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센트럴파크 콘셉트 조경…19% 낮은 건폐율로 동간거리 ‘쾌적’

하단부 대리석 마감·필로티 구조 미설계 등 신축 트렌드 미반영 ‘약점’

“6월초 84㎡ 16억9000만원 실거래…진입 많지만 진출 희소한 단지"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내부 중앙광장 녹지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현재 국내에서 가장 세대 수가 많은 최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헬리오시티’다. 헬리오시티는 84개동, 총 9510세대(임대 1401가구 포함) 규모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둔촌주공이 1만2032세대로 향후 재탄생 될 예정이지만,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맞물려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있어 현재 헬리오시티가 지니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라는 상징성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헬리오시티는 1980년 지어진 가락시영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재탄생됐다. 가락시영 아파트는 당시 무주택 철거민의 주거 지원을 위해 서울시가 주택보급정책의 일환으로 직접 사업을 시행하고, 극동건설이 시공을 맡아 134개 동에 6600세대로 규모로 지어진 단지였다.

이후 노후화된 가락시영은 재건축을 위해 2015년 1월 서울시로부터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2015년 9월에 착공, 그해 11월 분양을 했다. 3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8년 12월 완공에 이르렀다.

헬리오시티는 단지 정문인 문주에서부터 쉽게 보기 힘든 1만 세대 대단지 규모의 위용이 드러난다.

서울지하철 8호선 송파역 3번 출구와 곧바로 맞닿아 있는 헬리오시티 정문 문주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서울지하철 8호선 송파역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도보 1분만에 헬리오시티의 ‘얼굴’인 문주는 웬만한 서울 신축 대단지 아파트 문주보다 2~3배 정도 거대하다.

일반적으로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가 대단지 아파트, 3000세대 이상 아파트는 ‘메머드급 대단지’로 분류되는 현실에서 메머드급 대단지의 3배 규모가 넘는 헬리오시티는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요새 대단지 신축 아파트의 트렌드가 갈수록 ‘문주 꾸미기’에 힘을 주는 상황에서 헬리오시티의 문주는 각인 효과가 크다.

헬리오시티의 거대한 문주를 지나 드러나는 단지 내부로 들어서면 광활한 평지로 이뤄진 단지 내 정가운데 구역에 길쭉한 녹지가 조성돼 있는 것이 또한 눈에 띈다. 이 녹지 공간의 양 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아파트의 물결인 35개 동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내부 중앙광장 녹지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이런 헬리오시티 단지 내부는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마천루가 늘어져 있는 미국 뉴욕의 도심 경관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헬리오시티 정문에서부터 후문까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만 1km나 되는데, 넉넉히 성인 걸음으로는 20분이 걸린다. 단지 전체 면적은 여의도 공원의 두배 규모로, 35개동 전부를 합친 연면적도 롯데월드타워의 두 배에 달한다.

그만큼 내부 시설의 개수도 일반적인 대단지 아파트와 차원을 달리한다. 단지에 바로 인접한 초등학교가 두 곳으로, 단지 내 전 세대 자녀들이 이 초등학교에 모두 배정받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한 곳만 단지 가까이에 있어도 초품아 단지로, 선호도가 높은 현실에서 초등학교를 두 곳이나 끼고 있는 것은 확실히 여타 대단지와 차별화 되는 헬리오시티의 강점이다.

이에 더해 일반적인 대단지 아파트에 국가 공인 어린이집이 1개, 메머드급 대단지 아파트라고 해도 국가 어린이집이 3~4개 정도가 최대인 상황에서 헬리오시티의 공인 어린이집은 7곳에 달한다.

커뮤니티 시설 내 도서관도 6곳이나 되고, 놀이터 역시 18개로 단지 곳곳에 자리해 있다. 단지 내부를 걷다보면 수시로 마주치는 인공 폭포와 수경 시설, 조형물 등 헬리오시티 내부는 하나의 거대한 공원과 마찬가지다.

헬리오시티 단지 내부에 경찰서 콘센트로 꾸며진 어린이 놀이터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동간거리도 넓어 쾌적한 편이다. 단지 내부 쾌적도를 판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치가 건폐율(부지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땅의 비율)이다. 이 건폐율이 낮을수록 동간거리가 넓찍해 쾌적함을 의미한다.

헬리오시티의 건폐율은 19%다. 서울은 땅값이 워낙 비싸기에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건물을 빡빡히 지을 수 밖에 없어 대부분 단지가 건폐율이 20%를 넘고, 건폐율이 30%을 초과하는 단지도 상당히 많다.

다만, 이런 헬리오시티도 약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축 아파트의 가장 큰 특성인 각 동의 하단부의 대리석 마감 및 필로티 설계가 돼 있지 않은 점이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쾌적한 단지 내부와 달리 아파트 각 동은 구축 아파트와 동일하게 하단부가 그대로 콘크리트 마감이 돼 있어 신축 답지 않게 다소 낡아보이는 느낌이 든다.

최근 신축 트렌드인 대리석 마감과 필로티 설계가 돼 있지 않은 헬리오시티 개별동 하단부 모습. 사진=임진영 기자
또한 요새 신축 단지들은 대부분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다. 동 하단부를 필로티로 채우고, 1~3층 저층 세대에 높은 공간감을 부여해 외부로부터 사생활을 보장하고 세대 간섭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필로티 설계 위에 지어진 저층은 곧바로 땅에 붙은 구축 저층 세대와 달리 채광까지 풍부하다.

