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별 GRDP, 아파트 가격과 개선 방향

최민성 델코리얼티 회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수십 차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잡힐 줄을 모르자 정부도 공급 확대로 방향을 돌린 듯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16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주택 공급 의지를 보였고 현재 정부 차원에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향 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택 공급은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서울시가 공개한 2017년 기준 서울시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에 따르면 강남구가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GRDP란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가치로 평가한 금액이다.

강남구는 65조3870억원으로 서울의 16.2%를 차지하고 있다. 강남구는 서울시 자치구별 평균(16조1630억원) 보다 4.05배나 많다. 최소 자치구인 강북구(3조570억원, 서울의 0.8% 비중)보다는 21.4배나 많다.

1인당 GRDP에도 차이가 컸다. 서울에서 1인당 GRDP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사업체 밀집도가 높지만 주거 인구는 작은 중구( 4억600만원)였다. 그 다음으로 종로구(1억9600만원, 서울 평균의 4.74배), 강남구(1억2400만원, 3.0배) 순이다.

GRDP와 아파트 가격과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20년 6월 기준으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서초구로 17억3300만원이다. 가장 낮은 자치구인 도봉구(4억2700만원)의 4배가 넘는다. 2위는 강남구(17억1500만원), 3위는 용산구(13억9000만원)다.

당연한 얘기지만 GRDP가 높은 지역엔 주택 수요가 많고 집값이 비쌌다. 그렇지만 도심인 중구의 경우처럼 공급은 수요에 크게 못미친다. 고밀도 개발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서울 내 균형 발전과 주택 부족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미국 사례를 살펴보자. 글로벌 도시부동산 연구단체인 ULI가 2018년 발표한 '도시 인접 지역의 새로운 지리학 공식(The New Geography of Urban Neighborhoods)'에 따르면 미국 대도시 거주자 중 75% 이상이 고밀도 중심 지역에 살고 있다. 그만큼 고밀도 복합지역이 일자리와 거주에서 큰 역할을 한다. 대도시에 사는 밀레니얼 가구 비중은 3분의1 정도로 높고, 이들은 고밀도 복합용도 입지를 선호한다.

또한 예전 단독주택이나 저밀도 상업지역에서 새로운 도심으로 변신하는 지역도 있다. 이러한 지역을 ‘이머징 경제 중심지’라고 한다. 이런 지역의 인구증가율은 9.9%로 높다. 도심 역할에 버금가는 고밀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대도시의 임대아파트 신규 물량도 경제적으로 '잘 나가는' 입지에 집중되고 있다. 도심 가까운 곳은 임대아파트 물량이 32% 증가하고, 도시 가장자리는 16%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직장과 가까운 곳의 주택공급을 중시한다.

이는 시장원리에도 맞다. 임대아파트 물량은 대부분 민간 임대사업자가 민간부지를 개발하면서 추진된다. 법인 임대 다주택자가 투기한다고 비난하는 시각은 없다. 오히려 세금혜택을 주면서 저렴한 임대사업을 유도한다.

대도시의 경우 대중교통 인프라가 우수해 시민들의 절반은 출·퇴근 시 대중교통, 걷기, 자전거, 카풀 등을 이용한다. 나머지 절반은 자가용을 이용한다.

도심의 경제 중심지에 고밀도 주택개발은 교통체증과 탄소 배출 개선에도 한몫을 한다. 임대아파트와 적절한 가격의 주택공급은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일하는 이러한 경제 중심지에 집중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한편 ULI의 다른 보고서에서는 조만간 사람들이 몰려 사는 도시 가장자리가 고밀도 개발되는 '도넛' 모습의 도시를 전망하고 있다. 도시 변두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혁신은 이런 곳에서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인구는 1000만명이지만, 도심에는 단지 200만명만 살고 있다. 대부분은 도시 가장자리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도시 변두리는 비즈니스 센터 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해 기업유치와 인재채용을 권장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저밀도 주거지역과 도심 상업지역을 고밀도 개발해 기업체 일자리와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고밀도로 개발해 대량 공급하면 주택가격을 낮추고 거주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확실하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오래되고 침체된 가장자리 주거지역은 적정 면적 단위로 용적률을 대폭 높여 주택을 공급하면서 건물 바닥이 차지하는 건폐율을 줄여 녹지화하고 소방도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 녹지를 계속 연결해나가면 쾌적한 동네 공원길이 생긴다.

필요한 입지에 고밀도 개발을 진행해 적절한 가격의 주택공급이 많아지면 다주택자의 투기는 사라진다. 투기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의 가장자리 자치구는 젊은 인구가 몰려 있으면서 주택가격이 비교적 서울 평균보다 저렴하다. 이런 입지에 고밀도 개발을 통해 기업을 유치한다면, 직주근접형 경제지구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문화를 입히면 금상첨화가 된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GRDP가 낮은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 은평구, 관악구, 노원구, 성북구 등이 해당된다. 이곳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기업체를 집중적으로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만 확보되면 충분한 직주근접형 지역이 된다. 동대문구, 서대문구, 강동구, 구로구 등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신도시에 수도권 주택 공급을 의존해왔지만 서울 외곽 신도시 개발은 주택공급 효과가 미흡하다. 물량효과도 서울을 고밀도 개발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또한, 신도시 택지와 도로 신설로 인해 자연은 파괴되고, 자가용 이동과 출퇴근 시간은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킨다. 서울 외곽으로 분산될수록 기업체 일자리 창출도 효과도 떨어져 베드타운 현상만 강해진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재생학회 부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ULI 코리아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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