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과 투자자의 책임은 묻지 않은 해괴한 결정

말도 많던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쉽지 않을 결정을 내렸다.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서슬퍼런 금융감독원의 계속되는 '압박'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판매사들은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여 투자원금을 100% 배상하기로 했다. 투자원금 전액 배상이 현실화된 것은 금융 분쟁조정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분쟁조정에서의 최대 배상폭도 80%였다.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사건이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 판매사들로 하여금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보전해 준 이후에 운용사 과실 여부를 따져 구상권을 청구하는 안을 제시했다.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과 투자위험 등 핵심 정보들을 허위·부실 기재했고, 판매사는 그 내용을 갖고 투자자를 모았다. 원금은 물론이고 7%대의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주범은 운용사이고 공범은 판매사라는 말이다.

운용사와 판매사의 책임이 명백하고 분명하니 그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맞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사고들에서 관리·감독 기관인 금감원은 책임이 없나. 전지적 지위에 서서 금융사들에만 전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나. 금감원은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도 금융사들에게 떠 넘긴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예금보다 고수익인 상품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은 투자자들의 잘못은 없나.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는 투자의 기본이다. 상당수의 상식을 갖춘 다른 투자자들은 7%대의 고수익이 싫어서 투자를 꺼린 것은 아니다. 잘하면 고수익이 있겠지만, 그만큼 손해볼 가능성이 높다는 건전한 상식에 따라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모펀드는 일반 예금이 아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상대적으로 고액의 돈을 납입하고 가입하는 특별한 금융상품이다. 저축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법 대상도 아니다.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부담하는 일반 예·적금 등 금융상품도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 한정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원금의 일부라도 투자자 리스크는 감수하도록 하고 돌려준 다음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이렇게 말했다.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주식시장은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 투자자도 투자하기 전에 의심해야 하고 감수할 위험을 직접 계산해야 한다.

금감원의 사실상 '압박'에 따른 이번 조치는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금감원의 '무소불위(無所不爲)'가 하루 빨리 없어져야 되는 건 아닐까.

이윤희 데일리한국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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