SK하이닉스 CEO, 한태수 에버텍엔터프라이즈 대표, 김지석 쎄믹스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 관련 기술 탈취 등 지식재산(IP)과 관련된 불법행위로부터 협력사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SK하이닉스는 'IPR(Intellectual Property Resource) Sharing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구성원 또는 변리사와 같은 전문가가 협력사를 방문, 맞춤형 특허 교육·컨설팅을 진행한다.

회사 측은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소재 특허를 협력사와 무상으로 공유, 협력사가 기술을 보호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협력사와 소통 강화를 위한 동반성장협의회를 구성, 협력사와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반성장 활동의 일환으로 2018년 7월에는 '반도체 상생 CEO세미나'를 개최했다. SK하이닉스와 직접적 거래관계가 없는 2차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솔믹스 등 그룹 내 반도체 관계사의 1차 협력사 CEO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교육인프라를 통해 반도체 생태계도 강화한다.

SK하이닉스는 ‘공유인프라 포털’을 통해 협력사에 무상 혹은 시중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반도체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장비를 활용한 웨이퍼 분석/측정 서비스도 지원한다.

협력사들은 SK하이닉스의 생산 장비, 분석 역량 등 유무형 자산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분석/측정 지원센터를 통해 각종 분석 업무를 수행한다. 고품질의 분석 데이터를 제공받아 제품 성능 보완 및 신제품 개발 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협력사의 기술 강화가 다시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반도체 업계가 당면한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장비, 재료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역량 향상과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1차 협력사에 집중됐던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 2·3차 협력사에까지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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