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 사진=삼성SDI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지난 5월 국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총수간 전격적인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배터리 회사 간 연합전선 구축이 활발한 가운데 양사 수뇌부의 전격 회동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기 충분했습니다. 이에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새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전고체와 리튜이온 차이점 '전해질 상태'

리튬이온 배터리(좌)와 전고체 배터리(우)의 구조. 자료=삼성SDI 제공
우선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4대 구성 요소로 이뤄집니다.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이온이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시킵니다.

현재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전기차 등 애플리케이션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합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접촉을 방지하는 분리막이 있어 액체 전해질이 양극과 음극, 분리막과 함께 있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전해질이 액체다보니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의 팽창이나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 배터리 손상이 발생할 경우 화재나 폭발 등의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에서 고체로 바뀐 배터리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분리막 대신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까지 대신합니다. 전해질이 고체인 덕분에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적이며,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전고체 배터리이 개발이 필요한 이유

최근 글로벌 주요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들은 차세대 베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용량을 높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앞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해 자동차업계의 주류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확실한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인 전기차용 배터리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야 하는 첫번째 이유는 '주행거리'입니다. 현재 운행 중인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내연기관차의 600~700㎞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배터리의 개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배터리 가격 상승과 공간 효율성을 저해시킨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쪽으로 연구개발(R&D)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도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전기차용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계속해서 향상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배터리의 발전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증대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기술발전이 진행됐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높습니다.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사라져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배터리의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 물질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즉, 공간 활용도가 높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로 전기차 배터리 모듈, 팩 등의 시스템을 구성할 경우에도 부품 수의 감소로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어 용량을 높여야 하는 전기차용 배터리로 안성맞춤입니다.

전기차용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야 하는 두번째 이유는 '자율주행'입니다. 자율주행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고 명령을 내립니다. 이 때 차량 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만큼 자율주행 차량의 배터리 용량을 높이는 일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투세라(Tuxera)는 자율주행차가 하루 동안 사용한 데이터 양이 11TB라고 발표했습니다. 축구장 4개 크기인 반도체 공장에서 하루 45TB의 데이터가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막대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질수록 전력 소비도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025년 이후 상용화…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속도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이지만 상당수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소재 업체들이 전고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는 2025년 이후로 전망됩니다.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시장 전망. 자료=삼성SDI 제공
도요타는 이미 지난 2008년 차세대 배터리 연구소를 출범하며 정부 및 학계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독일 폭스바겐은 미국의 퀀텀스케이프와 BMW는 솔리드파워와 각각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오는 2025~2026년 출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무라타와 히타치, 교세라, 도레이, 스미토모화학 등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자체 개발 프로젝트 외에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전고체 배터리를 차세대 배터리로 선정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SDI는 2013년부터 모터쇼나 배터리 관련 전시회에서 중장기 전고체 배터리 기술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현재는 요소기술 개발단계로 상용화는 2027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크기는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원천 기술을 담고 있는 이 연구 내용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고체 배터리 연구결과 '네이처 에너지' 게재. 사진=삼성S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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