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팩스 기능 등 갖춰...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 등으로 진화 거쳐

1993년 출시된 IBM의 사이먼(Simon). 최초의 스마트폰 개념이 적용된 제품으로 오늘날 평가받는다. 사진=위키피디아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화장품 콤팩트를 닮은 폴더블폰, 'Z' 형태로 접히는 폴더블폰 등 스마트폰 폼팩터(제품 형태)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유지돼온 길쭉한 사각형 모양의 틀이 깨지기 시작한 것인데요.

사실 스마트폰은 2007년 6월 아이폰의 첫 등장 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했습니다. 터치스크린으로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오늘날의 스마트폰을 연상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역사는 2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2년 개발된 IBM의 '사이먼(Simon)'입니다. 당시 스마트폰으로 불리진 못했지만 최초의 스마트폰 개념이 적용된 제품으로 오늘날 평가받습니다.

사이먼은 199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컴퓨터박람회 '컴덱스(COMDEX)'에 전시된 후 1993년부터 미국 기업 벨사우스를 통해 판매됐습니다. 당시 2년 약정 조건으로 899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약정 없이 구매할 경우엔 1099달러. 당시로서는 매우 고가였던 셈입니다.

사이먼은 세로 20㎝ 가로 6.3㎝ 두께 3.8㎝에 무게는 500g이었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의 무게가 평균 150~200g 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3배 이상 무거웠군요. 또 제품 길이만 23㎝였으니 서류가방에 넣고 다녀야했습니다.

하지만 사이먼은 주소록, 계산기, 메모장, 이메일, 팩스 기능 등 오늘날 스마트폰과 유사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구동돼 오늘날 스마트폰의 원형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너무 앞서나갔던 것일까요. 사이먼은 1995년까지 판매기간 동안 대략 5만대가 팔렸다고 합니다.

1996년 출시된 노키아의 '9000 커뮤니케이터'. 사진=위키피디아
사이먼의 뒤를 이어 스마트폰의 효시로 평가받는 제품은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9000 커뮤니케이터(9000 Communicator)'입니다.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는 1.5인치의 두께, 397g 무게로 1996년 8월 출시됐습니다. 덮개를 열면 덮개부에 단색 디스플레이, 받침 부분에 쿼티 배열의 키보드가 나타납니다.

쿼티 배열의 키보드란 문자열 Q, W, E, R, T, Y가 왼쪽 맨 윗부분에 오는 표준 배열식 키보드로, 전체적으로 전자사전과 유사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은 없었습니다.

인터넷 검색, 팩스, 이메일 기능 등을 갖췄습니다. 여기 더해 스프레드시트까지 할 수 있었죠. 저장용량은 8MB(메가바이트)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1400유로에 판매됐으니 무척 고가였습니다. 이 시기에 나온 휴대폰이 통화·문자 기능만 갖췄던 점을 감안하면 무척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IBM의 사이먼과 마찬가지로 당시에 스마트폰으로 불리진 못했습니다. 스마트폰이란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 1년 뒤부터입니다.

스웨덴 기업 에릭슨이 1997년 'GS 88'을 소개하면서 최초로 스마트폰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GS 88은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와 디자인이 유사했지만 내부에 터치스크린을 장착했습니다.

에릭슨이 1997년 소개한 'GS 88'. 최초로 스마트폰이란 용어가 사용됐다. 사진=ARN 캡처
2009년 출시된 삼성전자의 '옴니아 II'와 '옴니아 프로 B7610'. 사진=삼성전자 제공
에릭슨은 GS 88의 연장선상에서 2000년 12월 'R380'를 출시했습니다. 다양한 폼팩터의 핸드폰이 출현하는 황금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2009년에는 △애플의 '아이폰 3GS' △HTC의 ‘터치 프로2’ △삼성전자의 '옴니아 II' △HTC의 '히어로' △모토로라의 '클릭(CLIQ)' △삼성전자의 '갤럭시' 등 기술적으로 진화한 스마트폰이 출현하게 됩니다.

2009년 출시된 스마트폰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마트폰 폼팩터의 원형입니다. 인터넷 사용·영화감상 등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에 맞게 최적화가 이뤄진 것입니다. 2007년 6월 첫 출시된 아이폰이 전세계를 흔든 이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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