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공급과잉에 대형 OLED로 차별화…샤오미·비지오 등 OLED TV 진영 확대

아이폰12 시리즈에 OLED 공급 늘려 실적 개선 기대…삼성디스플레이와 경쟁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2006년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의 핵심시설이던 LG필립스LCD 7세대 공장(오른쪽 사각형 건물) 모습.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LG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삼성과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양사의 경쟁은 화질, 대화면 구현 등에서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LG와 삼성간 기술경쟁의 역사다.

오늘날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글로벌 1위인 LG의 OLED 사업은 중소형 분야에서 먼저 출발했다. LG전자는 1998년 국내 최초로 4인치 컬러 OLED를 개발한 데 이어 다음해 8인치 컬러 OLED를 개발했다.

이는 모두 수동형(PM) OLED로, 오늘날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OLED와는 성격이 크게 달랐다. 2000년대 초반 휴대폰에 상용화된 PMOLED는 서브 디스플레이용으로 쓰이는 수준이었다. 휴대폰 내부에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쓰고, 외부창의 소형 PMOLED로는 발신자 정보표시, 시간확인 등을 할 수 있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개발에 먼저 뛰어든 것은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LCD가 아니라 LG전자였다. LG전자는 1997년 OLED 개발팀을 꾸리고 상용화에 대한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2004년 4월 LG전자는 PMOLED의 초기 양산에 들어갔지만 이를 지속하지 못하고 대형 OLED로 연구 방향을 바꿨다.

2007년 LG필립스LCD가 비정질 실리콘(a-Si) TFT-LCD로 세계 최소 테두리를 실현한 2.4인치 휴대폰용 LCD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2007년 LG필립스LCD는 LG전자의 OLED 사업을 넘겨받게 된다. LG필립스LCD가 흡수한 능동형(AM) OLED는 PMOLED보다 기술 수준이 높은 것으로, 발광소자가 각각 구동하는 개별 구동방식이다. 화질과 전력효율 측면 등에서 PMOLED보다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당시 LG필립스LCD는 AMOLED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당시 LCD 사업이 호황기였던데다 AMOLED의 시장성이 낮다고 판단해 제품 양산을 서두르지 않았던 것이다. 2007년 3분기 실적발표 당시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은 "AMOLED는 생산의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만큼 제품 양산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LG는 초슬림 휴대폰용 LCD 패널을 내놓고, OLED보다 두께가 더 얇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LCD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당시 AMOLED 제품은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소형 뿐이었고, LCD는 AMOLED의 장점을 빠른 속도로 극복해가고 있었다.

반면 삼성SDI는 AMOLED 개발에 죽기살기로 뛰어들었다. 모바일디스플레이(MD) 사업 수익성이 날로 떨어지자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했던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오늘날 LG가 중소형 OLED 경쟁력에서 삼성보다 뒤처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2007년 LG필립스LCD가 비정질 실리콘(a-Si) 기술을 적용한 풀컬러 플렉시블 능동형(AM) OLED.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는 2014년 처음 내놓은 모바일용 OLED 디스플레이에 '플라스틱 OLED(POLED)'라는 이름을 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09년 이 기술을 먼저 상용화하며 이를 '아몰레드(AMOLED)'라고 하자 다르게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플라스틱을 강조했다.

순탄대로 LCD 꺾이고 OLED로

2008년 2월 LG필립스LCD는 기술제공사인 네덜란드 필립스가 지분매각에 나서자 같은해 3월 LG디스플레이로 사명을 변경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이 궤도에 오른 뒤부터 중국발(發) LCD 공급과잉이 나타나기 전까지 순탄대로였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생산이 시작된 지 14년6개월만인 2010년 2월 자사의 대형 LCD 모듈 생산량이 5억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세계 최초 4세대 LCD 생산라인에 투자하고, 8세대 라인을 건설하는 등 선제 투자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2010년 중반 LCD 시황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중국 쑤저우 내 8세대 LCD 제조사업장에 증설투자를 단행했다. 2014년 하반기 광저우에서 8세대 기판 기준 월 6만장의 LCD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양산에 들어갔다. 중국에서 LCD TV 판이 커지면서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65인치 롤러블 OLED 패널이 들어간 LG전자의 시그니처 올레드.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2009년이 되서야 15인치 OLED TV를 출시했던 LG는 중국의 LCD 기술에 위협을 느끼고 대형 OLED 패널 개발에 속도를 내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2011년 세계 최초의 55인치 OLED 패널을 개발한 뒤 다음해 이 패널이 들어간 TV를 내놓았다.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77인치 투명 플렉시블 패널을, 다음해는 8인치 8K OLED TV용 패널과 함께 롤러블 TV용 패널을 개발했다.

아이폰에 OLED 공급 확대, 중소형 사업 결실

오늘날 LG디스플레이는 LCD에 대한 단계적 출구 전략을 구사하면서 OLED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전세계 소비심리가 침체되면서 TV 시장에 대한 기대 심리가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파주의 대형 OLED 팹 가동률 또한 현재 저조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경쟁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소형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 아이폰12 시리즈 일부에 OLED를 공급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지난해는 아이폰에 400만~500만개의 패널을 납품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부턴 의미있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란 판단이다. 애플은 올해 하반기 이례적으로 4가지 모델 모두에 OLED를 장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신형 아이폰 한 종에 1500만~1800만개 사이의 패널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사업에 대한 부진을 일부 상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의 8K 올레드 TV. 사진=LG전자 제공
업계에선 올해 OLED TV 판이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비지오와 중국 샤오미가 OLED TV 진영에 합류한다. 전세계 대형 OLED 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고객사가 늘어나는 것이다.

두 기업은 모두 '바잉파워(buying power, 거래서 우위를 차지하는 구매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이다. 비지오는 올 1분기 북미 TV 시장 점유율이 15%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 내 TV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전세계 OLED TV 제조사가 총 19개사로 늘어난 상황에서 이들이 얼마나 많은 TV를 판매하느냐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실적이 결정된다.

하지만 올해 OLED TV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계 OLED TV 출하량은 54만대 규모로 전년 동기대비 약 11%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 한해 LCD, OLED를 포함한 전체 TV 시장 역시 전년과 비교해 8.9% 감소할 전망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하반기 실적 개선은 OLED 사업이 견인할 것"이라며 "중소형 OLED는 패널 출하량 증가 효과로 실적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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