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중반 휴대폰 OS·하드웨어 구성 등 실험기

PDA+휴대폰 기능 결합에 쿼티키보드 부상, 폼팩터 변화

2001년 출시된 '교세라 QCP 6035'. 사진=위키피디아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2000년에서 2006년까지는 다양한 폼팩터(제품형태)의 휴대폰이 출현한 황금기였습니다. 문자메시지·이메일·정보검색 등 새로운 모바일환경 최적화를 위해 진화와 멸종을 거쳤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험작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Winner takes it all'. 승자가 시장을 독식할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제조사들은 앞다퉈 사용자 친화적인 휴대폰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플랫폼 경쟁이 절정에 달했던 때입니다.

2000년을 전후로는 PDA와 전화 기능을 결합한 휴대폰 출시의 붐이 일었습니다. 일본의 교세라는 2001년 1월 '교세라 QCP 6035'를 출시했습니다. 2000년 퀄컴의 휴대폰 사업부문을 인수한 뒤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교세라 6035의 커버를 열면 가려진 화면 일부와 버튼 6개가 나타났습니다. 문자메시지·통화기록·달력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커버 바깥에는 숫자 키패드가 달렸습니다. 커버를 닫고 키패드를 눌러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죠. 커버를 닫으면 PDA, 커버를 열면 휴대전화였던 셈입니다. 메모리용량은 8메가바이트(MB),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160x160 픽셀이었습니다.

이 제품은 팜(Palm) 운영체제(OS)로 구동됐습니다. 오늘날 모바일 운영체제를 안드로이드와 iOS가 장악하고 있다면 당시에는 7개의 주요 모바일 OS가 있었는데요(심비안·블랙베리OS·팜OS·윈도우즈 모바일·웹OS·iOS·안드로이드). 팜OS는 당시 가장 많이 활용된 OS 중 하나였습니다.

2006년 출시된 삼성전자의 '블랙잭'. 사진=삼성전자 제공
2000년대 초중반은 HP의 '아이팩(iPAQ)'에 이어 모토로라의 '모토 Q', HTC의 '유니버셜'·'왈라비', 삼성전자의 '울트라메시징(일명 블랙잭)' 등 특별한 제품이 많이 출시된 시기입니다.

삼성전자의 블랙잭1을 볼까요. 블랙잭은 2006년 11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돼 당시 100만대 이상 판매되며 히트를 쳤던 제품입니다. 2007년 한 때 '블랙베리'를 누르고 미국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PC의 키보드와 같은 쿼티(QWERTY) 자판을 채택해 장문의 이메일도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사내 메일 서비스와도 연동돼 이메일을 신속하게 보내는데 편리했습니다.

이밖에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PDF 등 다양한 형식의 파일을 볼 수 있어 직장인에게 인기가 많았죠. 국내에서는 '울트라메시징 애니콜'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2000년대 인상적인 제품 중 하나는 데인저(Danger)의 '사이드킥(Sidekick)'입니다. 2002년 10월 출시된 이 제품은 쿼티 자판에 슬라이딩 디스플레이 방식을 채택했는데요. 디스플레이 부분을 밀면 아래에 키보드가 나타났습니다.

자바(java) 기반의 데인저OS와 빠른 메시지 전송도 강점으로 갖췄습니다. 매니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죠.

2002년 10월 출시된 데인저의 '사이드킥'. 사진=위키피디아
국내에서 '오바마폰'으로 알려진 블랙베리 시리즈 또한 2004년부터 미국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제품입니다.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이 만든 휴대폰 브랜드인데요.

블랙베리는 2000년대 전성기에 '스마트폰 개척자'라고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독특한 쿼티키보드가 중심에 있었죠. 이로 인해 2008년 미국 휴대전화 점유율 44.5%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블랙베리는 2006년 '7100i' 모델을 통해 우리나라에 첫 상륙했습니다. 당시 미국 등에서는 비즈니스맨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우리나라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했죠.

블랙베리는 아이폰의 등장을 시작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면 터치스크린의 편리함을 쿼티키보드가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일까요.

2006년 우리나라에 첫 출시된 블랙베리의 '7100i'. 사진=KT파워텔 제공
블랙베리는 2017년 이후부턴 스마트폰 점유율 1%대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정점을 찍었던 블랙베리는 오는 8월부터 생산이 중단됩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휴대폰이 나왔습니다. 써드파티가 개발하는 앱과 게임 시장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터치스크린으로 차별화되는 스마트폰의 형태는 기술의 흥망성쇠 역사 속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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