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프랑스 등 4개 국가 콘셉트 정원 '풍부한 조경'

5000세대 매머드급 최신축 단지…업무지구 접근성 ‘글쎄’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 외부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 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고덕 그라시움은 고덕주공2단지와 삼익그린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지은 것으로 2019년 9월 준공된 최신축 단지다.

4932세대 규모로 매머드급 대단지인 만큼 시공사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SK건설 등 3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지었다.

통상 2개 건설사가 함께 지은 아파트는 각각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네임을 따 단지명을 짓는데, 3개 이상 건설사가 참여할 경우 각 회사의 아파트 브랜드 네이밍을 단지명에 사용하면 지나치게 길어지므로 별도의 단지명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덕 그라시움 역시 별도의 단지명으로 ‘품위 있는, 우아한’이란 뜻의 영어인 ‘gracious’와 건축물을 의미하는 라틴어 ‘Um’을 합한 합성어인 ‘그라시움’을 단지명으로 택했다.

고덕 그라시움 정문 문주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녹지와 조경 강점…'알찬' 커뮤니티 시설도

고덕 그라시움은 크게 두 개 블록으로 나뉘어져 있고, 이 두 블록 사이엔 서울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이 단지를 가로지르고 있다. 사실상 고덕 그라시움 단지가 지하철을 통으로 품은 형국의 입지인 셈이다. 그만큼 초역세권 단지로써 교통이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5000세대에 달하는 거대한 단지 규모만큼 부지 자체도 광활하다. 건폐율 역시 17%로 낮은 편에 속해 아파트 동간 거리가 넓고 쾌적하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고덕 그라시움의 특장점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녹지 환경과 아기자기한 조경이다.

단지 서쪽엔 방죽근린공원, 동쪽으로는 동명근린공원, 남쪽의 명일근린공원, 북쪽의 샘터공원 등 단지 전체가 거대한 녹지에 둘러싸여 있다. 행정구역상 서울에 속해 있지만 단지 주변을 둘러보면 마치 교외에 있는 전원에 온 듯한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단지 내부 조경도 주변의 녹지 환경에 걸맞게 풍부하게 조성돼 있다. 특히 한국식 정원, 일본식 정원, 프랑스식 정원, 이탈리아식 정원 등 각기 다른 4개 국가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인공 정원이 단지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조경 감상 시 지루할 틈을 없게 만든다.

고덕 그라시움 단지 내에 설치된 정자와 한국식 정원 모습. 사진=임진영 기자
최근 신축 단지 트렌드인 입면분할 통창 창호 시스템을 각 세대에 설치하고, 아파트 동 하단부에 대리석 마감으로 시공 처리를 하는 등 기본에도 충실한 모양새다.

많은 세대수를 만족시킬 커뮤니티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피트니스와 실내골프장 등 기본적인 신축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더해 수영장과 사우나, 다목적 체육관, 테라피룸, 정보검색실, 영어도서관, 노래연습실, 맘스카페, 연회장 등 단지 안에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알찬' 커뮤니티를 꾸몄다.

학군 역시 강점이다. 단지 부지가 워낙 넓어 강덕초등학교와 고덕초등학교 두 곳의 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더블 초품아 단지다. 단지 남서쪽으로는 강동구의 대표적인 학원 밀집지구인 명일동 학원가도 인접해 있어 학교 통학과 학원가 라이딩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라시움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N 부동산 중개소 대표는 “복잡한 서울에서의 삶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을 누리면서 안정적인 학군과 학원가를 찾는 고소득 젊은층이 지난해 입주와 함께 상당수 유입되면서 단지 분위기가 밝고 쾌적해졌다”고 말했다.

고덕 그라시움 내 커뮤니티 센터 내부 안내도 모습. 수영장과 다목적 체육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곳곳에 '하자'…최근 시세도 약세

다만, 최근 아파트 시장의 선호도 척도이자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직장과의 접근성, 이른바 ‘직주근접’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대표적인 서울 3대 업무지구인 CBD(광화문), YBD(여의도), GBD(강남) 지구 모두 고덕 그라시움과는 지하철 이용 시 1시간 가량 걸린다.

자차 이용이나 버스 이용은 더욱 불편하다. 여의도나 광화문은 출퇴근 시간 기준 1시간 반에서 2시간을 잡아야 하며 출퇴근 시간이 아닌 경우에도 1시간 20분 정도가 평균적으로 소요된다.

강남 접근성은 광화문 및 여의도보다 좀 낫지만 그래도 차량 이동시 출퇴근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 걸리며 출퇴근 시간이 아닐 경우에도 1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해 단지 내 상가 H 부동산 중개소 대표는 “주요 직장들이 많이 몰려 있는 도심 업무지구와 고덕 그라시움 단지 간 거리가 좀 먼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삼성엔지니어링 본사가 단지 인근의 상일동에 위치해 있어 이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 상당수가 여기(고덕 그라시움) 살고 있다”고 밝혔다.

고덕 그라시움 단지 내에 꾸며진 프랑스식 정원과 분수대 모습. 사진=임진영 기자
지난해 9월 그라시움 입주 당시 문제가 됐던 하자 문제 역시 아직까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로 일부 특정 동 1층 현관 출입구엔 장마철이 아닌 현재 10월에도 물이 새는 누수 현상이 발생해 물받이통을 가져다가 설치해놓은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시세 또한 올해 여름까지는 역대 최고가를 찍는 등 강세를 보였지만 입주 1년을 넘긴 올해 가을부터는 소폭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고덕 그라시움 84㎡(35평)는 지난해 9월 입주 당시 11억원에서 12억원대에 거래돼다가 최근 1년간 꾸준히 올라 지난 7월엔 17억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7월 최고가 실거래 등록 이후 8월부터 현재까지는 고덕 그라시움 84㎡는 총 4건이 거래됐는데 이 계약건은 모두 16억원대에 거래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8월 20일 16억2000만원, 9월 2일 16억5000만원, 9월 12일 16억8500만원, 가장 최근 거래가는 9월 24일 16억5000만원으로 입주 이후 1년간 계속 꾸준히 오르던 거래가가 7월 최고가 기록 이후엔 오히려 한풀 꺾인 모양새다.

59㎡(25평) 역시 비슷하다. 지난 8월 8일 14억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후 현재까지 8월 15일 12억9700만원, 8월 29일 13억6000만원, 가장 최근인 9월 5일에 12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계속되던 신고가 경신이 일단 멈춘 상태다.

고덕 그라시움 내 이탈리아식 정원과 조경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단지 인근 K 부동산 중개소 대표는 “지난 여름에 최고가 거래가 이뤄진 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면서 매수세가 확연히 줄었다”며 “이렇게 거래가 끊기다 보니 매수자들이 그나마 사간 물건들도 세를 끼고 있는 저가 매물들이 대부분이어서 실거래가가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덕 그라시움에서 저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 단지가 배정되는 두 곳의 초등학교 간 미묘한 선호도 차이에 따라 매물 가격도 차이가 난 데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지 인근의 또다른 R 부동산 중개소 대표는 “학생 대부분이 단지 입주민 자녀들로 이뤄져 있는 강덕초와 달리 인근 주택가 주민 자녀들이 혼합 배정되는 고덕초에 배정되는 블록의 매물들은 아무래도 가격대가 좀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여름 이후 선호도가 떨어지는 고덕초 배정 블록 매물들이 주로 계약되면서 거래가도 낮게 나왔다”고 귀띔했다.

고덕 그라시움 단지 내 일본식 인공 호수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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