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기준 누적 매출 3조원·누적 판매량 30억개

사진=CJ제일제당 제공
[데일리한국 정은미 기자] 1996년 12월 출시된 CJ제일제당의 ‘햇반’은 20년 넘게 국내 상품밥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은 상품밥 또는 즉석밥보다 햇반이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결혼하면 밥솥을 구매하지 않고 햇반을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햇반은 국민 식생활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밥을 사서 먹는다’는 개념조차 없던 20년 전 CJ제일제당의 선제적 투자와 기술혁신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과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 지난해 4억5500만개 팔려…국민 1인당 9개씩 먹은 셈

29일 CJ에 따르면, 햇반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누적 매출 3조원, 누적 판매량 30억개를 돌파했다. 23년간 판매된 햇반은 나란히 배열하면 둘레 4만192km의 지구를 10바퀴 가량 돌릴 수 있는 수량으로, 그간 사용한 쌀의 총량은 400만 가마니에 육박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5% 성장한 48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햇반 4억5500만개에 이른다. 국민 1인당 한 해에 햇반을 9개씩 먹은 셈이다. 이 같은 성장세를 고려하면 올해는 5000억원대 초(超)메가 브랜드 등극이 기대된다.

햇반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국내 상온 즉석밥 시장에서도 부동의 1위로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닐슨코리아 기준 지난해 햇반 시장점유율은 71%를 차지했다. 즉석밥 시장 규모는 4134억원으로, 2018년 383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가량 성장했다. 햇반이 즉석밥 시장 전체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CJ제일제당 햇반 담당연구원이 품질 관리를 위해 쌀의 낱알을 하나하나 스캐닝해 분석하는 설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 100억 선제적 투자 통한 혁신 R&D로 구현한 ‘집밥’

햇반의 그간 성과는 CJ제일제당의 선제적 투자를 통한 압도적 R&D 역량과 혁신기술 확보가 기반이 됐다. ‘10년, 2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투자한 결과다.

CJ제일제당은 특히 ‘안전성’·‘편리성’·‘갓 지은 밥맛’·‘최고의 품질’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독보적 역량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혁신 R&D로는 ‘집밥’ 구현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무균화 포장 기술을 꼽을 수 있다.

무균화 포장이란 반도체 공정 수준의 청결도를 유지하는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를 이용해 밥을 포장하는 기술이다. 이 공정을 거친 완제품은 균이 전혀 없어 일체의 첨가물 없이도 9개월간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고 신선한 밥맛을 낼 수 있다.

햇반 개발 당시 편리성과 보존성이 탁월한 무균포장기술은 상품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해법이지만, ‘사먹는 밥’이라는 신개념 제품에 막대한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초기 설비투자비만 최소 100억원이 필요했고, 설비를 이용한 제품 확장 가능성 또한 낮았다.

경쟁사들이 레트로트밥을 시장에 선보이자 무균 포장 대신 레토르트(고온살균) 방식의 제품 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품질에 타협이 있어서는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 무균포장밥 개발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간편식으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최첨단 포장기술로도 차별화시켰다. 좋은 재료로 지은 밥도 포장에 따라 밥맛이 변하기 때문에 밥을 담는 그릇은 3중 재질로, 뚜껑 기능인 비닐 덮개는 서로 다른 4중 특수 필름지를 사용했다.

◇ 최고의 밥맛 위해 ‘당일 도정’한 쌀로만 생산

햇반의 독보적인 R&D 경쟁력으로 ‘당일 도정’을 꼽을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2006년 ‘3일 이내 도정한 쌀’로 국내 즉석밥 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데 이어, 2010년에는 국내 최초로 당일 도정한 쌀로 햇반을 생산하고 있다.

쌀은 도정을 하는 순간부터 쌀 품질의 열화가 시작돼 맛이 떨어지는데, 햇반은 유일하게 밥 제조설비에 자체 도정 설비를 도입해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고 있다.

자체 도정설비를 통해 맛 품질뿐 아니라 쌀의 종류별 맞춤 도정도 가능해졌다. 같은 품질의 쌀이라도 재배와 보관 조건에 따라 해마다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쌀의 특성에 맞춰 최적의 도정 조건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J제일제당 부산공장에서 햇반 생산라인 직원이 완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2005년부터 햇반을 연구해 온 정효영(42)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햇반 담당 연구원은 균일한 품질의 밥맛 구현을 위해서는 쌀 수매도 중요한 연구 과정 중 하나로 꼽았다.

정 연구원은 “햇반은 쌀과 물로만 만드는 제품이라 어떤 쌀을 쓰느냐가 맛과 품질을 좌우하게 되는데, 같은 지역에서 난 쌀도 그해 기후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원들은 동일한 맛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햇곡 수매 철에는 쌀을 고르기 위해 농촌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고, 나락을 건조하고 보관하는 과정을 모두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적인 소비자 조사를 통해 품질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최고의 밥맛에 대한 기준을 정하기 위해 직화 가마솥, 압력밥솥, 전기밥솥, 햇반 모두 밥을 지어 묘사분석(일반적인 기호도 평가가 아닌, 밥맛에 대한 세부 품질 특성 분석)도 진행한다.

또한 무균밥에 있어 최적의 품질을 구현하는 품종을 발굴하고 개발하기 위해, CJ브리딩·미래혁신센터 등 내부 조직 및 농진청 등 외부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 브랜드 친밀도 높이기 위해 ‘쌀알이 패밀리’ 선봬

CJ제일제당은 건강·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매일잡곡밥, 매일콩잡곡밥, 매일찰잡곡밥, 매일오곡밥, 흑미밥, 발아현미밥, 100%현미밥 등 다양한 잡곡밥을 갖추며 시장 변화를 주도해왔다.

2009년에는 단백질 함유량이 일반 햇반 제품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햇반 저단백밥’을 출시했다. 단백질 제한이 필요한 선천성 대사질환자를 위한 특수용도식품이다.

2013년에는 6년의 연구개발 끝에 ‘햇반 식후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을 개발하며 건강기능식품으로서의 상품밥 시대도 열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에는 햇반에 대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쌀과 잡곡을 모티브로 한 ‘쌀알이 패밀리’ 캐릭터 8종을 개발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지난달에는 햇반에 대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쌀과 잡곡을 모티브로 한 ‘쌀알이 패밀리’ 캐릭터 8종을 개발했다.

‘쌀알이’는 백미, ‘브라우니’는 현미, ‘까미’는 흑미, ‘킹콩’은 검은콩, ‘기기’와 ‘조조’는 기장과 조, ‘뽀리’는 보리, ‘삐삐'는 병아리콩에서 착안해 개발됐다.

CJ제일제당은 이 캐릭터들의 활용 범위를 넓혀 인형과 휴대폰 팝소켓, 스티커 외에도 학용품으로도 출시하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선보였다.

노현경 CJ제일제당 브랜드마케팅담당 과장은 “햇반 쌀알이 패밀리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다정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햇반이 어린이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한 일상식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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