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발생한 전기 에너지를 받아 들여 충전합니다. 반대로 내보내면 방전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리튬이온이 들어갈 자리가 없고 안전한 공간이 없다면 원래 기대했던 양극의 용량과 출력 성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음극을 잘 설계해야 양극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용량도 커지고 수명도 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오래 사용하다 보면 처음 구입했을 때보다 사용 시간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양극의 리튬이온이 들어갈 음극의 방이 시간이 지날수록 열화가 돼 구조가 무너저 사라지기 때문이죠.

배터리 수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극입니다. 현재 음극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는 흑연입니다. 흑연은 상당히 규칙적인 구조로 돼 있고 탄소가 결합된 하나의 층이 여려 겹 쌓인 구조입니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해 흑연 층 사이사이로 들어가는데요. 리튬이온이 들어간 흑연은 팽창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충·방전으로 리튬이온이 흑연(방)을 오가면 그 방은 망가져 못쓰게 됩니다. 음극의 부피가 계속해서 변하고 구조도 조금씩 변화가 오죠. 그러면서 수명도 차츰 줄어들게 됩니다. 음극의 부피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용 시간이 줄어들 뿐입니다.

음극의 부피 변화는 배터리 용량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제품을 설계할 때는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할 구조적 변화를 어느 정도 선 반영해 설계합니다. 팽창이 많이 일어나는 소재를 사용한다면 방을 많이 만들 수 없어 용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부피가 덜 팽창하는 소재를 사용하면 여유 공간이 넉넉해 더 많은 방을 만들어 높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요소. 자료=삼성SDI 제공
결국 효율적인 음극을 만들려면 단위 부피당 많은 방을 만드는 대신 팽창이 되지 않는 소재를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음극 소재로 흑연이 주로 쓰입니다만 최근에는 실리콘이 점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리콘은 흑연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약 10배나 높고 충·방전 속도도 빠릅니다.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의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70% 성장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음극재 시장 수요 비중은 약 3%였으나 5년 후 11%까지 높아진다고 합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높은 에너지밀도를 바탕으로 충분한 전기차 주행거리를 확보하려는 현 시점에서 실리콘 음극재의 전지 내 사용 비중은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이런 움직임에 대비해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실리콘 음극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 실리콘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실리콘은 소재 특성상 흑연보다 30~40배 이상 부피가 팽창한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기술적 문제로 현재 음극재 시장에서 실린콘 수요는 흑연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상황입니다.

실리콘 음극 소재에 저장된 리튬이온. 자료=삼성SDI 제공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실리콘의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방향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한 곳인 삼성SDI는 자사의 독자 특허를 통해 'SCN'이라는 실리콘 음극 소재를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SCN 기술은 실리콘을 이용해 배터리 음극의 용량을 높인 것입니다.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 수천분의 1 크기로 나노화한 후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했습니다. 실리콘 소재의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배터리 팽창 부작용도 해소했다고 회사는 설명합니다.

업계에서는 실리콘이 흑연보다 10배 이상의 에너지 밀도를 지닌 만큼 부피 팽창이라는 부작용을 빨리 개선하는 업체가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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