그러나 헬리오시티 각 동은 요새 신축 트렌드인 필로티 설계가 돼 있지 않고, 구축 아파트처럼 1~3층 저층 세대가 곧바로 대지와 붙어 있어 외부 간섭에 취약하고, 채광도 보장되지 않는다.

또 다른 신축 대단지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개별동 하단부에 대리석 마감과 필로티 설계가 적용된 모습. 저층 세대에 대리석 마감을 하고 1층 밑에 필로티 공간을 지어 1층 세대를 대지와 분리해 높은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저층 세대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채광 효과도 강화하는 것이 최근 신축 아파트의 트렌드다. 사진=임진영 기자
이에 대해 단지 인근의 I 공인중개사 대표는 “헬리오시티 재건축 이전 ‘가락시영’ 단지라는 특성상 경제적 사정이 어려웠던 조합원들이 상당수였다”며 “아파트 고급화의 핵심은 높은 건축비를 들이는 것이고, 이는 결국 조합원들이 얼마나 많은 재원을 갹출하냐 여부에서 판가름 나는데 헬리오시티는 이 점에서 기존 원주민들이 여유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규모 자체가 워낙 대단지라 재건축이 상당 기간 지연되면서 공사비는 갈수록 늘어났다”며 “재건축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세월에 지친 조합원들이 빠른 재건축 진행을 위해 재건축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공사비 확충에 소홀히 했고, 그 결과 요새 신축 트렌드인 하단부 대리석 마감이나 필로티 설계와 같은 스펙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체 9510세대 가운데 14.7%에 해당하는 1401가구가 입주해 있는 임대 아파트 동을 모두 단지 최외곽에 배치해 대로변 소음과 매연, 가락 수산물 시장의 악취 등에 그대로 노출시킨 점은 임대동에 대한 지나친 차별로 느껴진다.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아쉬운 점이다.

헬리오시티 단지 커뮤니티 시설 내부 도서관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입주한 지 1년 반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상가의 공실률도 상당한 것도 불편한 점이다. 특히 4만명의 입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단지에 간단히 식사를 할 만한 음식점도 찾기 쉽지 않았다.

단지 내 상가에 입접해 있는 S 공인중개사 대표는 “입주한 지 1년이 훨씬 더 넘었는데도 아직까지도 단지 내 상가 공실률이 30%에 달한다. 당초 수요 대비 상가를 너무 많이 지은데다, 임대료도 단지 외부의 주변 상권 대비 비싼 편이라 소상공인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면서 “특히 마진율 자체가 떨어지는 요식업은 더욱 더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9일 오픈한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스타벅스 전경. 이 스타벅스는 헬리오시티 단지 내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고, 송파역과의 거리도 가장 멀지만 정작 장사는 단지 내 상가에서 가장 잘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헬리오시티는 입주 한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아직도 단지 내 상가 공실률이 30%에 달한다. 사진=임진영 기자
이런 약점에도 헬리오시티의 시세는 상승세다. 헬리오시티에서 가장 많은 세대수(3252세대)가 배정돼 있는 84㎡(34평)의 경우 2015년 10월 원래 분양가가 8억4700만원이었다.

이후 3년간의 공사기간 동안 헬리오시티는 두 배 이상 시세가 상승했다. 특히 완공을 2개월 앞둔 2018년 10월 20일엔 17억800만원에 실거래 되며 17억원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2018년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규제로 인해 잠시 헬리오시티 시세도 약세로 돌아서 2018년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헬리오시티는 2019년 봄과 여름 내내 14억~15억원선에 실거래 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다시 17억원선을 회복했고. 2019년 12월 7일 19억원선을 돌파한 후 다시 정부의 12·16 규제로 올해 4월 30일 3억이 하락한 16억원까지 밀렸다가 가장 최근엔 지난 5월 12일 16억6000만원에 손바뀜하며 반등세로 돌아섰다.

헬리오시티 단지 내부 인공분수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단지 인근의 H 공인중개사 대표는 “올해 4~5월 종부세와 양도세 절세를 위한 급매물 34평형대가 16억원대에 모두 소진됐고, 특히 5월에 16억6000만원까지 실거래 되면서 최근 집주인들이 다시 호가가 높여 부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공인중개사 대표는 “6월 초 84㎡가 16억9000만원에 실거래 계약을 마쳤다”며 “이미 해당 계약 거래 내용이 헬리오시티 집주인들에게 퍼지면서 매물 상당수 호가가 17억~18억원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이 중개사는 “이전 최고가인 19억원선까지 회복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라며 “여기에 6월 5일 마이스 개발(잠실종합운동장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인근에 위치한 헬리오시티 호가도 오름세”라고 밝혔다.

헬리오시티 단지 내부에 꾸며진 조형물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헬리오시티의 미래 가치에 대해 I 공인중개사 대표는 “헬리오시티는 ‘진입’은 많은데, ‘진출’은 희소한 단지”라며 “특히 대구와 부산 등지의 현금 부자들이 최근 자녀 증여를 위해 원정 투자로 올라와 실제 집을 보지도 않고 매물 상당수를 싹쓸이 해가고 있다. 이들 상위 계층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주민 수준이 상향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지방 유지들이 자녀에게 증여를 하기 위해 서울 아파트를 찾는 과정에서 반포나 압구정, 청담 등 서울 강남 핵심지의 신축 대단지는 20억~30억원씩 할 정도로 너무 비싸다 보니, 아직 20억원 미만이면서, 강남 핵심지와 인접해 있고 대단지에 신축인 헬리오시티를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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