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심정선 기자] SK텔레콤이 통신사 이미지가 강한 '텔레콤'을 떼고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 등기소에 임시 등기 신청도 마친 상태로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이미지)도 준비 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올 1월 국내 주요 기업간 AI 분야의 협력을 제안하며 사명 변경 계획을 내비쳤다.

박 사장은 "모든 사업부문을 아우르면서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새로운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술을 표방하는 기업 이미지를 담겠다"고 전했다. 사명 변경을 통해 향후 기업의 성장 방향 변화도 꾀하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등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SK텔레콤의 결단에 다른 대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1994년 민영화 이후 이통 1위 사업자로

최종건 회장(우측에서 세 번째), 최종현(우측에서 두 번째) 회장이 1968년 12월 수원공장 준공식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SK그룹
SK텔레콤은 SK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1953년 4월8일 수원시 권선구 평동 4번지를 매입해 일으켰다. 1962년 창업주의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부사장으로 취임한 선경직물을 모체로 하는 SK그룹의 계열사다.

최종현 회장은 정보통신 사업에 뜻을 두고 1984년 미주 경영기획실을 설립,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얻어냈다. 하지만 특혜가 아니냐는 당시 부정적인 여론에 사업권을 자진 반납, 1994년에서야 민영화 대상이었던 한국이동통신을 4271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이동통신 로고.
한국이동통신은 인수 이전부터 한국전기통신공사 자회사 '한국이동통신서비스'를 설립, 차량전화(카폰)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1988년 공중전기사업자로 등록하고 휴대전화 서비스에 나섰으며, 이것이 SK텔레콤의 시작이다.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꿔 PC통신 서비스 '넷츠고'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무선인터넷 'n.TOP'과 20대 전용 서비스 'TTL'을 만들어 타 통신사와는 다른 독특한 마케팅에 나섰다. 이후로도 2006년 'T'라는 브랜드명을 만들어 '생각대로 T' 등 전 국민이 아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 이동통신 1위, 든든한 기반에도 '탈(脫) 통신'

SK텔레콤은 명실상부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다. 시작한지 25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2G 시절부터 최근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는 5G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전체 5G 가입자는 총 737만명으로 이 중 SK텔레콤이 약 45.4% 정도인 334만명을 보유 중이다.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 수 역시 지난 6월 기준 SK텔레콤이 2913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T는 1861만명, LG유플러스는 1454만명 순이다. 2위와의 격차가 의미 없을 정도의 압도적 점유율이다.

이처럼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췄음에도 SK텔레콤은 '탈 통신'을 외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사명 변경도 불사 '초협력' 천명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단순 업종변경과 달리 사명변경은 회사로선 큰 부담이다. 업종 변경이 새로운 먹거리 창출 및 확대하려는 시도에 가깝다면, 사명변경은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회사 컨셉을 구축해야 하기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은 적극적인 탈 통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박정호 사장의 이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박 사장은 SK(주) C&C 대표이사를 거치면서 쌓은 소프트웨어 노하우와 1위 기업으로의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이동통신 보급률은 120%를 넘어선지 오래됐으며, 향후 추가 성장을 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종합 ICT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새롭게 논의 중인 사명은 'SK하이퍼커넥터'다. 'hyper(최고)'에 'connector(연결, 협력)'를 합친 이름이다.

박 사장이 직접 "AI 분야 국내 업체들이 능력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 업체에 다 내줄 판"이라고 언급한 만큼 4차 산업혁명을 협력해 대비해야만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 통신+신사업, ICT 복합 기업으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번화가 거점 오피스 운용, 언택트(비대면) 휴대폰 개통, 드라이브 스루 개통 등 '뉴노멀'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 중인 SK텔레콤은 코로나 이후 시장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SK텔레콤의 올해 화두는 'ICT 복합기업'이다. 끊임 없는 변화와 대비에 기반한 ICT 산업으로의 확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박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회'에서 "이동통신과 신사업을 양대 성장 엔진으로 삼아 명실상부한 ICT 복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1위 사업자 지위를 누리는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새롭게 자회사로 편입한 유통업과 보안업, 미디어업 등의 분야까지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포부를 보였다는 평가다.

우아한형제들의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가 물품을 배송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특히 SK텔레콤은 신사업을 AI, 모빌리티 등 새로운 ICT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5G 환경과 IOT(사물인터넷)를 통한 5G MEC(모바일에지컴퓨팅)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5G MEC는 무선 데이터 전송 지름길을 만들어 △클라우드 게임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및 차량관제 △AI·데이터 컴퓨팅 △5G 로봇 등 초저지연 서비스 성능을 높이는 5G 핵심기술이다. SK텔레콤이 추구하는 신 ICT 산업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우선 SK텔레콤은 국내 로봇 솔루션 기업 로보티즈와 손잡고 5G MEC 활용 실외 자율주행 로봇 개발을 진행중이다. 향후에는 로봇관제시스템을 MEC에 탑재해 다수의 로봇을 관리하는 기술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발된 자율주행 로봇은 우아한형제들의 로봇 배달 서비스에 접목될 예정이다. 5G 시대 새로운 콘셉트의 로봇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양 사는 연내 이 시스템을 활용한 로봇배달 서비스를 건국대 캠퍼스 내에서 시범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수원의 주상복합 쇼핑몰 '광교 앨리웨이'에 공급한 딜리드라이브에도 원격관제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실시간 개인정보보호처리 시스템 및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한 실시간 영상분석 시스템 등도 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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