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 '아너' 매각 추진…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4분의1 잃을 듯

매각협상 대상에 디지털차이나·TCL·샤오미 등 거론, 중저가폰 시장 요동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중국의 화웨이가 서브 브랜드인 '아너(Honor)'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결국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아너 시리즈는 화웨이 스마트폰의 대표 브랜드인 '메이트' 시리즈와 함께 화웨이의 전체 매출을 이끌어왔습니다. 가성비 전략과 온라인 유통망을 적극 활용한 것이 주효했는데요.

아너 브랜드는 2013년 만들어졌지만 화웨이 스마트폰의 부품 공급망과 판매 유통망 등을 이용해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화웨이가 출하한 스마트폰 중 아너 브랜드가 차지한 비중은 26%에 달합니다.

5580만대 가운데 1460만대가 아너 제품이었는데요. 중저가폰이 주력인 까닭에 마진은 적지만 출하량에 대한 기여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너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디지털차이나, TCL, 샤오미 등입니다. 디지털차이나는 아너 제품의 메인 유통업체, TCL은 TV,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사업 등을 하는 기업입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업과 관련해 화웨이의 경쟁사입니다. 모두 중국 기업입니다. 현재로선 디지털차이나의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매각 가격은 최대 37억달러(4조23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너가 매각될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방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화웨이가 듀얼 브랜드 전략을 편 것은 기존 화웨이 브랜드를 고급화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아너20'. 사진=아너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모두 서브 브랜드를 두고 있는데요. 오포는 '리얼미', 비보는 '아이쿠우', 샤오미의 '레드미'가 대표적입니다. 신흥시장에서 판매량이 높은 이 브랜드들은 출하량 기준 점유율 경쟁에서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화웨이가 아너를 매각할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에 우세한 쪽으로 크게 기울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는데요. 이 기간 화웨이는 16%에 머물렀습니다. 미국의 무역 제재로 화웨이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아너가 매각되면 반도체 공급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화웨이는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스마트폰에 주로 채택해왔는데요. 또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경우에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대만의 미디어텍이 설계한 제품 등을 썼습니다.

샤오미나 TCL이 아너를 품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를 많이 쓰는 대표적인 제조사 중 한곳입니다. TCL 또한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삼성과 협력관계가 탄탄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가 가능한만큼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어느 기업이 아너를 품느냐를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화웨이의 아너 매각이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것 같습니다.

☞스마트라이프는 ICT 산업과 관련된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4차산업혁명시대 부상할 기술과 트렌드를 분석하며, 알면서도 모르는 ICT 이슈에 대해 다룹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