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콘-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 출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건설방식도 변화할 듯

공장서 제작 후 현장서 조립하는 형태 보편화"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사진=한미글로벌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프리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거든요. 수십년간 건설업에서 몸담으며 성공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나만의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어요."

이달 1일 ‘프리콘-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을 출간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이같이 말했다.

김종훈 회장은 국내 1위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을 세운 뒤 서울의 랜드마크인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해 2500여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다.

김 회장은 이 책에서 현장 일선에서 실무 책임자들이 느끼는 건설의 핵심 성공 요인을 구체화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한 45가지 핵심 성공요인을 종합했다.

그는 "건설업을 바탕으로 프리콘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 방법이 자동차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면서 "특히 매 순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와 관리자 등이 습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프리콘 전도사'인 김 회장과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 '프리콘'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고, 또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프리콘은 ‘프리컨스트럭션’(Preconstruction)의 약어다. 일반적으로는 시공 이전단계를 뜻하는 데, 이 책에서는 ‘사전 준비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첫 파트에는 프로젝트의 성패를 결정하는 관리적·사업적 평가와 이를 고객 만족으로 연결하는 방법이 기술됐다. 두 번째 파트에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5가지 비법이, 세 번째 파트에는 건설산업의 변화와 혁신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 영화 ‘기생충’과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도 프리콘의 개념과 방법이 적용됐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프리콘은 사전 예행연습과 같다. 철저하게 준비해 실행 단계에서 오류를 줄여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도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촬영했기 때문에 호평받을 수 있었다. 또한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및 관리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사스나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해놨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차례 임상시험을 하는 것도 프리콘과 같은 개념이다.

▶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 요인 △프로젝트 리더인 발주자의 명확한 목표 제시 및 권한 위임 △기획과 초기 단계의 협업 △프로젝트의 탁월한 설계 △참여자 간의 신뢰와 협업 △프로젝트 전 과정에 걸친 관리 가운데 1순위를 꼽는다면.

기획과 초기 단계의 협업이다. 프리콘 단계인데, 이 과정에서 실행비용의 90%가 좌우된다. 확실한 계획과 검토, 실행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야 자연스러우면서도 안전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 프리콘을 발주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밝힌 이유는 무엇인가.

공장이나 연구소 등을 짓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 발주자가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야 건설전문가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일종의 자격을 갖춰야 하는 만큼, 훈련과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

▶ 1996년 국내 최초로 건설사업관리(PM/CM)를 도입하고, 미국 파슨스사와 합작으로 한미파슨스(현 한미글로벌)을 설립했다.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평가할 만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동안 롯데월드타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 알펜시아, 대형복합유통시설인 하남 스타필드, 국내 최초 공공 건설사업관리 발주였던 상암월드컵경기장 등 250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가운데 남극 최초의 내륙과학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 프로젝트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극한의 추위를 견디며 건축면적 4458㎡에 생활·연구, 관측, 발전, 정비, 보트 창고 등과 부대시설을 지어야 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미리 제작해보는 등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프리콘이 철저하게 적용돼 이른 시간에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를 완벽하게 세울 수 있었다.

▶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발주자 리스크다. 발주자가 주요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책임을 전가하거나, 싼 것만 선호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발주자는 상생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 리더로서 리더십도 필요하다. 건설이 ‘발주자의 거울’로 불리는 이유다.

▶ 코로나19의 여파가 건설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업계 종사자로서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올 하반기에도 코로나19의 여파가 덮치면서 내년까지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중심의 건설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환경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온라인유통을 위한 물류창고 건설 등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방식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형태가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2003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 많은 사람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 평소 직원들과 소통에 어떻게 힘쓰고 있나.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에서는 ‘CEO 단상’을 통해 정기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익명 게시판 ‘CEO와 소통하기’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며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브라운백미팅(brown bag meeting)도 진행하고 있다.

▶ 앞으로 한미글로벌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은가.

구성원이 일하기 좋고,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우리 사회에 공헌하는 선순환 구조의 조직을 만들기 위해 ‘행복경영’을 기업문화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건설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미국·영국·일본 등에 그룹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유수의 건설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 한미글로벌 회장이 아닌, 인간 김종훈으로서 어떤 삶을 계획하고 있는가.

나의 책무는 한미글로벌을 더욱 탄탄하고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어 이 땅에 남기는 것이고, 마지막 사명은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기업이 지속하는 한 사회적 책임도 뒤따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재단 ‘따뜻한 동행’을 통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앞으로 6·25 참전 해외용사 지원과 탈북 청년 지원 등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무모하게 도전하기보다는 철저한 프리콘을 통해 한 번뿐인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았으면 한다. 인생을 사는 것도 하나의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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